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종 빈 목사(거제 흙학교)
1. 생명살리기와 생명목회 1) 목회란 ? 경동노회에서 교육부장으로 봉사하던 시절 총회신학교육부 세미나에 참석한 일이 있다. 주제 강연은 지금은 은퇴하신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님과 호남신학교 총장이시던 황승룡 박사님이 해주셨다. 그 때 “목회란 장례다”라는 곽 목사님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는다. 우리는 분과별로 나누어 토론을 했다. 내가 속한 분과는 문화교회에 시무하시던 허일찬 목사님이 분과장을 그리고 전 장로회신학대학총장이시던 고용수 총장님이 서기를 맡았다. 한국교회의 쟁쟁한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모인 분과였다. 분과토론이 시작되자마자 고용수 교수님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목회가 무슨 죽은 사람 뒷바라지나 하는 것인가? “목회란 교육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병원 원목으로 일하시던 분인데, 그 분은 “목회란 치유”(healing)다고 새롭게 주장하고 나섰다. 토론은 활발의 수준을 넘어서 논쟁수위에 접어들었다. 분과장 이신 허일찬 목사님은 교육도 좋고, 치유도 좋고, 장례도 좋지만 결국 목회는 돌봄(care)이 아니겠는가 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선 적이 있다. 그 후 나는 지금까지 “목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이제 목회 20년이 넘었다. 그리고 필자도 어느 듯 한국목회자의 중견층을 넘어섰다. 그러나 20년 전에 목회를 시작할 때 보다 교회는 양적인 측면은 성장했지만 목회의 내면은 더욱 거칠어진 수준을 넘어 위험 상태다. 목회자와 평신도간의 양극화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 도를 지나쳐 전쟁을 불사하고 있다. 목사나 평신도나 모이면 목회에 대한 회의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이쯤 대면 목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목회신학의 바른 정립과 변화가 없는 한 한국교회는 더욱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2) 목회란 생명미학이다. 가) 교회력과 관련하여 날씨가 이래도 되나 하는 우려를 낳기도 하지만 입춘과 우수를 지나자 옅은 연두빛깔의 작은 새싹들이 겨울잿빛을 지우고 희망을 그려 놓는다. “인간은 하나님의 대립자(對立者)”이다. 둘째로 “인간은 피조물 끼리”대립자(對立者)이다. 라고 칼 발트는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하나님 앞에 서면서, 그리고 서로의 피조물 앞에 서면서 자기 만남과 자기 발견을 하고 자기 실존(實存)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거제시 둔덕면 거림리 흙학교에서 돋아나는 쑥에서 냉이에서 내가 살아있음을 그리고 살아계시는 하나님을 느낀다. 사순절(고대 앵글로 색슨어 Lang에서 유래된 말로, 독일어의 Lenz와 함께 ‘봄‘이란 뜻)이 시작되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국화에서, 매화에서, 대나무에서 그 삶의 의미를 배우고 한 해를 시작하는 봄에서 생명의 기를 느꼈듯이 나는 냉이에서 내 삶의 의미를 그리고 사순절의 의미를 찾아보려 한다. 냉이를 나상구, 나새이, 나시, 내이, 양근초(羊筋草), 역생초(譯生草) 등등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한의학명은 제채(薺菜)다. 그러나 냉이의 꽃을 자세히 보면 십자꽃이다. 그래서 냉이는 십자화과(Cruciferae)에 속한다. 영어로는 shepherd‘s purse라고 하는데, 이는 냉이의 학명과 동일한 유래를 가진 명칭입니다. 학명의 Capsella는 라틴어로 주머니(capsa)를 뜻하며 이는 열매가 주머니 모양이라 하여 붙여졌다. 종소명인 bursa-pastoris는 ‘목자의 지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냉이는 사순절의 꽃이며, 냉이는 사순절 음식이다. 초대교회는 사순절에 단식과 금육(禁肉)을 하고 주로 채식을 하였는데 사순절에 냉이국을 먹으며 십자가를 생각하고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주머니(목자의 주머니) 에서 참 평안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동의보감’에서는 냉이를 ‘간장(肝臟)의 기운을 도와주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양기를 돋운다’고 한다. 냉이씨는 ‘제채자(齊寀子)’라 하여 중풍의 치료와 간 기능 회복 및 안질치료에 활용되기도 한다. 더욱이 냉이의 꽃말은 “내 모든 것을 다 드립니다.” 라는 뜻이니 사순절에 냉이에서 사순절의 의미를 배우는 것은 어떨는지? 지금까지의 사순절은 금식이나 단육 혹은 기도, 묵상, 구제등에 맞추어 왔다. 오늘도 사순절이 되면 무슨 전쟁이라도 하듯이 40일 새벽기도회가 시작된다. 교회마다 동원령이 떨어지고 출석이 체크되고 항존직 후보나 대상은 열성을 보여야 하며 개근하지 못하면 탈락의 위기는 고조된다. 성장목회는 우리의 신앙의 강화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를 생명에서 소외시키고 진정한 자유와 기쁨을 빼앗는다. 또한 우리의 고백을 교회의 구조의 틀에 묶어놓기 때문에 이런 경건은 모양은 있으나 생명력이 없어 경건의 능력은 잃게 되고 만다. 이제 사순절은 생태학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연과 소외됨으로 실제로 생명과 소외되어 있었다. 사순절은 고난이나 고통을 인내하는 수도자로서의 기간이 아니다. 그리스도 앞에서 그리고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 안에서 화해를 통한 만남과 자기 발견을 확인하는 생명갱신의 절기이다. 작은 냉이하나 속에 자신의 모습(십자화)을 들어내신다. 냉이에서 하나님의 창조를, 피조물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은사를 그리고 그들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체험하고, 서로의 피조물과의 헌신과 희생을 통한 상생의 아름다운 생명미학을 깨닫는다. 여기에 생명살리기의 본질이 있다. 또한 생명살리기는 환경운동이 아니면 목회의 본질이 되는 이유다. 그래서 나는 감히 “목회란 생명미학”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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