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절기로써 교회가 지키는 최대의 명절이다. 흔히 우리는 성탄절을 교회가 지키는 가장 중요한 절기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초대교회에서나 그 이후의 교회전통에서 부활절이 더욱 중시되었다. 이것은 태어난 때보다 죽은 때를 중시하는 당시의 일반적 관례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초대교회에서부터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교회적 관심이 성탄절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이처럼 부활절은 교회가 지키는 중요한 절기이지만 부활절의 유래나 역사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교회가 언제부터 일년 중 어느 특정한 날을 정하여 부활절로 지켜왔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적어도 3세기 이전에는 이에 대한 분명한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또 신약성경 중에서도 부활절을 교회적 절기로 지키며 축일(祝日)로 삼았다는 증거가 없다. 단지 초대교회는 유월절을 기념하는 절기 혹은 행사를 지켰던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고린도전서 5장 7절, 8절에 보면 “너희는 누룩 없는 자인데, 새 덩어리가 되기 위하여 묵은 누룩도 말고 괴악(怪惡)하고 악독한 누룩도 말고, 오직 소전함과 진실함의 누룩 없는 떡으로 하자”하는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신약의 교회가 유월절을 기념하는 절기를 지켰음을 보여주는 암시라고 할 수 있다. 부활절을 영어로는 이스터(Easter)라고 하는 데, 이 말은 앵글로색슨어인 ‘Eastre,‘ 혹은 ’Eastera‘에서 유래하였다. 이 단어는 4월이면 항상 희생제물을 바쳤던 ‘아침을 여는 신’이란 이름의 튜우튼족의 신(神)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유월절을 희랍어로는 파스카라고 하는데, 이 말이 유월절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페사흐(Pesah)에서 유래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부활절은 사도시대 교회가 행하던 유월절 지킴에서 점차 발전해 온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다. 초대교회의 유대교적 그리스도인들은 파스카, 곧 유월절을 지켰는데 그리스도는 참된 유월절 양으로 간주하였으므로 이것이 점차 우리 주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 축제로 차츰 바뀐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 당시에는 금식과 묵상을 중시하고, 유월절을 전후한 예수님의 마지막 한 주간의 사역을 회상하고 그 과정을 재현하는 의식을 행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당시에는 아마도 유월절에 따라 유대력(曆) 니산원(태양력으로 3-4개월에 해당) 14일을 부활일로 정하고, 축하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교회가 해마다 지켜야 한다는 규정이나 관례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부활을 교회의 축일로 지키는 풍습을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이점에 대해서 300년 이후에야 분명한 기록이 있지만, 현재 밝혀진 가장 오래된 증거는 178년 리용(Lynon)의 감독이었던, 이레니우스(Irenaeus)의 기록이다. 그에 의하면 2세기로부터 부활절이 연중행사로 지켜져 왔고, 2세기 말에는 로마 감독 빅톨 1세(Vicktol Ⅰ)는 온 세계가 로마교회가 정한 바에 따라 부활절을 지키도록 호소하였다고 한다. 이레니우스의 증언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할지라도 2세기 초부터 부활절이 지켜졌다는 주장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문이 있다. 2세기 초에 활동했던 속사도교부(Apostolic fathers)들의 문헌에서나 2세기 초, 알렉산드리아에서 씌어진 것으로 보는「디다케」(Didache)는 초대교회의 생활과 예배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인데, 이 책에서도 해마다 어떤 날을 교회적 축일 혹은 기념일로 지켰다는 언급이나 암시가 없다. 유대인 트리포(Trypho)는 기독교인들이 유대절기들이나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했는데, 이 점은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특정한 날을 교회적 절기로 지키는 것이 공식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불 수 있다(Justin Martyr, Trypho, X). 이 정보를 제공해 주는 저스틴은 125년경 출생하여, 166년경 순교했으므로, 2세기 초엽에 교회가 어느 특정한 날을 부활절로 정하고 매년 교회적 절기로 지켜왔다고 단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3세기 이후 교회가 오늘날과 같이 부활을 기념하는 교회적 관습을 계승해 온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300년경을 경과해 가면서 부활을 기념하는 어느 한 날이 교회적 축일로 지켜진 것으로 보인다. 즉 300년 이후 로마 감독 레오 1세(Leo Ⅰ)에 의해 부활의 날은 ‘위대한 날’로 지칭되었고, 나시안주스의 그레고리(Gregory of Nazianzus, 329-389)는 이 날을 ‘날들 중에 가장 고귀한 날’로 지칭하였다.
동방교회는 유대교의 유월절을 따라 부활절을 지켰는데, 유대인 달력으로 일년 중 첫 달인 니산월 14일 이후의 첫 주일를 부활절로 지켰다. 그리고 이틀 앞인 금요일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힌 날로 지켰다. 그러나 서방교회는 부활절 일자에 대해서 동방교회와 일치하지 않았다. 동방교회와 서방교회가 부활절에 대해서 상이한 견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날을 부활절로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가 325년 니케아(Nicea)회의에서 비로소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회의에서는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서방교회가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하는 동방교회와 부활절의 날짜를 정하는 일에 공식적인 합의를 보았다. 이때 합의된 부활 기념일은 일요일이어야 하지만 어느 특정한 일요일(주일)로 고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여, 춘분(春分, 3월 21일경) 후의 최초의 만월(滿月) 다음에 오는 첫 주일을 부활절 주일로 지키기로 합의하였다. 그래서 3월 22일부터 4월 25일 사이의 어느 한 주일이 부활주일로 지켜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인 날자 결정은 알렉산드리아(Alexandria)의 감독에게 위임하였다. 서양교회는 그가 결정한 날을 부활절로 지키지 않음으로서 실제적으로는 동·서방교회가 같은 한 날을 부활절로 지키지 못했다. 그것은 당시의 역산법(曆算法)의 차이 때문이기도 했지만, 서방교회는 동방지역인 알렉사드리아 감독의 부활절 결정에 불만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떤 교회는 3월 21일에, 혹은 4월 25일에, 그리고 다른 교회는 그 양 기간 중 어느 날을 지키기도 했다. 부활절을 산정(算定)하는 방식은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의 이래로 오늘날까지 지켜 오고 있으나 이러한 약간의 불일치 때문에 오랜 논의와 중재를 거쳐 525년 동·서교회가 사용하는 역산법을 일치하도록 조정함으로써 비로소 동·서교회가 다같이 한 날을 부활절로 지키게 되었다. 어느 날을 부활절로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부활절 논쟁’(Paschal controversies)이란 말이 생겨났을 만큼 오랜 논쟁과 불일치가 있었다.
정리해서 말하면 적어도 3세기 이전에는 오늘 우리가 지키는 것과 같은 의미의 부활절이 없었다. 325년 니케아회의를 거치면서 어느 특정한 날을 부활주일로 지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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