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가는 길 (2)

설교 후에 수고했다고 인사하지만
설교는 하기보다 준비가 더 힘들어
그러면 목회자의 가는 길은 어떤 점이 그토록 힘이 들고 짐이 무거운가?
첫째로 강단에 설때마다 새로운 설교를 해야 하는 짐이 너무 너무 무겁고 힘이 든다. 학교 교수는 일년동안만 강의하면 수강생이 바뀐다. 학생이 해마다 바뀌기 때문에 같은 강의안을 가지고 해마다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강의하면 된다.
음악하는 분들도 얼마나 좋은가? 얼마 전에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면 듣는 이들은 더 좋아한다. 그러나 목사는 부임하고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아니 20년이 지나도 번번히 새로운 설교를 만들어 해야 한다.
이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는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른다. 특히 성탄절, 부활절, 감사절 등 절기 설교는 더 부담스럽다.
시를 쓰는 사람이 시상이 떠올라야 시를 쓰듯이 설교자도 뭐가 떠 오르고 마음이 뜨거워 져야 설교가 준비되지 않겠는가? 한데 때로는 주일은 다가오는데 설교준비가 안될 때가 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다른이의 설교를 표절할 수도 없다.
솔직히 나는 토요일에 이런 일이 있었다. 인쇄소에서 원고를 빨리 보내 달라고 독촉전화가 온다. 나는 설교 본문도, 제목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시 독촉이 온다. 어쩔수 없이 성경과 제목을 써서 원고를 보냈다. 이제 어쩔수 없이 이 본문으로 설교원고를 만들어야 했다. 쉽게 될 리가 있는가? 밤에 잠 한숨을 자지 못하고 뜬 눈으로 지나고 새벽기도회에 나갔다. 교인들은 설교를 예사로히 듣지만 설교가 목사에겐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모른다.
K 목사로 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그가 미국에서 목회할 때에 한번은 설교 준비를 하는 중 예화 한편이 생각났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 예화는 7년 전에 교회 앞에 했던 얘기이다. “이걸 어떻게 하나...”하다가 7년이나 되었으니 이제 잊었겠지 하고 이 예화를 다시 했다. 예배 후 점심 먹는 자리에서 한 여집사가 “목사님 오늘 설교 중에 얘기 한편 하셨죠?” “했죠. 잘 들었습니까?” “잘 듣고 말고요. 그 예화를 7년 전보다 실감나게 더 잘 하시든데요?” 하드란 것이다. 교인들이 듣고는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도 다시 들으면 전날에 들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나는 적당한 예화가 생각나면 3,4년 전에 한 것도 다시 한다. 다시하되 나는 K 목사처럼 처음하듯 하진않고 “이 예화를 몇해전에 한번 한바 있거니와”하고 해 버린다. 웃을 일이 아니고 목사는 예화 한편도 다시 할려고 하면 이토록 신경이 쓰인다.
교인들은 목사가 설교할 때에 힘이 드는줄 알지만 실은 설교는 하기보다 준비가 훨씬 더 힘든다.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지요. 함께 생각해 봅시다.

200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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