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월간<현대종교> 편집인
이단의 리모델링 vs 정통의 자기개혁 최근의 이단들은 ‘창교형’(創敎型)보다는 ‘개조형’(改造型)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해방 후 본격화된 한국신흥종교운동연구에 있어서 전북대학교 철학과 교수였던 이강오의 연구결과가 단연 돋보인다. 이강오는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지역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연구에 평생을 바쳤고, 마침내 1992년 「韓國新興宗敎摠監」이라는 책을 발간함으로써 한국 신흥종교연구의 한 획을 그었다. 그 이유는, 그가 한 지역의 신흥종교운동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이지만, 놀랍게도 그 유형분류와 개념화에 있어서, 유럽과 북미의 종교사회학자들이 한 세기에 걸쳐 연구해온 그 논의의 수준을 넘어서는 탁월함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는 가장 한국적인 연구가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실례 보여준다. 이강오는 가장 먼저 한국 신흥종교운동의 메카인 대전의 계룡산과 전주의 모악산에 모여 지상천국을 소망하던 ‘유사종교단체’들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다. 이강오는 이들의 경전들은 물론이고, 직접적으로 교주들과 신도들을 만나 그들의 교리와 생활을 연구하였으며, 그의 연구의 객관성을 위해서 이탈자들을 만나 인터뷰도 하였다. 이강오, 「韓國新興宗敎摠監」(서울: 도서출판 대흥기획, 1992, 5.) 이강오에 따르면, 그는 30여년에 걸쳐 340여개의 신흥종교단체를 조사하였고, 이러한 연구의 결과물이 바로 「韓國新興宗敎摠監」인 것이다. 이강오는 이러한 신흥종교운동들의 유형을 創敎型, 改組型, 分派型, 調合型, 企業型(僞造型)으로 분류하는데, 이러한 이강오의 분류법은 놀랍게도 서양의 종교학자들의 한 세기에 걸친 논의를 뛰어 넘는 훨씬 다양하고 정확한 분류법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창교형’은 ‘독창적인 교의를 가지고 새로운 교단을 만든 것’으로, 21세기 후반 미국의 신흥종교연구의 대표적인 종교사회학자들인 스탁(Rodney Stark)과 베인브릿지(William Bainbridge)의 ‘컬트(cult)’개념과 유사하며, 둘째로, ‘개조형’은 ‘기성종교 가운데 어떤 한 교단의 교의를 교주 나름대로 새롭게 고쳐 교단을 만든 것’으로 ‘섹트(sect)’의 개념과 비슷하고, 셋째로, ‘분파형’은 ‘이미 만들어진 교단에서 교의는 그대로 둔 채 외형만을 바꾼다거나 운영형태만 달리하여 이루어진 교단’을 가르키는 것으로 ‘교파(denomination)’의 개념과 비슷한 것을 알 수 있다. 나아가 이강오는 ‘조합형’은 ‘이 교단 저 교단의 교의를 적당히 조합하여 이루어진 교단’을 가리키며, ‘기업형’이란 생업을 목적으로 교단을 임의로 만든 것을 가리키는데 일종의 사이비종교라고 할 수 있다고 그의 분류유형을 확장하고 있다. Ibid., 9. 이와 함께, 이강오는 이들 신흥종교단체들의 교리에 있어서, 말세론(종말론), 지상천국론과 종주국론, 교주의 신격화, 그리고 신비체험과 치병론을 그 공통점으로 들면서, 이들 종교단체들의 사회적 역기능을 설명한다. Ibid., 9-10. 탁지일(Ji-il Tark), 《Family-Centered Belief and Practice in The Church of Jesus Christ of Latter-Day Saints and the Unification Church》 (New York: Peter Lang Publishing, Inc., 2003), 1-31 참조. 특히 이강오가 주장하는 신흥종교 성립의 기본요건을 보면, 북미 대표적인 신흥종교운동연구 기관인 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의 The Center for the Study of Religion의 연구 결과와 놀라운 유사성을 보여준다. 이는 신흥종교운동들이 문화와 지역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인 종교적 특성들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캘리포니아대학교 종교학부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의 신흥종교운동들에 대한 연구를 위해, ‘예언자(prophet)’ ‘약속(promise)’ ‘(계획)plan’ ‘(가능성)possibility’ ‘(장소)place’의 다섯 가지의 효과적인 연구 영역을 설정한다. 즉, 모든 종교운동의 시작은 예언자(prophet)를 필요로 하며, 이 예언자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약속(promise)과 이 약속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plan)을 제시하며, 이 종교운동의 성패의 가능성(possibility)는 주변 사회적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마지막으로, 이 종교운동은 그들의 교리를 자유롭게 실천할 수 있는 장소(place)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John K. Simmons and Brian Wilson, 「Competing Visions of Paradise: The California Experience of Nineteenth-Century American Sectarianism」(Santa Barbara, CA: Fithian Press, 1993), 9-21. 이강오도 역시 그의 연구를 통해, ‘구세주의 출현(prophet)’ ‘종래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교리(promise)’ ‘이상세계의 개벽(plan)’ ‘사회적 상황(possibility)’ ‘신도의 이탈을 막기 위한 일정한 근거지로서의 집단신앙체(place)’를 한국 신흥종교단체의 공통점으로 들고 있다. 이강오, 「韓國新興宗敎摠監」, 35-39. 이강오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도 세계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한국의 신흥종교운동을 바라본 ‘Think Globally, Act Locally’의 한 전형이었다. 이강오의 분류법을 참조해 보면, 현대 기독교 이단은 특징은 ‘창교형’보다는 ‘개조형’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우리 주변의 비정상적인 이단을 비교적 쉽게 분별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부분적인 교리수정 혹은 성경말씀의 가감을 통해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의 이단연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단들의 리모델링에 대처하는 길은 정통교회의 개혁뿐이다. ‘이단의 발흥’과 ‘교회의 개혁’은 동전의 양면이다. 교회의 역사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끊임없이 개혁되고(reformed), 또한 항상 개혁하기를(always reforming) 멈추었을 때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초대교회의 신실한 신앙의 선배들은 박해와 ‘순교’의 시기가 끝나자 하나님 앞에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 ‘금욕주의적인 삶’을 살기위해 노력했고, 또한 이러한 삶을 조직화 체계화한 ‘수도원운동’을 통해 하나님과의 신비로운 연합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중세교회가 하나님 앞에 새로워지기를 중단하였을 때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그 후 채 백년이 지나기도 전에 종교개혁교회 마저도 하나님의 말씀으로부터 멀어졌을 때, 교회에는 ‘경건주의운동’과 ‘복음주의적 각성운동’이라는 새로운 신앙운동을 필연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교회의 역사는 항상 새로워지는 교회가 참된 개혁교회의 표징인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교회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되어지지 못할 때,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할 수 없고, 이단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도 없다. 교회가 그 사명을 감당하지 못할 때, 어김없이 이단은 언제나 교회로부터 발생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빛을 가리고, 주님의 몸 된 교회를 분열해온 것을 이천년 교회의 역사는 우리에게 교훈으로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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