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과 역할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의 본성이 통치하는 나라를 말한다. 즉 ‘사람의 마음’ 속에 하나님의 본성인 사랑, 기쁨, 자유, 밝음, 생명력 등이 많아지고 넓어지고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하나님의 본성이 마음을 넘어서 가정으로, 기업으로, 국가로, 각 분야의 예술로, 문화로 모든 부분에 나타나는 것이 하나님 나라의 영토 확장인 것이다. 하나님 나라에는 하나님의 본성인 사랑, 밝음, 기쁨, 자유가 통치하는 곳이기에 거기에는 땅과 같은 ‘통치자’가 없으며 ‘신분’이 없고 ‘역할’만 있다.
하나님 나라는 신분제는 없고 역할만 있는 것이다. 신분이 없다는 말은 힘, 돈, 지식, 실력, 권력에 따라 위아래, 높고 낮음 등의 차별이 없다는 말이다. 신분이 만들어지는 순간에 한 사람은 위, 높은 사람, 주인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아래, 낮은 사람, 종이 된다. 신분이 만들어지는 그 순간 하나님의 본성은 사라지게 되며 사람과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하늘의 해와 비가 있는데 해와 비가 없으면 식물들은 생존할 수 없다. 해와 비가 자신의 역할을 하여 햇빛을 비쳐주고 비를 내려주기에 땅의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해와 비가 자신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땅의 생물들이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보고 자신의 역할을 신분으로 생각하여 선한 사람에게는 내려주고, 악한 사람에게는 내려주지 않는다면 대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에 역할만 있다는 말은 내가 갖고 있는 기술, 지식, 실력, 돈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돈, 성적, 외모, 기술, 지식, 사람의 숫자, 소유 등에 따라서 높고 낮고, 잘 나고 못나고의 등급이 만들어지고 등급에 따라 신분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겉으로는 신분이 생길지라도 그 신분은 또 다른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줄 뿐이다.
부모는 자녀에게 모든 것을 준다. 부모의 주는 것 없이는 자녀는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자녀에게 부모는 절대적인 존재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신분을 얻은 것은 아니다. 그저 부모의 역할을 할 뿐이다. 혹시나 부모가 자녀를 향해 “부모인 나를 이렇게 무시해!”라고 말한다면 이미 부모와 자녀 사이에 ‘신분’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자녀를 향해 “자식은 부모에게 ~ 해야 한다”라는 규범이 생기게 된다. 이 순간 이 가정에 하나님의 나라의 이념인 사랑과 기쁨과 자유는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어떤 교회의 목사는 수 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설교를 한다. 사람의 숫자가 많음으로 대우와 평가와 신분이 달라진다. 또 어떤 목사는 한 두 명 앞에서 설교를 한다. 숫자가 적음으로 인해 받는 대우가 없다. 교인 수가 많다고 우월하지도 않고 숫자가 적다고 열등하지도 않다. 그냥 역할일 뿐이다. 그러므로 목사가 설교를 하는데 교인이 2명이 참석했다고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하며 창피함과 열등감을 느끼면 가슴에 신분이 들어있는 것이다.
성경에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나온다. 이들은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생활을 할 때 백성들에게 용기를 주고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여 나라를 되찾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러자 백성들이 이들을 따랐다. 금세 권력이 생기고 높은 신분이 되었다. 이 높은 신분은 신분이 아니라 새로운 역할이어야 하는데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은 역할보다는 신분을 택하여 권력을 이용하여 백성을 괴롭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오늘날에도 교회나 기업, 심지어 가정에서도 하나님 나라의 비결은 역할에 있고, 하나님 나라를 잃어버리는 원인은 신분에 있는 것이다. 사장은 신분이 아니라 역할이며, 장관은 신분이 아니라 역할이며, 목사는 신분이 아니라 역할이며, 장로도 신분이 아니라 역할인 것이다. 이 땅에서 만들어진 모든 등급이나 신분은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내가 높다는 ‘신분’이 아니라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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