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제266대 프란치스코 교황(79세)이 4박 5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개신교 목사로써 금번에 관심을 가지고 장시간 TV-생중계와 뉴스를 보았다. 교황의 모든 언행심사는 국민 모두의 최대관심사였고, 100시간 체류 기간 중에 교황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반응은 존경, 칭찬, 감동의 물결 그 자체였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가톨릭의 교리와 교황이 집례하는 미사와 정의와 평화와 화평을 강조하는 교황의 은혜가 넘치는 강론 때문일까? 아니다. 오히려 그런 종교적 의식은 일반인들에게는 낯설고 지루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면 그 무엇이 금번에 매스컴의 집중조명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진정된 삶’(integrity-life)이라고 생각한다. 듣던 소문대로 그분에게서 진정된 사랑, 진정된 섬김, 진정된 겸손, 진정된 청빈, 고통 가운데 있는 자들과 동일시하는 진정된 위로를 눈으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은 종래의 그 어느 종교지도자나 정치와 사회 지도자들에게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지도자의 모습이어서 온 국민이 감동을 받고 열광한 것이다.
금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서 한국교회가 받는 도전은 무엇이겠는가? 세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1. 다원적 사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처신이다.
작년 10월에 부산에서 가졌던 기독교의 세계올림픽이라 불리는 ‘제10차 WCC총회’를 두고 한국교회내부에서 극렬 반대하는 모습은 한국교회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 그리고 세계교회적으로 큰 실망감을 준바 있었다. 그러나 금번에 그런 모습이 안 보여서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만일에 교황방문과 가톨릭에 대한 반대시위, 반대성명...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다른 신앙을 가진 자들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이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얼마나 부정적이 되었을까? “한국 개신교, 참으로 배타적이고 편협하다!” 우리나라 환경을 바라볼 때에 감사제목 중의 하나는 다른 신앙을 가진 자들 간에 존중과 이해와 배려하는 풍토이다. 다원적인 사회에서 전투적인 모습을 삼가고 비둘기처럼 온유한 마음과 뱀처럼 지혜롭게 신사적으로 우리의 진리를 전하며 설득하는 한국교회가 돼야 할 것이다.
2. 두 가지를 확인한 것이다.
하나는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인했다. 다른 하나는 세상 사람들이 그 무엇에 쉽게 감동받고 열광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의 우선적 관심은 우리가 믿고, 주장하는 진리 이전에 그 진리를 믿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열매에 따라 열광하고 혹은 실망한다는 사실이다. 금번에 교황을 국빈이상으로 대우하는 정부의 처사와 가톨릭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바라보면서 한편으로는 저들이 부럽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세상은 그 누구보다 교회지도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 앞에 그만큼 교회 지도자들의 책임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시 한 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3. 개신교의 뿌리, 본래의 개혁정신을 회복하는 기회를 삼는 것이다.
중세교회가 교리적으로, 도덕적으로 심히 타락할 때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성경으로 돌아가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본래의 교회회복을 위해서 종교개혁을 들고 나왔고, 그들에 의해서 개신교회가 출발되었고, 종교개혁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나가는 교회로 성장해 나온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가톨릭은 자체적으로 개혁을 꾸준히 성공적으로 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바르게 잘 믿어보겠다는 종교개혁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국교회의 형편은 어떠한가? 한국교회 안팎에서 이런 비판적인, 비관적인 소리, 종교개혁을 요청받는 소리가 들려 온지가 이미 오래다. “교권주의, 물량주의, 개교회주의, 세속주의, 인본주의... 종교개혁을 요청받는 한국교회! 중세교회의 부패상을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바라보고 있도다.” 종교개혁의 주체였던 우리가 종교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하다니... 얼마나 아이러니컬한 모습인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금번에 중세 종교개혁의 대상이었던 가톨릭, 그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사건을 지켜보면서 한국교회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며 염려하는 많은 분들에게 회개와 교회갱신을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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