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과 회복 ①
의외로 탈진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탈진했다는 증거는 목회의 자신감을 잃는 것이다. 목회가 사람의 힘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람의 의지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보라. 사도 바울은 뜨거운 감격과 열정으로 목회에 임하고 있다. “로마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복음 전하기를 원하노라/~더욱 열정으로 힘썼노라/복음 전하는 일(목회)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힘을 다하여 수고하노라/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나는 성도들을 위하여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유모의 심정으로 목회하노라” 그렇다면 우리 모든 목회자들도 거룩한 자신감과 뜨거운 열정으로 목회해야 하리라. 그럼에도 목회의 열정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거룩한 자신감도 상실돼 버린다면 이것은 <목회자의 탈진>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탈진(脫盡 Burn out)’이란 「더 이상 태울 연료가 없는/녹초가 돼버린/다 소모해버린」이라는 뜻이다. 성경에서 탈진해버린 하나님의 사람 중 대표 인물은 엘리야이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능력의 종, 불의 사자(使者)>라고 일컬어지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런데 엘리야처럼 탁월한 하나님의 사람도 탈진한다. <스스로 죽기를 구하여 ··· 하나님이시여,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정말 이처럼 나약한 비명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이 엘리야가 맞는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피로감, 고립감, 고독감, 두려움, 우울증 등이 복합적으로 그를 감싸고 있다.
엘리야도 알고보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연약성을 갖고 있는 한 사람이다. 성경은 “엘리야도 우리와 성정(性情)이 같은 사람(a man of similar weaknesses with us)이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는 말씀이다.
엘리야는 왜 탈진하였는가? <사람 때문>이다. 옛날 어른들은 호랑이나 늑대보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했다. 아합 왕의 아내 이세벨은 엘리야에게 사신을 보내어 최후 통첩을 한다.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반드시 네 생명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같게 하리라” 이세벨이 누구인가? 사악한 왕비로서 이미 주의 제단을 헐며 칼로 주의 선지자들을 죽였다. 그리고 이제는 그 칼끝을 엘리야에게로 향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죽임을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사악한 권력자가 한 사람을 전국에 지명수배령을 내려 줄기차게, 집요하게 뒤를 추적해 올 때 그것을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엘리야는 더 이상 숨을 곳도 없고 도망다닐 힘도 없어졌다. 그래서 로뎀나무 아래에 앉아서 죽기를 원하여 이르기를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내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나이다” 하였다.
목회자들의 탈진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사람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엊그제 후배 목회자 한 분이 나를 찾아왔다. 도시 목회 20여년에 특히 사모가 병을 얻어 너무나 힘들어함으로 고심 끝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해 섬지방의 작은 교회를 맡아 이사를 갔다고 한다. 놀라운 소식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사모가 완벽하게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물론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고, 힘들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현재의 사역을 다 놓아버린다면 이 또한 심각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 어떤 사람에게는 ‘사람문제’ 때문에 사역을 더 이상 행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엘리야의 탈진 이유 또 한가지는 <과중한 업무> 때문이다.
엘리야는 말씀전파/제자양육(선지생도훈련양성)/사회악(바알·아세라 우상 숭배의 만연과 전국화현상) 척결 몰두라는 당면한 업무 때문에 능력의 한계를 벌써부터 넘어서고 있었다. 이 세 가지 업무 중 한 가지만으로도 한 사람의 선지자의 사역분량으로는 충분하다. 베드로 사도는 전도자(목회자)는 “말씀 전하는 것과 기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분량의 사역이라고 우리에게 경고하였다. 모세가 혼자서 이스라엘 열 두 지파를 치리하고 수많은 문제들을 직접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인 이드로는 모세를 책망하면서 경고한다. “자네가 이토록 과중한 업무를 혼자서 계속 감당한다면 얼마 살지를 못할 것이다. 백성들을 이끌고 광야를 통과할려면 40년이 소요될 것이거늘 어찌하여 그토록 과중한 업무 속에 자신을 혹사시키고 낭비하는가?”
오늘 우리 목회자들은 무슨 일로, 어떤 일로, 왜 바쁠까? 어떤 일로 업무가 과중할까? 예수님은 자신을 ‘항상 일이 많고 바쁘기 그지없는 사람’이라고 자위도 하고 신세타령도 하는 것이 습관화돼있던 마르다를 향하여 이렇게 말씀하신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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