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원을 올라가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정말 하나님께서 나를 그길로 가라 명하신걸까?...’ ‘그런데� 왜?... 하필이면 왜?... 그냥� 이렇게 주님의 일하며 지내는 것도 괜찮은데...’ 니느웨로 가라고 명하신 하나님의 말씀 앞에 거친 앗수르 민족을 향한 두려움과, 복음의 효과를 생각한 인간적인 생각 때문에 다시스를 선택했던 요나처럼,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불순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도의 자리로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올라갔던 기도원은 그 주간 부흥회를 시작하고 있었다. 성전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하나님의 뜻을 구하려 이곳에 올라왔사오니 반드시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주님의 뜻을 깨닫게 하소서!...’ 사모하며 뜨겁게 찬양을 드렸고, 부르짖으며 기도했다.
첫시간부터 하나님은 나를 향하여 날선 검과 같은 말씀으로 찔러 쪼개셨다. 말씀으로 다가오신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부서지고, 깨어졌다.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 앞에 부끄러움으로 목놓아 울었다. 통곡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흘린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강사 목사님을 통하여 주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두고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이셨다.
집회 마지막 금요일 새벽기도를 마치고 기도원을 나설 무렵이었다. 강사 목사님이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고, 나를 부르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번 집회는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해 나를 보내신 것 같소..’라고 하시며 기도해 주시겠다고 하셨고, 기도 받기 위해 눈을 감았는데 목사님께서 머리에 손을 얹으시며 하시는 기도의 첫마디가 ‘망설이는 마음에 심지를 굳게 하여 주시고, 소명하시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하소서...’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왔다. 기드온의 기도처럼 이번 집회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도록 응답하시고 보여 달라고 부르짖었던 간구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셨다. 정말 너무 기뻤다. 순간 주님의 길을 간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평안이 온 마음을 덮었다. ‘하나님 이제는 순종하겠습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믿지 못해 그토록 두려움으로 방황했던 발걸음 이제 주님께 맡기겠습니다.’ 하산하는 발걸음이 날아갈 것 같았다. 무거웠던 짐을 주님께 다 내려놓았던 것이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과거를 가지고 있던 나에게, 사역의 길로 가야한다는 부담 때문에, 낮과 밤이 다르게 살아왔던 위선적인 삶의 올무를 벗어버리는 자유에 대한 기쁨이 넘친 사건이었다. 선교회 동역자들과 아내에게 이제 신학공부 할 것을 고백했다. 모두들 기뻐했고, 이후 예배의 시간들이 초대교회와 같이 힘차고 생명력이 넘치는 시간들이었다. 놀라웠던 것은 예수 믿고 은혜를 받고 난 뒤에도 연약한 마음 때문에 실족하여 영적으로 손해 보는 일들이 참으로 많았었는데 신학을 하기로 결단하고 난 다음부터는 유혹으로부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무언가 모르게 나를 붙들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공부를 시작하며 선교회가 교회의 모습으로 서서히 갖추어져 가기 시작했다. 서울을 오고 가며 수학했던 시간들이었지만 피곤치 않았고, 교회에서는 적은 무리들이었지만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모임들이 매일 저녁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교회 개척의 시간들이었다. 남포동 선교회 사무실을 나와 사직동 (구) 고속터미널 옆 지하 20평 남짓한 공간을 얻었고, 바닥에 다다미를 깔고 예배를 드렸다. 교회를 개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과의 만남을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서 그들과의 찬양사역을 시작하게 하셨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찬양문화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은 때라 사역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르면서 25명에 가까운 무리로 늘어났다. 더욱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것은 그 25명에 가까운 형제, 자매들 가운데는 훗날 많은 사역자들이 배출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목사님, 전도사님, 사모님, 모 기독방송 PD, 예배사역자, 찬양사역자등.. 각양의 자리에서 주어진 주님의 사역을 열심히 감당하는 사역자로 하나님께 쓰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어려웠던 현실로 낙후된 음향기기와 악기들을 가지고 집회를 다닐 때마다 놀라운 하나님의 위로하심과 평안케 하시는 역사들이 나타나게 되었고, 본당에서 기타 소리도, 박수소리도 내기를 꺼려했던 교회들이 대다수였을 때의 교회문화 속에 새로운 장을 여는 개척자의 역할을 하나님께서 우리들을 통하여 하고 계신다는 사실 앞에 감사하며 담대히 사역을 감당했었다. 청년들은 하나님의 보배들이었다. 같이 울며 딩굴며 기도하던 일들이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내 평생에 귀한 친구들이다. 여름에 동해안으로 청년들과 수련회를 갔을 때였다. 조그만 어촌에 민박하며 수련회를 가졌다. 출발할 때는 일기가 화창했는데 도착한 다음날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곧 비라도 올 것 같은 먹구름이 잔뜩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둘쨋날 저녁을 먹고 바닷가 백사장에 기도하기 위해 나갔다. 한참 찬양을 드리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악기가 염려가 되어서 청년들에게 들어가서 숙소에서 기도회를 갖자고 제의를 했더니만 청년들이 ‘전도사님은 믿음이 없다’ 며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제의를 했고, 계획했던 수련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비를 멎게 해달고 함께 뜨겁게 기도를 드렸다. 놀라운 것은 우리들의 모임 주위로 촛불을 둘러가며 켜 두었는데 그 촛불을 경계하여 바깥쪽으로는 빗방울이 세게 떨어지는데 안쪽으로는 한방울의 비도 떨어지지 않았고, 우리들이 모여 앉아있는 하늘 위로 구멍이 난 듯이 먹구름 사이로 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참으로 놀라웠다. 청년들보다 못한 불신앙적 생각을 가졌던 나를 하나님께 회개 드렸다. 자그마한 것 까지도 간섭하시고 나타내시는 하나님의 역사하심 앞에 청년들의 기도가 더욱 불이 붙었고, 그날밤 25명중 23명이 방언을 받는 놀라운 역사를 경험케 되었다. 2명은 이미 방언을 받은 자였기에 모두가 뜨겁게 방언으로 기도하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비를 맞으며 우산을 쓰고 신기한 듯 쳐다보았고, 그러한 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기까지 했다. 그날 저녁 우리들은 서로의 발을 씻겨주며 우리들을 사랑하신 주님의 사랑 앞에 목놓아 울었고, 섬김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던 평생에 잊지못할 감격의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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