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와 국민일보가 공동으로 조사한 최근 설문결과에 따르면, 기독교인들은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으로 힘써야 할 부분은?”이란 질문에 대해 46.9%가 사회복지라고 대답하였다(국민일보 2007년 6월 16일자 참조). 이러한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은 한국교회가 양적성장, 교파주의, 개교회주의의 부정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한국사회에서 순기능을 해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복지 분야에 있어서 교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왔는지에 대해서 의문이다.
안타깝게도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내지 못하고 있는 기성교회의 현실을 알고 있는 이단들이 오히려 국내외의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그 영향력을 확장해 나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몰몬교, 통일교, 구원파, 안상홍증인회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사회봉사활동을 매개로 하여 활발하게 포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사회봉사활동은 순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종교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저개발사회의 구성원들은 우리처럼 이단과 정통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단체가 자신들의 사회를 위한 순기능을 하고 있느냐가 관심일 뿐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단들은 세계 곳곳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통해 해당 지역사회에 침투하고 있다. 종교적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사회도 ‘비윤리적 정통’보다는 ‘윤리적인 이단’을 오히려 선호하는 현실이다. 아직도 한국사회는 이단과 정통의 문제를 단지 종교 간의 교리적 갈등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많으며,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정통’보다는, 사회봉사에 열심인 ‘이단사이비’에 대해 한국사회가 더 호감을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부산경남지역처럼 기독교세가 열악한 지역에서는 더욱 심각하며, 세계선교현장도 이러한 상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예를 들면, 청년문제가 심각한 몽골에서는 사회봉사를 앞세운 몰몬교, 안식교, 통일교, 안상홍증인회가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몰몬교를 이단으로 규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몬교를 연구할 때 항상 씨름하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그들의 ‘가정중심의 생활’ ‘사회봉사강조’ ‘윤리적 엄격함’에 대한 교리와 실천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기성교회가 급격히 잃어가는 이러한 가치들에 대한 강조를 통해 몰몬교는 꾸준히 기성교회에 도전하면서 자신들의 종교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는 한편 또한 사회적 공신력도 얻어가고 있다. 이는 안식교의 경우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안식교가 사회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데, 왜 이단이라고 하느냐는 문의가 국내외적으로 있다. 특히 안식교는 한국전래 초기로부터 의료, 출판, 교육사업 분야에서 많은 공헌을 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물론 안식교는 이미 1915년 제4차 조선예수교장로회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된 바 있다. 그리고 1998년에는 이러한 규정에 의하여 안식교에 대한 관련성으로 한 장로교회 장로가 출교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신학대학협의회에 안식교계통의 삼육대학교가 정회원으로 있고, 모든 가입 교단의 교수들이 안식교 교수들과 만나고 학술토론을 갖는 현실은 일반교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하는지 고민이다. 이단관련문제가 신분이나 직제에 따라 선별처리 될 수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안상홍증인회는 우리 교회의 주기도문과 비슷한 하나님의 교회 기도문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안상홍님, 아버지께서 강림하실 날은 임박하였사오나 우리들은 아무 준비도 없사오니 아버지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아버지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아버지 강림하실 날에 부족함이 없이 영접하게 하여 주옵소서. 아버지, 안상홍님의 이름으로 간구하옵나이다” 우리의 실소를 자아내는 이러한 종교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안상홍증인회의 존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활발한 사회봉사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중앙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창 등을 받아오고 있다. 안상홍증인회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통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몽골신문에는 안상홍증인회의 사회봉사활동에 관한 기사가 게재되고, 아프리카의 한 대통령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하나님의교회를 찾기도 했다. 안상홍증인회를 비판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나라로부터 대통령표창을 비롯하여 많은 상장들을 받았는데 왜 자신들이 이단이냐고 반문한다. 안상홍증인회의 신학원에서는 40학점의 이단학을 가르치는데 그 중 20학점을 개신교에 할애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들이 아니라 기성교회가 이단이라는 주장이다.
사회봉사활동에 힘을 쏟는 이들 이단단체들은 예전에는 한국교회의 눈을 의식하고 한국교회의 인정을 받기위해 나름대로 노력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한국교회로부터 그 교리적 정통성을 인정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변 사회의 공신력을 인정받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교회가 아무리 자신들을 교리적으로 이단으로 규정해도, 더 많은 비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기성교회를 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평양에서 대부흥운동의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한 지 백년이 되는 해를 맞으며, 부흥의 불길을 이 땅에 새롭게 일으키기 위해, 교회와 가정이 성경말씀대로 회복되기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해 교회안팎의 이단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단들보다 더욱 경건하고 윤리적이어야 함을 사회봉사활동에 열심인 이단들을 통해 느끼게 된다.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해야만 한다 (The Church Reformed & Reforming). 개혁을 멈춘 교회는 더 이상 개혁교회가 아니다. 우리들이 주님 안에서 더욱 새로워지고 더욱 순결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사회봉사활동을 하며 포교하는 이단사이비 단체들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다.
세계의 선교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에게도 이제는 복음전도와 함께 해당 지역사회봉사에 대한 선교전략의 수립과 실천이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이단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한 조건이 되었다. 세계선교뿐만 아니라 북한선교와 지역사회선교에 있어서도 교회의 사회봉사가 없다면 이 모든 선교사역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다시 서는 것, 바로 이것이 세계를 복음화하고 이단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는 것을 이단들의 사회봉사활동을 통해서 배울 수밖에 없는 서글픈 현실이 안타깝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