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종 빈 목사(거제 흙학교)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입소문이 퍼진다. 봄이 왔네, 벌써 봄이야! 라는 탄성이 봄바람을 타고 퍼진다. 찌들린 도시의 가로수에서도, 풀 한포기 보이지 않는 도시민의 입속에도, 고즈넉한 길가에서 움트는 개나리에서도 봄은 있다. 그러나 나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왜 자꾸만 이 시를 흥얼거리며 울먹이는 발길로 꿈속을 가듯 그렇게 걸어만 가는 가? 한 때 봄날 같이 따스하던 내 어린 시절의 교회가 한 없이 그리워진다. 우리말 ‘봄‘의 어원에 보면 ‘불(火)‘에 근원을 두어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명사형 ‘옴‘(來)이 합해져서 ‘블+옴‘에서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서 ‘봄‘이 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우리말 봄의 뜻은 따뜻한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 또 다른 견해는 우리말 봄은 보다(見)라는 동사의 명사형 ‘봄‘에서 온 것이라고 보는 견해다. 과연 한국교회는 다시 봄을 회복할 수 있을까? 바리새인과 사두개인들 그리고 제사장 그룹이 지배하던 예루살렘 교회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직제와 율법으로 분열과 나눔을 조장하고 하나님의 의를 왜곡하여 십자가에 다는 죽음의 문화에서 새로운 생명 문화를 부활할 수 있을까? 사순절에 갈릴리에서 만나자던 주님의 약속의 성취를 우리는 이 봄에 볼 수 있을까? 따스한 봄날, 골고다 길 옆에서 죽었던 그루터기에서 새 순이 돋아나듯이 나는 그런 열망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토로해 보려고 한다. 1) 문화의 생성 문화의 특성은 인간이 만든 인간 창조물이라는 점이다. 문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고(創造性), 인간에 의해서 학습되고 전승되는 뚜렸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 내용은 축적되고 (蓄積性) 공유되며(共有性), 일정한 체계를 이루고 (體系性), 보편적이면서도(普遍性) 다양하다.(多樣性) 그리고 문화는 일정한 유형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고 늘 변한다. 문화는 어떤 자연조건이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특정 자연적, 사회적 조건에 적응하기 위하여 인간이 고안해 낸 산물이다. 서로 다른 부분들과 관련을 맺으며 하나의 종합적인 체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긍정적인 방향도 있지만, 문화는 표현의 규법이며, 이것이 사회적으로 규준화된 지식체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화의 역기능은 만만한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문화로 자신들 스스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의 근거인 이 땅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는 자멸의 문화를 생산하기도 한다. 자, 오늘의 우리의 문화 속에서 우리의 문화의 역기능을 한번 살펴보자. 속옷 바람으로 신고식을 치룬 이 웃지 못 할 한 대학의 이야기나, 선후배간 위계질서라는 미명 아래 각종 폭력·얼차려가 버젓이 진행되는 것은 아직도 ‘수직문화구조’에 빠져 대학의 학문성과 자율성과 창의성을 막는 안타까운 문화현실이 답답하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폭력조직이 유행처럼 결성되는 가하면, 친구를 생매장하는 작금의 현실들도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 지금 한국교회는 기독교 사학을 수호하기 위하여 정부와 사학법 개정을 놓고 총회장과 교회원로들이 삭발을 할 만큼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학법 개정에 반대하여 삭발하는 원로들의 수고와 결단에 존경을 보내는 일은 물론 당연한 일이지만, 그러나 조금만 우리가 숨죽이고 생각해 보자. 왕따와 폭력, 전교조, 촌지 등으로 교육의 장이 심각한 위기에 처하는가 하면, 기독교 신앙을 가진 3명의 연예인이 자살을 택했다. 이 죽음의 문화에 통곡하며 분노하는 지도자는 왜 나오지 않을까?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다. 물론 기독교 교육의 제도적 위기가 큰 문제일 수 있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독교 교육의 근본인 사람이 사람으로 온전하게 되는 일이 우선이다. 기독교회는 적어도 하나님으로부터 문화위임명령을 받고 있다. 교회 안에 세속적인 문화를 걸러 내고 세속문화를 생명문화를 전화하는 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다. 2) 기독교와 문화 기독교 교회의 모든 형태는 자신의 문화 안에서 모형 지워진다. 실은 믿음 역시 문화 안에 존재한다. 교회의 고딕식 건축이나 십자가에서, 성도들의 고백이나 가치에서 의식과 언어에서 자신들의 교회가 모형지워진다. 그러므로 교회가 어떤 문화를 가지는 가는 교회의 정체성을 들어내는 것이며, 이어 사회 문화 형성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교부시대의 교회(the great ecumenical councils of the church ) 수장도 황제에 의하여 임명되었다. 제국의 하모니와 그들의 통치를 보전하기 위하여 교회의 일치는 제국의 권위에 의하여 강제되어 왔다. 교황과 교부들은 왕과 정치가에 의해서 축출되는 세속문화가 교회를 지배한 경우이다. 반대로 교회가 세상의 문화를 선도하고 형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기독교 문화는 베르세이유 보다 더 강하다는 말도 있다. Tawney는 퓨리탄에서 교회가 사회의 문화를 형성한 예를 보여 주고 있다. 퓨리탄이 미국의 사회적인 질서를 형성하고 문화를 형성하는 단초가 된 경우이다. 문화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cultura에서 파생한 culture를 번역한 말로 본래의 뜻은 경작(耕作)이나 재배(栽培)였는데, 나중에 교양·예술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다. 영국의 인류학자 E.B.타일러는 저서 《원시문화 Primitive Culture》(1871)에서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를 내렸다. 오늘의 문화가 문화의 정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경작과 재배 즉 탈 생태학적 문화가 되어 땅과 생명으로부터 소외된 문화가 되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산업문화와 시장경제에서 오는 경쟁문화가 그리고 디지탈 시대가 낳은 가상공간문화 구조로 오늘의 문화는 변화되었다. 그러므로 오늘의 문화는 생명이 없다. 이제 오늘의 문화는 차고 냉랭하며 생명이 없는 죽음의 문화로 역류하고 있다. 교회는 먼저 교회 안으로부터 생태문화의 회복을 우선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문화적 위기를 구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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