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간이 지닌 가장 원초적 욕망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이 욕망은 특정 민족이나 종족에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인종과 종족을 초월한 모든 시대의 동일한 보편적 욕망이라고 한다. 그래서 미(美)에 대한 인식은 달라도 미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노력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는 흔히 성형수술을 현대 의학의 산물로만 생각하지만 사실 성형 수술은 고대 이집트나 인도에서도 행해졌고, 로마시대에는 성행한 풍조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기원전 3000년 경 이집트에선 당시 기술로는 믿어지지 않을 수준의 성형 수술을 시행했다고 기록에 남아 있다. 주로 코뼈나 턱 골절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이었는데, 당시 미신이나 주문이 아닌 도구를 이용해 사람을 치료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로 알려진 고대 이집트의 기록은 가장 오래된 최초의 성형 수술에 대한 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기원전 500년 경 인도에서 처음 시행된 것으로 알려진 성형수술은 보다 정교했다. 당시 인도에는 수쉬루타라는 의사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시행한 성형 수술에 대한 기록을 산스크리트 어로 남겨 놓았다. 이 당시 벌을 받거나 보복을 당해 얼굴이나 신체의 일부가 절단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쉬루타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몸의 다른 조직, 곧 이마나 뺨, 엉덩이 등을 이용해 훼손되거나 절단된 귀나 코를 복구하였다고 한다.
동로마 비잔틴에서 활약했던 오리바시우스(Oribasius)는 현대 성형 혹은 정형 의학에 크게 기여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전쟁이나 사고로 인해 불구가 된 사람들을 시술했는데 얼굴이 크게 망가진 경우라도 봉합 수술을 통해 원상복구 시키기도 했다고 한다.
물론 현대화된 성형수술은 의학적 뒷받침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후기에 발전된 것이지만, 자신의 외모를 더욱 아름답게 가꾸려는 노력은 고대사회에서부터 있었고, 그 집념은 그 어떤 것 보다 집요한 것이었다. 성형수술이 크게 발전된 것은 18세기 이후이고 특히마취술의 개발은 19세기 이후 성형수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게 된다. 미국의 의사 존 로(John Roe)는 마취 기술을 이용해 코 성형을 시술한 최초의 전문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성형수술을 통해 “인간 신체를 더 아름답게 꾸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미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의학적으로 뒷받침했다. 그래서 그는 현대 성형수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미에 대한 관념은 달랐지만 미는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것이었다. 이 끊임없는 욕망이 인간의 의복과 치장, 곧 복식(服飾)과 화장, 그리고 허영의 역사를 엮어왔다. 이런 점에서 ‘아름다움에의 추구’는 인간의 역사와 문화의 중심을 이루는 근본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 기독교 전통에서 여성이 외형을 치장하는 것에 대해는 부정적이었고 혐오하기까지 했다. 심지어는 “여성의 몸은 음란하고 인류 원죄의 근원이며, 인간(남성)을 완덕의 길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하면서 외모를 꾸미거나, 화장을 비판했다. 10세기 프랑스의 클루니 수도원의 제2대 원장이었던 오도(Odo, 879-942)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피부 속까지 미치지 않는다. 만약 남자들이 여자의 피부 속을 볼 수 있다면 구토를 일으킬 것이다. 손으로 가래나 똥을 만지지 않는 우리가 어떻게 이 ‘분뇨 주머니’를 껴안을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아마도 독신으로 살았기에 그런 생각을 했을지 모르지만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다면 이런 정도까지 비현실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그 만큼 여성이 지닌 내면의 욕망을 인식하지 못했다. 오도의 인식은 사양전통의 기독교 여성관을 반영하고 있는데, 여성이야 말로 아담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했고, 헤로디아를 통해 세례요한을 죽게 했고, 델릴라를 통해 삼손을 죽음으로 몰고 갔고, 예수 그리스도도 여성에게서 기원한 원죄로 죽었다고 하여 여성을 폄하했고, 여성의 육체를 혐오스럽게 여겼던 것이다. 이런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교부가 테르툴리아누스(Tertullanus)였다. 그는 뱀을 악마와 동일시했고, 이브(하와)를 유혹자로 간주하여 외모를 꾸거나 치장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언제나 수치심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라노의 주교였던 암브로스(Ambrose, c. 339-397)는 여성을 원죄의 원인으로 보았다. 그래서 교부들은 여성의 미용이나 몸치장을 심하게 비난하는 일종의 ‘미용신학’을 전개했다. 여성의 화장이나 베일, 금은 보석, 헤어 스타일, 머리색을 문제시 했으니 성형은 하나님이 주신 신체를 훼손하는 엄청난 범죄로 간주했다.
흥미로운 일은 581년 프랑스 마콩에서 열린 공의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여성은 이성적인 존재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짐승으로 분류되어야 하는가? 여성에게는 영혼이 있는가? 그리고 여성도 인류의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가?”
이런 정도의 부정적 인식이 서양 기독교 전통에 남아 있었지만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사회적 제약만이 아니라 종교적 금기라는 철의 장막을 뚫고 아름다움을 추구했으니 미용과 성형은 인간 본성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60억의 사람들이 살고 있고, 또 수많은 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고 죽었지만 동일한 외모를 지닌 이는 단 한 사람도 없다. 물론 외모나 성격이 유사하고 비슷한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일란성 쌍둥이라 할지라도 일견 똑같아 보이지만 거기에는 상이점이 있고, 각기 다른 독립된 독특한(unique)한 존재이다. 부모나 가족들은 그 다름을 알고 본인들조차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은 일견 유사하지만 사실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저마다 다른 외형과 성격, 특징을 지니고 있어 모두가 특이한 존재이지만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고 사는 이들은 많지 않다. 미인의 대명사로 불리는 중국의 양귀비나 서양의 클레오파트라 조차도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했다고 하니 화장술의 발달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원래 성형수술은 선천성 기형이나 사고, 혹은 재해에 의해 손상된 부분을 회복하는 외상재건 수술로 시작되었으나, 1960년대를 거쳐 오면서 미용 수술 쪽으로 관심이 전환되었다고 한다. 초기에는 성형수술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심지어는 도덕성 논쟁까지 일어났으나 이재는 그런 토론 자체가 낡은 것으로 인식되는 변화를 겪었다. 이제 성형수술은 의학의 발전이 가져온 문화적 혜택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자기 학대나 고문에 해당하리만큼 고통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보면 미용이나 성형의 질주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초기 기독교의 터툴리아누스나 암브로스 만이 아니라 중세의 대표적인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쿠키나스도 이 건에 있어서는 무력했으니 우리 같은 범인이 성형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