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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를 먼저 보내신 이유
본문/삿 6:1~10
역사에는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합니다. 하나는 사건(fact)이요, 다른 하나는 사건의 의미(meaning)입니다. 19세기 역사가인 랑케는 역사의 생명은 정확한 사실에 있다고 하면서, 객관적 사건들을 배열하는 역사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사건들만 가지고는 역사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그 사건을 해석한 의미가 첨가되어야 합니다.
요즘 신문들을 보면 뉴스 공급원이 같아서인지 어떤 기사는 철자 하나까지 똑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여러 신문을 볼 필요가 없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러 신문을 골고루 보는 이유는 사설이나 정론 등에서 신문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사건에 대한 해석입니다. 여기서 사관이 생기게 됩니다. 과거 일본은 우리가 미개하고 뒤졌으므로 자신들이 우리의 근대화를 돕는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지배가 오히려 우리에게 복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이것이 소위 식민사관입니다. 그러나 이에 반하여 우리 학자들은 민족사관을 주창했습니다. 우리는 반만년 역사를 가진 배달의 민족으로서 스스로의 역사를 얼마든지 개척할 수 있으니, 일본은 억압과 착취를 포기하고 물러가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처럼 사건이 하나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해석이 달라집니다.
본문에는 하나의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미디안이 이스라엘 백성을 억압하여 7년 동안이나 이스라엘이 고통을 받았습니다. 미디안을 비롯한 여러 나라 백성들이 이스라엘의 농작물 등을 약탈하였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극심한 고통 중에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이게 사건입니다.
이 때 부르짖는 백성들이 기다리는 게 무엇일까요? 어서 빨리 영웅이 나타나 자신들을 미디안의 손에서 건짐 받고 평안히 사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응답하셔서 기드온을 보내셨지요. 그 후 이스라엘은 미디안을 물리치고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매우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백성들 앞에 세우시기 전에 먼저 한 사람을 보내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백성들이 기다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백성들은 자신들을 건질 영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 앞에 나타난 사람은 <한 선지자>였습니다(8절). 백성들은 <지금 선지자가 와서 뭘 한단 말인가? 지금은 우리를 건져줄 영웅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하나님을 원망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선지자를 기드온보다 먼저 보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그의 역할이 무엇입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사건의 해석>이었습니다. 선지자는 과거에 하나님께서 애굽에서 구원하시고 가나안을 주신 은혜를 언급한 후에 10절 끝에서 이스라엘이 미디안의 손에 떨어진 그 사건의 의미를 해석합니다. <너희가 내 목소리를 듣지 아니하였느니라>. 미디안이 무기체계가 좋았거나, 용맹한 장수가 있었기 때문에 너희를 이긴 게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 오늘의 고통을 가져온 원인임을 밝힌 것입니다. 이게 선지자의 사명이었습니다.
배 아픈 아이가 병원에 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배가 아픈 것은 사건입니다. 그러나 그 원인을 발견하여 설명하는 것은 해석입니다. 의사가 정확히 원인을 찾아내면 원인치료가 가능합니다. 그러나 원인 설명 없이 진통제만 처방하면, 나중에 또 아플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영웅을 보내면 미디안에게서 벗어나겠지만, 후에는 또 적들의 손에 떨어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아는 것입니다. 또 원인을 찾는다고 해도 조심해야 합니다. 찬 것을 먹어 배가 아픈데 만약 의사가 맹장 때문이라고 한다면 소위 그게 바로 돌팔이입니다. 정확한 해석은 정확한 처방을 가능케 합니다.
우리는 일반인의 해석과 차원이 다른 해석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신앙이란 청진기, 말씀이란 광선을 통하여 사건을 보아야 합니다. 지금은 영웅보다 <한 선지자>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교회가 혼란에 빠진 대한민국 사회에 선지자 역할을 잘 하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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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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