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전도사님께서 내 손을 잡아 주시지 않았다면 계속 기도 속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그토록 긴 시간을 울며 기도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신기했다. 내 힘으로 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기도를 마친 후 마음 깊이 솟구치는 기쁨이야말로 정말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것이었다. 3일 간의 기도 속에 놀라운 체험을 한 시간들이었지만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30만원으로 인한 염려는 계속 머물러 있었다. 좀더 기도하고 내려가자는 전도사님의 요청을 뿌리치고 내려오게 되었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리자마자 집으로 전화를 했다. 30만원의 문제 시한이 지났기 때문이었다. 아내와 통화를 하는 순간 그 자리에 경직되어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나를 형사문제로 고소하려던 그 분이 자신의 돈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 놓았던 것이다. 순간 온몸이 고압전류로 감전된듯 했다. ‘정말 하나님께서 나의 기도를 들어 주셨구나!’ ‘하나님 감사 합니다’ 마음 깊이 외쳐졌다. 그날 이후 전도사님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날 전도사님께서 교회를 개척하자고 요청해 오셨다. 결국 사글세방이었던 저희 집 안방에서 교회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전도사님은 부산의 모 신학교에 야간으로 재학 중이셨다. 하루 일과를 학교가신 시간 외에는 거의 함께 지내는 시간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시면 밤11시경 함께 금정산 중턱에 있는 70인 바위로 산 기도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하루 이틀, 열흘, 한달, 비가 오는 날도 변함없이 올라갔다. 그렇게 시작되어진 시간들이 결국 저를 훈련하시는 하나님의 계획이 있으셨음을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었다.
힘든 야간 산행이었지만 하루 이틀 지속하면서 즐거웠다. 찬송하며 올라가는 한시간여 걸리는 산길에는 우상을 숭배하는 자들의 징과 목탁 소리들이 귓전을 울렸고, 그 사이를 지나면서 더욱 큰 소리로 힘차게 찬송을 드렸다. 기도의 동산 70인 바위, 그 곳을 향하여 나아가는 이 길이 어쩌면 주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의 인생이라고 느껴졌다.
온갖 타락과 유혹, 기복을 위한 우상숭배에 빠져있는 많은 이들의 영적 어두움의 시간들... 그 속에 참 생명을 가진 자로 진리의 길을 걸어가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인생임을 느끼며 고독할지라도, 외로울지라도 함께하신 주님을 바라보며 힘차고 담대하게 걸어가야 할 사명의 인생임을 밤마다 올라 다니는 기도의 산행 속에 깨닫고 결단하게 하셨다. 처음 올라 갔을 때는 기도를 도무지 할 수 없었다. 눈만 감으면 앞이 캄캄했고, 도대체 입이 열려지지 않았다. 그저 죄인임을 고백하는 기도 외엔 드릴 기도가 없었다. 몇 십분 기도하고 침낭 속으로 들어가 잠을 자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전도사님은 잠들었던 내가 다음날 아침 해가 뜨고 나서 일어날 때까지 기도하셨다. 왠지 많이 부끄러웠다. 하나님께 다시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아버지! 참으로 하나님을 떠나있던 시간 속에 돌이킬 수 없는 많은 부끄러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 시간들 속에 저질러졌던 범죄로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일이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고 사죄해야 하겠지만 찾을 수 없는 분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이제 저에게 은혜를 주셨사오니 그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게 하옵소서! 중보의 기도를 드릴 수 있도록 기도의 입술을 열어 주옵소서! 밤거리를 배회하는 많은 영혼들이 범죄의 자리로 쓰러져갑니다. 저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옵소서! 저를 기다려 주셨고, 때가 이르매 구원의 은혜를 베풀어 주셨듯이 저들 또한 구원의 감격을 가지고, 하늘나라의 놀라운 것들을 누리며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이러한 기도를 반복하여 드리던 어느날 입술이 열려지기 시작했고 그날도 변함없이 70인바위를 전도사님과 함께 찾았고, 간단히 경건회를 드리고 각자의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기도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그 무언가의 힘에 이끌려 입술이 움직여지기 시작했고, 뱃속 깊은 곳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솟아 나옴을 느꼈다. 지나온 삶들이 주마등 같이 머릿속을 스치며 그 삶들을 두고 회개하고 있는 듯 했다. 눈물들이 장대비 같이 쏟아지며 부끄러움을 하나님께 용서 구하고 있었다. 하나님은 그 밤에 나를 변화시키시고 계셨다.
야곱이 얍복강가에서 기도했듯이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놀랍게 경험하는 축복의 시간들이었다. 놀랍게도 그 기도의 시간들은 밤을 새우고 있었다. 아침을 맞은 저에게 놀라운 경험을 하나님께서 하게 하셨다. 70인 바위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찬양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 감격적인 모습이었다. 바로 이 아침이 브니엘의 아침이었다.
(시 69:34) “천지가 그를 찬송할 것이요 바다와 그 중의 모든 동물도 그리할지로다”
(시 150:6) “호흡이 있는 자마다 여호와를 찬양 할지어다 할렐루야”
기뻤다. 감사했다. ‘하나님 사랑합니다’ 터져 나오는 부르짖음을 절제 할 수가 없었다. 전도사님이 내 곁으로 뛰어왔고, 함께 손을 붙들고 울며 기도하며 뒹굴었다. 너무나 기뻤다. ‘하나님이 살아계십니다. 하나님이 저에게 나타내셨습니다.’ 울음 담긴 목소리로 전도사님을 향해 외쳤다. 정말 그 아침은 제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토록 하나님을 경험하면서도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했던 광야세대 이스라엘 마냥 무지한 나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을 가슴쳤던 시간들이었고, 이제 남겨진 내 생애 위에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갈 것을 결단하는 시간이었다.
늦은 아침까지 그러한 감격 속에 70인 바위에 머물렀었고, 하산했다. 집으로 돌아왔을 때 현실은 변함없었지만 모든 것이 달라 보였다. 어려운 현실 때문에 염려하던 나의 마음이 눈이 녹듯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하나님만을 신뢰하는 긍정의 마음,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가진 것 없었어도 환경에 아랑곳 하지않고 마음속에 충만한 기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는 하루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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