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봉 목사의 목회자 칼럼

탈진과 회복 (6)
우리 사회와 내 주변에도 탈진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오늘 우리 사회의 삶의 구조와 문화가 워낙 다원화되고,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다 보니 사람들은 엄청난 염려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염려와 스트레스는 사람의 건강에 치명적인 독소다.
사람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려면 염려와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염려와 스트레스가 찾아와도 그 때 그 때 해소 시켜버리면 별 문제가 없다.
타고난 성격이 좋아서 염려와 스트레스를 잘 털어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큰 복을 받았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면 “다음 주일에 하나님께 ‘감사헌금’ 하세요!” 라고 조크를 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여」 그것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그 누가 병균과 다름없는 염려와 스트레스를 갖고 있기를 원할까!
털어버리고 싶어도 그것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염려와 스트레스에 눌려 점점 마음과 몸이 약해진다. 사람이 별 수 있는가! 일면 강해보이지만 또 한편으로 약하기 그지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시인은 「인생은 갈대다」고 했고 바울 사도 역시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 나는 흙으로 만들어진 질그릇과 다를 바 없다」고 고백하였다.
마음이 약해지면 별 수 없이 몸도 약해진다. 몸이 약해지면 우리의 영혼도 한없이 약해진다. 몸과 영혼은 한 배를 타고 있다. 그러므로 몸 따로, 영혼 따로가 아니다. 어떤 사람이 「체력은 국력이다!」고 외쳤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명제도 분명히 성립된다.
「영력은 체력에서 출발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영혼도 건강하게 된다. 마음과 몸이 약해지면 우리의 ‘믿음’도 약해진다. 세례 요한은 ‘불의 사자’였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엘리야〉처럼 세례 요한은 자기 시대의 헤롯 안티파스 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헤롯 왕이 자기 동생의 아내를 빼앗는 아주 사악한 죄를 저질렀을 때 공개적으로 엄중히 책망하셨다. 그 사악한 여자의 사주를 받은 헤롯왕은 갈등 끝에 세례 요한을 옥에 가두고 참수형을 획책하게 된다. 한 인간으로서 정말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 상황으로 몰리면서 세례 요한은 잠시 믿음이 흔들리게 된다.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 영혼도 약해지면서 ‘믿음’ 마저도 흔들리게 된다는 것을 세례 요한의 경우가 잘 보여주고 있다. 감옥으로 스승을 면회 왔던 제자들을 통해 세례 요한은 예수님께 묻는다. “오실 그 이가 당신이 맞습니까? 아니시면 또 다른 이를 기다리오리이까?”
우리는 세례 요한의 이 모습에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주 인간적인 면모가 묻어 나와서 더 친근함이 느껴진다. 아니 어떤 ‘위안’을 얻는다. 세례 요한 같은 영적 거인도 사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세례 요한은 구약성경 열왕기상에 나오는 〈엘리야 선지자〉에 버금가는 큰 선지자요 능력의 사자, 불의 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성경은 엘리야 선지자를 가리켜 우리들과 “성정(性情)이 같은 사람”이라고 하듯이(야고보서 5:17) 세례 요한 역시 나(우리)와 성정(性情)이 같은 한 사람“이다. 엘리야 선지자가 아합 왕과 이세벨을 두려워했듯이 세례 요한 역시 간교하고 사악한 헤롯 안티파스 왕과 헤로디아의 거치른 폭정과 폭력 앞에서 인간적인 의지와 용기가 흔들리고 있다. 요한의 이 모습을 보면서 여러분 중에 실망하는 분이 계시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은 수정해야 한다. 우리는 오히려 세례 요한의 이 모습에서 솔직한 한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서도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분명히 세례 요한은 잠시 흔들렸다. 누구나 잠시 흔들릴 수 있다. 詩人 김춘수가 지은 「흔들리며 피는 꽃」은 정말 좋은 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지 않고 걷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2014.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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