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
창세기 3장에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은 후에 하나님께서 아담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 “아담아! 너 어디에 있느냐?”라고 말이다. 아담은 지금 선악과를 따먹어서 눈이 먼 상태이다. 마치 지독한 악한 영의 마술에 걸려서 꿈속에서의 삶이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시작하는 초기이다. 눈은 이미 멀었고 마음에는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을 그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다. “사람아,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라고...
“아담아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은 “너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를 찾는 물음인 것이다. 내가 누구인가와 내가 어디에 있느냐는 같은 것이다. 내가 나를 육체로 알고 있으면 나는 육체를 소중히 여기면서 땅에서 사는 것이고, 나를 소유로 만들어진 나로 알고 있으면 소유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그리고 정치와 권력으로 만들어진 나로 알고 있으면 정치와 권력을 소중히 여길 것이다. 나를 종교로 만들어진 나로 알고 있으면 종교를 소중히 여기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내가 누구인가와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같은 것이다. 즉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이 거듭나는 것이며, 이것이 구원이며, 이것이 곧 천국인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내가 있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는 어디인가? 눈에 보이는 것들은 잠시 있다가 사라진다. 그래서 육체의 눈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없는 것이다. 육체의 눈도 넓어져서 온 우주를 볼 수 있고, 깊어져서 분자, 원자, 전자, 양자 등 미세한 것을 볼 수 있다. 보이는 것이 끝나면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보이는 것은 잠깐이며 보이지 않는 것이 영원한 것이다. 여기는 어디인가? 여기는 여기인 것이다. 여기에는 사람이 몇 명 있는가? 사람은 없다. 여기에는 사람도, 동물도, 이념도, 종교도, 집도, 권력도... 없다. 오직 하나님 즉 만물의 원천, 감격, 빛, 사랑, 자유 등 원천만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를 볼 수 있어야, 보이는 것은 없는 것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있는 것을 알게 되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담은 이미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음성을 피하고 두려워하며 숨어버렸다. 그리고는 그 깊은 마술에 걸려서 밖의 세계 즉 보이는 세계가 진짜인 줄 알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 어떤 사람도 ‘여기’를 알기 위해서는 한 번은 모든 것을 잃어야 하며, 한 번은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즉 모든 의존성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죽음이며 십자가이다. 그런 후에 잠시나마 본래의 나,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미터 높이에서 번지 점프를 한다고 하자. 나는 사실 그 근처에 가는 것도 겁이 난다. 뛰어내리면 죽을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인다. 모든 것을 잃기 싫은 것이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뛰어내린다. 그 때 오는 희열, 상상할 수 없는 환희...이것이 모든 것을 버린 후에 찾아오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잃어버리는 때가 오면 기꺼이 잃어버려야 한다.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피하면서 두려워하고 분노하고 집착하여 위협하고 싸우면 나는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나를 둘러싼 주변에 여러 사건과 사람과 환경과 일과 역할이 있다. 이 속에서 나는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나로서,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에서 살아야 한다. 어떻게 여기에서 살 수 있는가? 가장 먼저,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 했던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나를 알아야 한다. 그런 후 삶속에서 지금 있는 자신, 자신의 상황과 환경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처지를 거부하며 원망하고 충돌하면 하나님의 땅인 ‘여기’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년이 다가오는데 모아 둔 돈도 없고, 일도 없다고 하자. 이 상황을 보며 있는 것을 찾고, 지금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지금 여기를 받아들일 때 그 어느 곳도 아닌 여기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 후에 삶을 살아갈 길이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아닌 나로, 그 어느 곳도 아닌 지금 여기를 살아가면서 이 땅에서의 삶을 천국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