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나시우스
아다나시우스(Athanasius). 헬라어로 그의 이름은 ‘불멸의 사람’이란 뜻이다. 295년경 애굽에서 불신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떤 경로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으나 기독교로 귀의하였고, 20대 청년기였던 319년에는 알렉산드리아의 감독 알렉산더에 의해 집사로 임명되었다.
그가 우리에게 친숙한 신학자로 교회사에 그 이름이 등재하게 된 중요한 사건은 325년에 있었던 니케야회의였다.
배경은 이러했다. 4세기 초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심각한 논쟁의 와중에 있었다. 그 논쟁의 시발자는 알렉산드리아의 장로 아리우스(Arius)였다. 그는 감독이었던 알렉산더의 정통입장을 반대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고, 예수는 하나님과 동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말하자면 예수는 하나님과 동일하지 않고 유사할 뿐이라는 했다. 그는 자신의 세력을 형성하기 시작하였다. 친구인 니코메디아의 감독 유세비우스에게 편지를 보내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영원하다”고 말하는 알렉산더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부당하게 박해받고 있다며 동정을 구했다. 그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보다는 그 시대적 조류에 편승하여 자신의 주장을 인정받고자 했다. 이 논쟁은 심화되었고, 제국을 갈라놓는 위기로 치닫고 있을 때 황제 콘스탄틴은 325년 지중해 연안의 휴양 도시 니케야에 교회회의를 소집하였다.
황제는 요즘 식으로 말해서 국론분열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이 때의 회의는 한 지역교회의 회의가 아니라 최초의 세계교회회의였고, 에큐메니칼회의 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회의에서 아다나시우스는 아직 알렉산더의 수행원에 불과했다.
회의가 개최되자 아리우스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이라면 낳은 때가 있었을 것이며, 낳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예수님은 존재하기 시작한 때가 있으므로 영원한 존재가 아니며 따라서 그는 성부 하나님과 동일 본질을 지닌 하나님일 수가 없고 유사할 뿐이다”고 하는 소위 ‘유사본질론’(homoiousios)을 주장하였다. 학맥을 말하면 아리우스는 안디옥 계열의 사모사타 바울과 루시안의 이단설을 따르고 있었다.
아리우스는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동일하지 않다고 주장함으로서 삼위일체를 부인하였던 것이다. 이 때 아리우스의 주장을 효과적으로 반박했던 이가 바로 아다나시우스였다.
그는 아리우스의 주장과는 달리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vere Deus)이며 참 사람(vere homo)이시며, 본질(ousia)과 위격(hypostasis)에 있어서 성부 하나님과 동질이라는 소위 ‘동일본질론’을 설득력 있게 개진하였다. 그 결과 니케야회의는 아리우스의 이단설을 효과적으로 물리쳤다. 저 유명한 니케야 신경이 작성되었고, 결국 삼위일체 교리의 토대가 세워졌다. 진리를 향한 아다나시우스의 생애 여정은 이렇게 이어져 갔다.
328년 감독이었던 알렉산더가 사망하자 아다나시우스는 33세의 나이로 알렉산드리아의 감독으로 피선되었다. 이 때 콘스탄틴 황제는 아리우스를 다시 장로로 세우라고 요구하였다.
말하자면 아리우스의 복직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다나시우스는 교리의 순결을 위해 황제의 요구를 거절하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부두노동자들의 반란이 있었을 때에 모함을 받은 그는 335년 알렉산드리아에서 축출되었다. 첫 번째 정치적인 보복이었다. 약 10년이 지난 후 아다나시우스는 다시 알렉산드리아로 귀환했으나 그가 안연히 살 곳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되었다. 황제의 분노가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투옥을 피해 이번에는 에집트의 사막으로 갔다. 거기서 그는 수도원 운동의 기원이 되는 안토니우스의 후예들과 조우하게 된다. 그가 안토니우스의 전기를 썼던 것은 이런 연유였다. 콘스탄틴 황제가 337년 사망하자 아다나시우스는 다시 알렉산드리아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원칙 없는 화해론자들과 중성적 통일론자들의 저항을 받았다. 진리를 지키려는 그의 삶은 고된 희생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율리안, 발레티안 1세, 그리고 발렌스 황제를 거쳐 가면서 그는 계속 탄압을 받았고, 아다나시우스는 다시 사막으로 도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렇게 5번(335, 339, 355, 362, 364년)이나 귀양을 갔다. 그는 자신이 믿는 신념의 희생자였고,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는 ‘순례자의 생애’를 살았다. 오직 한 가지. 진리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가 오늘 우리에게 선한 모범과 아름다운 귀감을 주는 것은 그의 순수함이다. 그는 인간을 미워하지 않았고, 경쟁자를 매도하려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윤리적 이중성이 없었다. 그의 드러내는 말속에 은밀한 사악함이 없었다. 그의 학문에는 도덕성이 있었다. 그의 기독론에서 하나님의 의로움과 자비하심, 양 측면을 강조했는데, 이것은 그의 삶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
그러기에 그의 삶의 행로에는 일관성이 있었다. 그는 373년 세상을 떠났으나 역사는 그를 기억하고 있다. 그의 진리에 대한 투쟁이 그의 이름처럼 그를 불멸의 사람으로 승화시켜 주는 것은 그의 순수함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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