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 나라’ 찬양의 가사가 내 삶의 고백이요, 증거였다. 삶의 상황은 염려 투성이의 삶이요, 어려움의 연속된 형편이라 낙심하고 좌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마음 깊이 흐르는 평안의 강이 삶에 대한 두려움들을 잊게 했고, 어쩌면 무능한 자같이 주어진 현실들을 잊게 만들었다.
(요14:27)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은 많은 것들을 깨닫게 하셨고, 더욱 하나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하셨다.
당시 나의 집은 방 두 칸짜리 이층집에 세 들어 살고 있었는데 연탄을 때는 온돌방이었다. 간혹 갈라진 구들로 연탄가스가 새어 나와 자고 일어난 아침에 머리를 아파했던 일이 종종 있었다. 변함없이 산 기도를 다니던 어느 겨울이었다. 그날도 밤11시경 집을 나와 전도사님과 함께 70인 바위로 올라갔었다. 도착해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경건회를 드리고 기도를 시작했었는데 새벽 4시경이었던가 기도 중에 이상하게 집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다. 그냥 기도하자는 전도사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하산 했다. 전도사님도 마지못해 따라 내려오게 되었다. 함께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눌렀으나 답이 없었다.
그날따라 보름달이 어찌 그렇게 환한지 온 주위가 환했다. 몇 번을 눌렀으나 답이 없어 담을 넘어 들어가게 되었는데 담을 넘어 이층 계단으로 올라갈 즈음 부엌 쪽의 문이 열리며 아내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그리곤 내 앞에 와서 풀썩 쓰러지는 것이었다. 순간 ‘연탄가스중독’ 이란 단어가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얼굴이 백지장 같았고, 손발이 시신처럼 싸늘했다. 당황했다. 두려웠다. ‘혹시?...’ 들쳐 업고 병원을 가고자 행동했는데 갑자기 전도사님께서 기도하자고 제 손을 붙들었다. 화가 났다. 지금 어쩌면 사경을 헤매고 있을 줄 모르는데 기도하자니 정신 있는 사람인가?... 그런 생각도 잠시 전도사님이 쥐고 계신 그 손이 사람의 힘이 아닌, 그 무언가 항거할 수 없는 강력한 힘으로 느껴지며 집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방안에 들어가 아내를 누이고 그 얼굴을 보는 순간 두려웠다. 그러나 기도하자는 전도사님의 재촉 소리에 아내의 손을 붙들고 간절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얼마를 기도했는가?... 알지 못함 속에 눈을 뜨고 아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백지장 같은 그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다. 입술이 발개지고, 귓볼이 붉게 물들어졌다.
잠시 적막이 흐르는듯 하더니 아내가 고개를 털며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 아내를 보며 기뻐함도 잠시 문득 아이들이 생각났다. 아내가 이 정도면 아이들은?... 부엌 방문을 걷어차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고 아이들을 보는 순간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아이의 잠들어있는 모습이 그렇게 평온할 수 없었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쌔근쌔근 귀엽게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나님 감사 합니다’ 또 한번의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순간 순간의 삶 속에 살아계신 하나님을 의식하며 살도록 일깨우시는 하나님의 싸인 이셨다. ‘하나님 정말 무지한 저를 깨닫게 하시고, 하나님을 신뢰함으로 연약한 자리를 이기게 하신 것 감사드립니다.’ 하루 하루의 연속된 고백이었다.
그 즈음 집 안방에서 전도사님을 모시고 개척을 시작했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성경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많은 분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점심을 대접한다는 것이 현실상 너무 힘들었다. 개인의 생활도 꾸려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30여명)들의 식사까지도 챙겨 드려야 할 형편이었기에 참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인간의 생각이었고, 늘 필요를 채우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했다. 벳세다 광야의 오병이어의 기적이 달리 기적일까? 역사를 초월하여 주님께서 이루고 계셨다. 작은 것들의 신음을 통해 많은 것들로 나누게 하시고, 거두게 하시는 하나님의 방법과 역사를 그 즈음 경험하면서부터 나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에든지 늘 하나님께 심는 믿음으로 사역을 해오고 있다. 언젠가 성경공부를 하러 오시는 한분이 어항을 가져다가 부엌방과 안방을 잇는 작은 마루에 두시고 열대어를 넣어 두셨다. 그런데 어항속의 열대어들이 잘 자라도록 물속 온도를 따뜻하게 유지시키는 전열기가 어느날 고장이 나버렸다. 고칠 수도 없었고 새로 사야할 처지였지만 당시 어려웠던 형편에 그 전열기 하나 산다는 것도 부담이 되어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잊고 있었다. 그 때가 겨울이었는데 하루는 산 기도를 다녀와서 아침에 무심코 그 어항을 보게 되었는데 어항 수면 위가 살얼음으로 얼려져 있었다. 당연히 수온이 낮아져 물속에 있던 열대어들은 죽었다고 생각하여 어항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열대어종 가운데 태성어류인 한 종류의 고기가 새끼를 낳았는데 수천마리의 점 같은 작은 것들이 힘차게 유영을 하고 있었다. 낮아진 수온으로 인하여 죽을 수밖에 없던 환경과 관계없이 힘찬 생명의 약동을 하고 있었다. 순간 어항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참으로 어려운 현실 앞에 위축된 마음으로 염려와 불안으로 흔들리는 저에게 작은 미물인 물고기를 통해서 깨닫게 하여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저의 삶이 이렇듯 환경을 초월한 생명력 있는 삶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무지함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여전히 일상의 삶 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 이셨다. (고후4:7~10) ‘우리가 이 보배를 질그릇에 가졌으니 이는 능력의 심히 큰 것이 하나님께 있고 우리에게 있지 아니함을 알게 하려 함이라 우리가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 싸이지 아니하며 답답한 일을 당하여도 낙심하지 아니하며 핍박을 받아도 버린바 되지 아니하며 거꾸러 뜨림을 당하여도 망하지 아니하고 우리가 항상 예수 죽인 것을 몸에 짊어짐은 예수의 생명도 우리 몸에 나타나게 하려 함이라’ 정말 하루하루의 삶 자체가 하나님의 가르치심이셨고, 그 하나님을 경험하는 그 시간들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힘 그 자체였고,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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