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와 조직
공동체와 조직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공동체는 사람이 살고 싶은 조직이지만 조직은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은 메마른 조직인 것이다. 공동체는 우리의 몸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몸에는 머리, 손, 발, 심장, 눈, 코, 입 등의 수많은 역할 기관들이 있다. 몸은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하나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공동체는 각자의 역할이 있을지라도 모두가 동등하며, 그 공동체 자체가 목적이며,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 각각의 자유와 성장이 목표인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는 몸이기에 깨끗해야 하며, 밝아야 하며, 서로를 위해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 반면에 조직은 목적을 위해 잠시 동안 의도적으로 가족으로 함께 있는 것이며,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는 지배 복종이 존재한다. 그러기에 사랑을 주면서 자유는 최대한 억압하는 경향이 있으며, 개인을 종으로 만들어 버리는 속성을 갖고 있다. 조직 속에는 겉으로는 한 몸이며 한 가족 같지만 속으로는 두려움과 욕심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나 조직의 조건은 우리는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에는 이해와 존중이 있고, 나눔과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랑이 생기고, 자유가 생기고, 기쁨이 생기고 풍요로움이 생기는 것이다. 공동체가 조직이 되는 이유는 공동체의 존재 근거인 사랑과 자유가 있어야 할 자리에 돈 욕심과 지배욕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처음에는 공동체로 시작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기술로 사람들에게 건강, 편리함 등의 유익을 주면서 함께 하는 직원들에게는 돈 걱정 없이 사람답게 살게 해야겠다. 서로 위, 아래 없이 모두가 잘 살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기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욕심이 생긴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다. 서서히 사람이 제외된다. 그러면서 고객도 제외되고, 거짓을 행하면서 직원도 제외되고, 결국 기업이라는 조직에 돈과 경쟁과 거짓과 수단화된 사람과 사람들끼리의 지배와 복종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어느덧 공동체가 조직이 되면서 생명을 잃어가는 것이다. 기업의 진정한 목적은 이윤추구가 아니라 사람을 유익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자신의 가정, 교회, 자신이 속한 모임은 공동체인가, 조직인가? 자신은 자신의 모임을 공동체로 만들고 있는가, 조직으로 만들고 있는가? 가정이나 교회나 사회나 조직에서 주어지는 모든 권력은 조직의 구성원을 위한 것이며, 구성원이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권위는 자녀를 위한 것이며 자녀들이 준 것이며,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을 위해 국민이 준 것이며, 목사의 권위는 교인들을 위해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그런데 내 권력은 내가 노력해서 만들었고 하나님이 준 것이라며 사람을 제외하고, 사람을 아래로 보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살아있는 공동체를 죽은 조직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사람을 무시하고 사람을 수단화하는 것 그래서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공동체가 아니라 조직이다. 여기에는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독점하려는 음모가 있는 것이다. 가정에서, 교회에서 누가 더 높은가? 이 물음에 ‘목사, 장로, 집사..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가 더 높다’라고 생각하면 서서히 공동체가 조직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교회라는 이름으로 정치 조직화하는 것은 공동체를 조직으로 만드는 행위이다.
그리고 우리의 가정은 공동체인가, 조직인가? 부부가 서로를 향해 자신의 옳음을 주장하면서 화를 내고 거친 말을 하거나 부모는 자녀에게 명령하고 복종을 강요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미안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은 부부이기 때문에, 아버지이기 때문에, 돈 때문에 상처를 받으면서도 함께 살 수 밖에 없다면 이 가정은 공동체가 아니라 사랑을 주면서도 자유는 주지 않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정이나 기업이나 교회 등의 모든 모임을 사랑과 자유가 함께 있는, 사람이 함께 살고 싶은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