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변하여
구약성경을 보면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24년간 도망자로 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얍복강 나루에서 홀로 밤을 지내는 장면이 나온다. 이제 이 강만 넘으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고향이다. 그런데 야곱은 밤새도록 혼자서 어떤 사람과 씨름을 한다. 이 어떤 사람은 누구일까? 24년 동안 마음에 남아있었던 무서움의 대상이었던 형, 에서일 것이다. 또 이 사람은 무서움에 사로잡혀 있는 야곱 자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또 이 사람은 천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이 어떤 사람이 하나님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야곱의 공포가 변하여 하나님이 된 것이다. 그러자 야곱의 마음에 있었던 무서움이 사라지고 어둠은 물러가고 밝은 해가 돋았으며, 에서의 얼굴이 하나님의 얼굴로 바뀌었으며 원수였던 야곱과 에서 두 형제가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우리의 삶속에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것은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미지의 세계를 만나고 경험해보지 못한 삶을 살아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걱정, 근심, 불안, 초조, 무서움, 두려움, 공포 등이다. 다 같은 말이며, 두려움이라는 것이다. 성공이라는 길, 평화의 세계, 자유와 기쁨의 세계를 들어가려고 할 때 마지막에 버티고 서있는 것이 두려움이라는 부정적 감정인 것이다. 예를 들어, 고시공부를 하든, 수능공부를 하든, 면접시험을 보든, 사업을 하면서 계약을 하든... 그 어떤 중요한 목표를 갖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준비했고, 드디어 시험을 보는 날이 되었다 하자. 너무 소중하고 많은 것을 투자했기에 당연히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이 두려움을 통과하지 못하면 그동안의 모든 준비가 허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 생기는 두려움, 공포 중 가장 마지막의 큰 공포인 죽음은 신성의 다른 모습인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모든 부정적 생각과 감정, 무서운 사람, 환경, 귀신, 천사, 하나님, 이 모든 것이 각각의 모습이 아니라 서로 연속성 속에 있다는 것이다. 두려움을 피하거나 죽음과 싸우면 하나님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며, 두려움과 죽음을 받아들여 넘어가면 부활의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에서 생기는 모든 부정적 생각과 감정을 피하지 말고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씨름은 쉽지 않다. 마치 피부를 벗겨내는 것 같을 것이며, 온갖 아픈 감정으로, 무서운 모습으로, 욕망으로, 귀신의 모습이나 무서운 짐승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성경의 기록은 신성을 경험하는 사건들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위기와 공포의 순간에 하나님을 만나면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간다. 사람들은 사막이나 동굴에서 금식하며,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모습은 아마 안락함을 버리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림에서 오는 극심한 부정적 감정을 피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맞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의도적으로 거대해 보이는 무서운 공포라는 짐승을 대하면서 그 짐승이 변하여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성경의 인물들이 삶속에서 신성을 경험했듯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을 경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순간들,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온갖 부정적 생각과 느낌이 일어난다. 이 무섭고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감정을 피하지 말고 맞이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부정적 감정은 신성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조금만 더 견디다보면 끝이 있으며 그 끝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을 만나게 될 것이다.
삶 속에서 공포감이 생기면 그 공포감이 어떤 반응을 하고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지켜보라. 조금 있으면 두려움이 변하여 기쁨이 되고, 환희가 되고, 자유가 되는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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