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엎드릴 때다
지난 5월 한 달가량 호주와 미국, 일본에서 말씀 사역을 하고 돌아왔다. 나라 밖에서나 안에서나 시끄러운 것은 다를 바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 정서가 카오스 현상인 가운데 대한민국을 밖에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외 말씀 사역을 하는 동안 어디에 있든 한국에 대한 현지인들의 대화 내용은 세월호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국난(國難)이라 일컫는 세월호 침몰 사건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은 물론 우리 국민의 아픔이며 분노이며 처절한 고통이다. 그 누구도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보다는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각자의 관점에서 침소봉대하면서 하나같이 ‘네 탓’의 극한 발언과 그로 인한 대립현상을 밖에서도 보고 들으면서 슬픈 마음이 들었다.
해외 사역에서 한 달가량 들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일반적 견해는 “대한민국은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1조 달러, 수출액 5천억 달러, 국민소득 2만 4천 달러이다. 세계 8대 무역 강국, 12대 경제 대국, IT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세월호 사건이 보여준 국가 정체성은 물론 국민 도덕성은 이야기하기조차 낯 뜨겁다. 부끄러운 상황을 연일 보도하면서 해외에서는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정부의 초보 수준도 못 미치는 대처 능력, 사건 사건마다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려는 자세보다는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정치권, 사건의 관계개념을 떠나 무능한 정부를 부각하며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일부 사회단체나 지도층의 상황,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이 부재한 현실이 그렇다는 것이다.
진정한 위기관리는 사건 발단의 원인분석과 관계자들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묻는 것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으로도 위로 될 수 없을 정도로 혼란 상태에 빠진 유가족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위로하고 그 상처를 빨리 회복시키는 통합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사회단체의 성숙한 치유와 회복을 위한 범국민적 사랑운동이 일어날 때 그것이 건강한 나라요 국민정신일 것이다.
그런데 사건 사건마다 “네 탓이다.”는 논리로 질책하고 매도하고 전가하는 의식이 마치 대한민국 국민 정서라고 느껴지는 작금의 현상을 해외에서 평하는 것을 들으면서 자괴감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미국의 무역센터가 테러로 무너졌을 때도 정부와 국민의 성숙한 대처 능력이 온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일본도 도쿄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 때 일본인들이 보여준 대처 능력은 정부, 의회, 언론, 사회단체와 국민 정서가 혼연일체가 되어 ‘우리’라는 개념을 온 세계에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그 와중에도 세계인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2020년 올림픽을 유치하는 무서운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그들의 국민감정은 ‘네 탓이다’는 논리보다는 ‘우리의 잘못이다.’라는 논리가 앞섰고 그로 인하여 인내하고 용서하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고 사랑하였기에 아픔과 고통에서 치유와 회복이 빨랐던 것이다.
우리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한 달이 넘도록 우울한 가정의 달 5월을 마무리하고 6월을 맞는다. 그런데 아직도 흔들리는 국운(國運)이 바로 세워지고 백성들이 국태민안을 노래하기는 요원한 느낌이다. 시국선언(時局宣言)이 잇따르고 정치권은 6.4 지방 선거로 혼돈현상이다.
서민경제 상황은 세월호 침몰 사건 못지않게 바닥을 치고 있으며 여기저기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고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세력들의 말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러할 때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엎드려 기도할 때다. 더욱 엎드려야 한다. 더욱 낮아져야 한다. 더욱 울어야 할 때다. ‘네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통곡을 해야 할 때다.
역사를 공부해 보면 일반 역사 앞에 종교역사가 선류(先流)한 것을 볼 수 있고, 그 종교 역사의 상황에 따라 일반역사가 비례(比例)했음을 볼 수 있다. 불교문화가 창달할 때 고려 역사가 번영했고, 불교문화가 타락할 때 고려 역사는 몰락했다. 유교문화, 곧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양반 문화가 자리매김할 때 이조역사가 찬란했으나 양반문화가 타락했을 때 이조 500년 역사가 마감되었다.
대한민국은 기독교와 맞물려 오늘의 역사를 기록해 왔다. 130여 년 전, 기독교 문화가 조선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고 기독교 문화는 대한민국을 오늘의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역사를 세우는데 선도(先導)해 왔다. 돌이켜 보면 짧은 기독교문화와 대한민국의 역사는 함께 숨을 쉬어 여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있다. 기독교 문화가 건전하고 아름다울 때 우리 역사는 번영과 축복을 누린다는 역사를 거울로 볼 수 있는 혜안을 열어야 한다. 6.25, 4.19, 5.18, IMF, 오늘의 대한민국 작금의 현상 앞에 교회는 무엇을 했는가를 볼 수 있는 눈을 떠야 할 때다.
사서삼경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이런 말이 있다. “物有本末하고 事有終始하니 知所先後면 則近道矣니라.” (사물은 근본과 말단이 있으며 일에는 끝과 시작이 있으니 먼저 할 것과 나중에 할 것을 알면 곧 도에 가까운 것이다.)
우리는 지금 ‘네 탓’이라고 소리칠 때가 아니라 ‘내 탓’이라고 마음을 찢으면서 울고 또 울어야 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그래야 나라가 다시 일어나고 백성이 다시 평행감축(平幸感祝)을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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