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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 처지에 놓여 봐야
시무할 때엔 은퇴목사의 심정을 몰라
은퇴하고서 비로소 그 심정을 알게돼
옛말에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알고 홀아비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이 있다.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끼리는 서로 사정을 잘 안다는 뜻이다. S모박사가 아내와 사별하고 홀아비가 되었다. 그가 방송에 출연하여 “내가 남자들이 상처하고 몇달 후 재혼하는 것을 보고 저럴수가 있나 했었는데 내가 이렇게 되고보니 상처하고 열흘 뒤에 재혼해도 흉보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혼자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들면 그렇게 말하겠는가.
설문조사 통계에 의하면 배우자와 사별했을 때에 받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밝혀졌다. 그런데도 누구나 그 처지에 놓여보기 전에는 그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은퇴목사의 심정도 예외가 아니다. 은퇴하기 전에는 은퇴목사의 심정을 잘 모른다. 벌써 여러해 전이다. 한 목사가 은퇴했다. 몇달 후 후배목사들이 그에게 물었다. “목사님, 은퇴 후에 소감이 어떻습니까?“ 그 목사의 대답이 “당신들도 은퇴해 보라. 어떻다고 말로는 표현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 목사는 은퇴 후 2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별세하셨다.
필자 역시 은퇴하기 전에는 은퇴목사의 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은퇴목사 한분이 내가 시무하는 교회에 출석하셨지만 “오셨구나“, “가시는구나“ 이렇게만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은퇴목사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 후회되고 자책을 느낀다. 짐작이지만 현재 시무목사 중에도 필자처럼 은퇴목사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이가 많을런지 모른다.
그러면 은퇴목사의 심정은 어떤가? 어느 분의 실례를 든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네 내 동무 어디가고 나 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이 노래를 전날엔 낭만적인 생각으로 불렀던 목사가 은퇴를 하고보니 자기의 처지를 노래하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은퇴를 하고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고 외로움과 소외감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온다. 특히 주일이 되면 마음이 더 허전해진다. 내가 서는 강단이 없기때문이다. 설교하는 목사를 보면 부러운 생각마저 든다.
현역들은 느끼지 못할런지 모른다. 은퇴목사에게는 “와서 설교해 주세요“하는 부탁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다. 설교 부탁을 받으면 그 시간부터 기분이 전환되고 힘이 솟아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일정표에 기재하기가 바쁘다.
이같은 심정은 은퇴를 하기전에는 아무도 헤아리지 못할런지 모른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함께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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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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