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지일 교수- 부산장신대학교 교수, 월간<현대종교>편집인
윤리적인 이단 vs 비윤리적인 정통
지난 2005년은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몰몬교)가 한국에 전래된 지 반세기가 되었고, 최근 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몰몬교의 최고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전쟁 시기에 포교를 시작하여, 그 교세가 지속적으로 성장해오고 있는 몰몬교는 가장 미국적인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이유인지는 몰라도 몰몬교는 미국의 보수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200여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왔고, 또한 미국의 정치·문화적 영향을 받는 나라들(독일, 일본, 필리핀, 한국 등)과 백인우월주의 경향이 있는 나라들(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성공적으로 포교가 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유창한 한국말과 함께 검은색 명찰을 달고 두 사람이 짝을 이루어 다니며 영어공부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몰몬교의 젊은 자비량 선교사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성장에 근거하여, 몰몬교 안팎의 종교사회학자들은 몰몬교가 기독교 관련성을 주장하는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하나의 종교(a religion)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자신 있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몰몬교의 지도자들은, 정통교회와의 심각한 교리적·실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기독교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하나의 참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몰몬교를 이단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몬교를 접할 때마다 항상 씨름하는 문제가 있는데, 바로 그들의 ‘가정중심의 생활’ ‘사회봉사강조’ ‘윤리적 엄격함’에 대한 철저한 교리와 실천이다. 최근의 한국사회가 급격히 상실해가는 이러한 주제들에 대한 강조를 통해 몰몬교는 꾸준히 기성교회에 도전하면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는 한편 또한 사회적 공신력도 얻어가고 있다. 미국내의 몰몬교도 집중 거주지는 이혼율이 가장 낮고, 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들이다. 현대사회는 ‘비윤리적인 기성교회’보다는 ‘윤리적인 이단’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들이 교리적인 잣대를 가지고 이단을 손가락질 하는 동안, 더 많은 손가락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우리를 향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봉사하는 이단 vs 이기적인 정통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안상홍증인회)는 우리 교회의 주기도문과 비슷한 하나님의 교회 기도문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안상홍님, 아버지께서 강림하실 날은 임박하였사오나 우리들은 아무 준비도 없사오니 아버지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고 아버지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거듭나게 하사 아버지 강림하실 날에 부족함이 없이 영접하게 하여 주옵소서. 아버지, 안상홍님의 이름으로 간구하옵나이다’ 우리의 실소를 자아내는 이러한 종교생활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안상홍증인회의 존재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활발한 사회봉사활동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히려 중앙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과 국무총리표장 등을 받아오고 있다. 하나님의교회 신학원 교과과정에는 이단관련 과목이 있는데, 총 이수해야할 학점이 40학점이며, 그 중 20학점이 개신교에 관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개신교가 이단인 것이다. 안상홍증인회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교회를 어지럽히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회),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문선명) 등은 모두 사회봉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예전에는 한국교회의 눈을 의식하고 한국교회의 인정을 받기위해 나름대로 노력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한국교회로부터 그 교리적 정통성을 인정받기보다는, 오히려 주변 사회의 공신력을 인정받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이들은 교회가 아무리 자신들을 교리적으로 이단으로 규정해도, 더 많은 비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이기적인 기성교회를 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화하는 이단 vs 감소하는 정통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의 해외의 다양한 이단사이비단체들이 한국포교를 시도해오고 있다. 몰몬교, 안식교, 여호와의 증인처럼 때로는 성공적으로 정착한 단체들도 있으나, 반면 섹스교나 극단적 종말론처럼 한국사회와의 문화적 갈등과 공권력의 개입으로 인해 그 자취를 감춘 경우도 있다. 이들 중 정착에 성공한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한국교회에 심각한 도전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의 기현상은 한국이 ‘이단사이비 수입국’으로부터 ‘이단사이비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이민사회가 양적으로 성장하는 것과 비례하여, ‘한국이단들의 세계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은, 통일교에서 배운 그대로,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각 나라의 사회와 교회에 그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고 있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문선명), 세계복음화전도협회(류광수), 만민중앙교회(이재록),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 베뢰아아카데미(김기동) 등의 단체들이 최근 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국이민사회와 교회가 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한국산 이단사이비단체들이 독버섯처럼 성장하고 있다. 성서와 기독교역사는 교회의 성장과 부흥의 때가 곧 이단의 발흥의 때인 것을 우리에게 증언하고 있다. 이단들의 성공적인 세계화와 비교할 때, 최근의 통계에서 보여주는 교회의 성장 둔화와 감소는 이단대처와 자기개혁의 문제와 씨름하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화하는 이단에 대처할 수 있는 국제적인 이단대처네트워크의 건설이 시급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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