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받고 축복하라
어떻게 말하느냐는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한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는 그 사람의 삶의 내용이다.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음은 도덕적, 윤리적 수준뿐 아니라 인격적, 정신적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은 복 받은 사람답게 말하고 행동한다.
시편 1편에 나오는 말씀은 축복받고 축복하는 사람의 한 편의 그림이다. 어떻게 그렇게 아름답게 표현했는지 읽고 또 읽어도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축복의 말씀이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같이 때를 따라 열매를 맺고 잎사귀가 마르지 않는 것처럼 범사가 그렇게 윤택하고 그리하여 하는 일들마다 형통한 삶을 노래하는 축복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삶이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인의 꾀를 따르지 않고 죄인의 길에 서지 않고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라고 했다.
마음이 사막 같은 사람에게는 꿈이 없다. 마음이 푸른 초장 같은 사람은 꿈이 있다. 좋은 꿈이 있는 사람은 좋은 생각을 하고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항상 좋은 일을 한다. 반대로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항상 나쁜 일을 한다.
좋은 생각은 믿음 있는 사람이 갖는 생각이다. 나쁜 생각은 믿음 없는 사람이 갖는 생각이다. 믿음 있는 사람이란 나를 비우고 나를 내리고 주님을 채우고 주님을 높이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그리할 때의 감동과 행복과 사랑은 경험하는 자만의 몫이다.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가위바위보를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이기면 모든 소원 다 들어준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를 할 때마다 아들은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이 매번 이겼고 그래서 가지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모든 것을 다 사달라고 했다. 아버지는 이겨 기뻐하는 아들을 보면서 자신도 기쁨에 겨워 아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었다. 아버지가 매 번 아들에게 일부러 져 준 것을 아들은 아직 어려서 알지 못한다. 아들은 오직 주먹밖에 낼 줄 모른다. 왜냐하면, 손가락이 없는 조막손으로 태어나 오직 주먹밖에 낼 수가 없었다. 자기가 주먹밖에 낼 줄 모른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때까지 아버지는 계속 져 줄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의 하나님이다.
늘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다니는 의사가 있었다. 강의할 때나 길을 걸을 때나 환자를 진찰할 때나 그는 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겨울에는 따뜻한 팩을 주머니에 넣어 만지작거려서 손을 덥히곤 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교수님은 왜 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십니까?”하고 물었다. 의사는 “나의 환자들은 대부분 암 환자들이란다. 몸도 마음도 어찌 보면 추위를 많이 타지. 나의 따뜻한 손으로 그들의 시린 마음을 따뜻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늘 손을 주머니에 넣고 다닌단다.” 의사는 우리의 하나님이다.
목회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새벽에 하나님이 자꾸만 말씀하시는 것이 들렸다. “네가 내 대신 그렇게 해 줄 수 없겠니? 어린 아들에게 날마다 져 주는 아빠처럼, 지치고 연약한 자들을 따뜻하게 해주려는 의사처럼, 나 대신 그렇게 해 줄 수 없겠니?”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에 해가 동천에 떠오를 때까지 일어서지 못했다. 그때 세운 목회 철학이 “너의 유익을 위한 행동하는 나의 삶”이었다. 그것은 고달픔이다. 끝없이 내려놓는 것이며 끝없이 비우는 것이다. 끝없이 참는 것이고 이해하고 관용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주님 가신 길이고 축복받은 자의 축복하는 삶이다.
그런데도 오늘 나의 삶은 축복받은 자로서의 삶이 아니라 축복받을 자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할 때가 있다. 축복받을 자와 축복받은 자의 삶은 다르게 나타난다. 받을 자는 언제나 모자람이지만 받은 자는 언제나 넉넉함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축복 받은 사람들인데 왜 그런지 아직도 마음은 모자람으로 춥고 시리다. 축복받은 것을 깨닫지 못하니 감사하지 못하고 그러니 자꾸만 움츠리게 되고 그래서 더 챙기려 한다. 그러다보니 마음의 기근과 영혼의 기갈현상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작은 자다. 분명한 것은 도움이 필요한 자보다 도움을 주는 자가 축복받았다. 그런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서 아직도 작은 자의 자리에만 머물러 있으려고 하는 것, 그것은 축복받은 자의 모습이 아니다. 가위바위보의 아버지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의사처럼, 내가, 우리가, 우리 교회가 오늘처럼 내일도 그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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