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으로 기다려 보았는가?
오래전 일본 선교사대회 강사로 섬길 기회가 있었다. 기간 중 동경에서 저녁 식사를 안내받은 곳은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식당 이름은 ‘고시래(高矢來)’, 업주는 ‘욘사마’씨라고 소개를 받았다. 그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위해 예약을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도 유명한 식당이냐고 반문하니 ‘욘사마’씨 이름값이라고 하는데 정말 놀라운 것은 한국에서 그 당시 5천 원이면 보편적인 김치찌개 한 그릇, 또는 비빔밥 한 그릇이 3,500엔, 그 당시 환율로 원화로 5만 원 가까운 값비싼 식당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값비싼 식당에는 낮과 밤, 어느 날 예약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도록 늘 손님이 가득 메운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손님의 99%가 일본 여성이라는 것이며 더 놀라운 것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비싼 음식을 먹으려고 그렇게도 손님이 밀려드느냐는 질문에 고소(苦笑)를 금치 못할 말을 들었다. 한 마디로 “그분은 언제 오실까?”라는 기다림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분>은 누구신가? 욘사마, 배용준씨라는 대답이었다. 일본 여성들의 마음에는 “그 분은 꼭 오신다.”는 기다림과 “그분은 언제 오실까?”라는 그리움과 설레임으로 언젠가는 “그때”가 자기 자신이 식사할 그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늘 식당은 만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 동경에서 경영되고 있는 <고시래> 식당의 현주소였다.
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놓고 내 마음은 나의 그분 <예수님> 생각으로 목에 메이기 시작했다. 다시 오신다고 약속하신 주님을 나는 일본 여성들이 욘사마를 그리움과 설렘임으로 기다리는 것처럼 간절한 마음과 그리움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생활을 하는가? 눈시울이 젖어 숟가락을 쉽게 들 수 없었다.
대강절(待降節)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쁨으로 기다리는 절기를 뜻한다. 누구를 기다린다는 말인가? 무엇을 위한 기다림이어야 하는가? 화려한 장식과 요란한 행사에만 급급한 오늘, 우리들의 성탄절 행사를 반성하면서 진정으로 주님의 오심을 고대하는 신앙과 삶이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온갖 부정과 비리가 마치 물결이 바다를 덮음같이 캄캄한 세상, 거짓과 악독이 활개를 치는 세상, 이와 같은 세상에서 절규하고 탄식하면서 고통받는 영혼들을 살리고 생명 주시러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계절이 대강절이다. 교회마다 화려한 장식과 휘황찬란한 성탄트리 빛은 반짝이는데 그 불빛 아래서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찬송하는 성도들에게조차 외면당한 작은 자들의 신음소리가 있음을 들을 수 없음이 오늘의 아픔이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고 노래하는 성도들의 평화의 찬송 소리는 이 땅에 가득한데 그 노랫소리 끝나기 바쁘게 미워하고 정죄하고 심판하는 행위가 연출되는 것이 오늘의 아픔이다.
대강절은 과거의 의미로 인류 구원을 위해 오실 메시아의 대망이며, 현재의 의미로 임마누엘의 주님과의 만남을 대망하는 것이며, 미래의 의미로 재림하실 주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신앙과 삶이 바로 기다림의 은총이다. 그것이 대강절의 깊은 의미이다. 그런데 오늘의 그리스도인의 마음에 그 주님을 그리움과 설레임으로 기다리고 있는가?
모두들 주님의 은혜로 살아간다고 하면서 주님은 없고 자기만 있는 교회생활을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철저하게 상대방을 비방하고 원망하고 불평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중상하고 모략하고 정죄하면서 형제를 아프게 한다.
재림의 주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는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살 수 없다.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나 대신에 그리스도, 율법 대신에 믿음, 옛사람 대신 새사람의 삶이다. 그러기에 진정으로 주님을 기다리는 성도는 믿음 안에서 생활하면서 주의 오심을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림이라는 말은 헬라어의 뜻은 eagerly waiting for, 곧 ‘간절한 소망’이다. 그리움과 설레임의 함축된 말이다.
어렸을 때 생각이 난다. 설을 앞두고 아버지는 읍내 장을 보러 가셨다. 새 옷을 사 오신다고 말씀하시고 장에 가신 그 날, 늦어도 돌아오시지 않는 아버지를 기다리는데 함께 기다리던 동생은 잠이 들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마중 나갔다. 시골 밤길은 어둡다. 손전등 같은 것은 없었을 때이다. 동구 밖에서 기다리다 보면 저쪽에서 희끄무레한 모습만 보아도 “아버지...?”라고 불러보면 아니라는 신호로 상대방은 헛기침을 한다. 몇 차례 그렇게 헛짚다가 다시 어둑한 길 앞에서 인기척이 날 때 “아버지...?”라고 하면 “누구로? 임중이가?”라고 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얼마나 간절한 기다림인가? 그 기다림으로 맞은 아버지는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12월을 맞으면서 올해도 마지막 달력을 넘겼다. 언젠가부터 주님을 기다리는 재림신앙이 메말라 버린듯한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을 기다리는 그리움이 있는가? 욘사마를 기다리는 일본 여인들의 고시래 식당의 비빔밥 한 그릇, 그때의 생각은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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