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의 회복시간이 빨라졌다. 3개월 남짓 투병하셨는데 3개월이 지난후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가셨던 분이 퇴원 때 걸어서 나오신 것이다. 정말 감사했고 기뻤다. 빨리 회복되신 것도 감사했지만 복음을 받아들이고 주님을 영접하신 것에 대해 너무 기뻤다. 퇴원하시던 날 병원을 나서시면서 이제 교회에 나오시겠다고 약속 하셨다. 아버님을 댁으로 모셔드리고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이튿날 아침 이었다. 본가 어머님께서 급한 목소리로 전화해 오셨다. 아버님께서 밥상을 받으시다가 쓰러지셨고, 대학병원응급실로 가셨다는 것이었다. 부리나케 병원으로 달려갔는데 응급실 침대 위에는 이미 흰 시트가 덮여져 있었다. 아버님께서 소천하신 것이었다. 아침에 신문을 보시며 어머님이 차려다 주신 조반을 드시기 위해 일어서시다가 쓰러지시며 짧은 심장쇼크 후에 돌아가신 것이었다. 그러나 아버님 얼굴을 뵈니 평안하심이 그득하셨다. 그토록 많은 시간들을 하나님 없이 사시다가 짧은 투병의 시간 속에 주님을 영접하고 구원받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되신 것을 생각하니 아버님을 뵐 수 없음으로 인한 슬픔보다 감사가 넘쳤다. 장례 일정이 시작되고 집안사람들이 조문을 오면서부터 심상치 않는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아버님의 돌아가심이 바로 윗분이신 백부님 때문이란 것이었다. 어머님, 동생들까지도 백부님에 대한 원망과 증오로 인해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더욱이 아버님의 죽음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주먹생활의 편력이 있는 나에게 통쾌한 앙갚음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런 상황을 알았는지 제일먼저 달려오셔야 할 백부님께서 장례 첫날이 지나도 오시지 않으셨다. 이튿날 오전에야 비로소 백부님의 식구들이 조문을 오시기 시작했다. 조문대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할 때 많은 집안사람들의 원망과 백부님 가족들을 향한 보복의 행위를 요구하는 시선들이 나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조문하시는 백부님을 바라보며 분노가 일어나야 할 마음에 오히려 긍휼의 마음이 일어나고 있었고, 재물을 향한 집착 때문에 마땅히 사랑하여야 할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연약한 백부님을 향한 중보의 기도가 저의 입술에 담아지고 있었다. 어머님과 동생들의 ‘오빠는 바보야!’라고 외쳐대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도는 계속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고 놀랐다. 당연히 한바탕 소동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들이 생각했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 나를 승리케 하신 사건이었다. 비록 소천하신 아버님을 뵐 수 없는 슬픔의 자리였지만 이토록 사랑해야 할 가족관계를 가르고자하는 어두움의 세력들로부터의 승리하는 시간들 이었다. 아버님과 백부님의 관계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많은 조문객들 앞에서 하나님 사랑의 승리가 증거 되는 시간이었다. 오히려 나는 감사했다. 백부님의 가족들을 긍휼히 여길 수 있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마지막 하관예배가 장지에서 진행될 때 하나님께서 눈을 열어 아버님의 소천하신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이토록 놀랍게 역사하신 하나님께 감사! 감사를 드릴 것 밖에는 없었다. 모든 장례의 일정이 끝이 나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기도하게 하신 것들을 하나님께서 다 이루고 계셨던 것이다. 더욱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교회를 섬기며 살아가는 것이 참으로 신이 난 삶이었다.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었고,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복음을 전했다. 그동안 세상가운데서 알았던 많은 친구, 선배들이 나의 변한 모습을 보며 교회를 다녀간 분들이 많았었다. 그들이 교회에 머물든, 머물지 않든간에 내가 믿는 예수를 발견하고 신앙의 삶을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감격적인 사건들이었다. 그러한 구원의 감격과 기쁨으로 지내던 어느날 앞서 소개했던, 하나님께로 돌아온 친구와 찬양문화가 부산 땅에 정착되지 않았던 1980년 초에 기도하는 가운데 구덕실내 체육관에서 찬양집회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가수이셨던 현미집사님, 임희숙 집사님, 지금은 Jazz가수로 잘 알려진 윤희정 집사님, 미국 템파에서 사모로, 전도사로 사역에 열심 하시는 방은미 전도사님, 이 네분을 모시고 찬양집회를 열게 되었다. 기획을 하면서 기도로 준비했다. 시간만 나면 영도, 지금의 고신대학 밑에 있었던 기도원을 찾아 기도하며 준비했다. 당일 2500여명의 무리들이 자리를 채웠고, 함께 찬양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네분의 찬양시간이 다 끝이 나고 계획에 없었던 친구를 통기타를 메워 무대 위로 올려 보내었다. 사실 이 친구는 2회 대학가요제 부산대표로 나갔던 친구로서 원래 음악에 달란트가 있었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날 놀라운 역사가 일어났다. 친구는 424장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고, 2500여 무리들이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다. 말 그대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비록 뒤늦게 예수 믿고 얼마 되지 않은 신앙이었지만 그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게 되었다. 감격이었다. 나 역시 눈물 콧물 범벅이 될 정도로 울었다. 그 눈물은 분명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었다. 오랫동안 하나님 밖에서 방황하던 무지하고 무약한 자를 부르셔서 하나님의 은혜를 전하는 통로로써 쓰고 계심을 보며 감사의 눈물을 쏟아놓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찬양을 마치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박수소리가 우뢰소리와 같았다. 이날 특별히 찬양을 반주해주던 분들 가운데 트럼펫을 부셨던 지금은 소천하신 박봉구 성도란 분이 계셨다. 연세가 60대 중반이셨고 평생을 음악연주생활을 해 오신 분이셨다. 트럼펫 주자로서 비록 부산에 머물러 계셨지만 대단한 실력자이셨고, 많은 음악인들에게 인정을 받으시던 분이셨다. 늦게 예수를 믿고 교회를 다니셨던 분이셨다.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신 것이 자신의 남은 인생의 소원이라면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얼마나 진지하게 말씀하셨든지 지금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그날 그 집회에 트럼펫을 연주하게 되었다고 어린아이와 같이 기뻐하시며 웃으시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다. 집회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병으로 소천 하셨지만 평생을 자신을 위해 살아왔던 연주생활을 인생을 마감하시기 앞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연주로 삶을 정리하셨다는 사실에 참으로 감사했던 한 사건이기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