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과 현미경 목회
나의 목회병법 10가지 가운데 망원경과 현미경 목회병법이 있다. 문자 그대로 멀리 보는 것과 가까이 보는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안동을 떠나 포항으로 임지를 옮기는 날, 성도님들이 예배당 마당을 가득 메우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헤어짐의 아픔과 슬픔, 아니 절박하고 처절하다는 표현이 맞는 모습으로 표출시키던 그 날의 추억은 아직도 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아니 결코 지울 수 없는 목회 여정의 하루였다. 예배당 마당을 가득 메운 교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었다. 그런 가운데 새삼 보고 느끼고 깨닫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8년 동안 교인들의 실상을 그 날에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언제나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던 교인들은 무덤덤한 표정이기도 하고 어떤 이는 보이지도 않는가 하면 항상 멀리 있다고 생각했던 교인들은 저만치 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야 깨달음이 왔다. 가까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현미경이 내게 없었고, 멀리 볼 수 있는 망원경이 내게 없었다는 것이다. 목사가 없이는 살 수 없는 듯했던 사람들은 저만치 있는 느낌이었고, 목사가 없어도 아무 문제없는 듯했던 저만치 있던 교인들은 여기저기 서서 울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기절하기도 하고 주저앉아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만감이 교차한 그 날의 느낌은 아직도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지워지지 않는다. 이 일 후로 나의 목회병법에 망원경 목회와 현미경 목회를 추가했다.
먼 곳만 보는 사람은 가까운 곳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가까운 곳만 보는 사람은 먼 곳에 있는 적에게 공격을 받는다는 경영리더십의 교훈이 생각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망원경과 현미경 가운데 하나만 갖고 있다.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 성공하고 한 가지만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 목회현장 또한 다를 바 없다.
“곤충의 눈으로 발밑을 보고, 새의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라.”는 교훈도 있다. 곤충의 눈은 현미경과 같고 새의 눈은 망원경과 같다. 곤충의 눈으로는 가까운 곳, 즉 나의 발밑을 보아야 하고, 그리고 동시에 새의 눈으로 먼 곳을 보아야 한다. 그것은 동시에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기업경영이나 정치현장에서도 가까운 곳만 보고 있어서는 트렌드의 변화나 외부의 위협을 감지하지 못하고, 반대로 먼 곳만 보고 있어서는 내부의 균열을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교훈한다. 그래서 성공자의 삶에는 반드시 곤충의 눈과 새의 눈을 확보한 시야가 있다.
1982년에 발매된 조용필 4집 <못찾겠다 꾀꼬리>에 ‘비련’이라는 제목이 있다. 당시 매니저 최동규 씨는 이와 관련된 감동 이야기를 남겼다.
<4집 발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시골의 한 요양병원 원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내용인즉, 14살 지적 장애를 가진 소녀가 한 번도 감정을 보이지 않았는데 비련이라는 노래를 듣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하는 돈을 드릴 테니 직접 와서 노래를 불러줄 수 없겠느냐고 사정하는 것이다. 당시 행사 하나만 나가도 엄청난 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용필 씨는 예정된 4개의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그 병원으로 갔다. 지적 장애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을 불러주자 아무 표정도 없던 아이가 펑펑 울었고 부모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노래를 마친 조용필은 소녀를 안아주었고 사인한 CD를 선물했다. 부모가 사례한다고 하자 조용필은 “따님 눈물이 제 평생 벌었던 돈보다, 또 앞으로 벌게 될 돈보다 더 비쌉니다.”라고 하면서 정중하게 거절했다.>
이순을 넘기면서도 국민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조용필 씨의 현미경 철학을 통해 그의 망원경 삶을 조명해 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목회를 서서히 내려놓으면서 함께 했던 많은 동역자들이 다시금 생각난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각자의 삶을 엮으면서 살아가는데 다시금 그들의 삶이 클로즈업될 때가 종종 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아련한 것은 동역하며 동행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삶의 시간이 추억되면서 멀리 있다고 느껴지던 친구들, 제자들, 동역자들이 세월이 갈수록 자꾸만 내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그토록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지 않고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기에 망원경과 현미경의 이치가 다시 생각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주님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망원경과 현미경으로 나를 지키시고 돌아보시고 인도하시고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님처럼 그렇게 살아간다면 너와 나의 관계는 더욱 더 아름답고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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