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없는 교인
중앙아시아 선교사대회 강사로 초청을 받고 키르키즈스탄 비쉬켁으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인천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으려고 가는데 뒤에서 귀를 거슬리는 말이 들렸다. “에이 이 싸가지 없는 놈들, 저런 놈 때문에 교회가 욕먹는 거야.” 투덜거리는 그 사람의 쏟아내는 말끝마다 “싸가지 없는 놈”이라는 말이 있었다. 내용을 가만 들어보니 앞뒤를 분별할 길이 없지만 대충 정리해 보니 여행사 직원에 대한 불평인데 그 여행사 직원이 기독교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거친 말을 쏟아내는 사람 또한 교인인 것 같은데 마치 내가 그 직원이 된 듯 얼굴이 달아올랐다. 얼마나 속상했으면 저렇게 거친 말을 쏟아낼까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너무한 말이구나 라는 생각에 괜스레 내 마음도 무거웠다.
‘싸가지’란 말은 강원도와 전라도에서 그리고 서울에서도 종종 사용되는 명사 ‘싹수’의 방언이다. ‘싸가지‘는 ‘싹‘과 ‘아지‘가 합쳐서 생긴 말이다. ‘싹’은 식물의 어린 새싹을 뜻하고 ‘아지’는 접미사로서 송아지, 강아지처럼 동물의 새끼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싸가지’는 동물의 어린 새끼, 식물의 새싹을 의미한다.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자라날 가능성이 없다’라는 말이 된다. 다시 말해 잘될 리가 없다는 말이다.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도 같은 뜻으로 노란 싹은 역시 자라날 가능성이 없음을 나타낸다.
‘싸가지 없는 교인’ 그러고 생각해 보니 몸서리쳐지는 내용이다. 희망이 없는, 장래가 보이지 않는, 잘될 리가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니 그리스도인은 정말 이 말은 사용해서는 안 되겠고 무엇보다 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목회 30여년을 뒤돌아보니 정말 싸가지 없는 교인들을 경험한 것이 생각 났다. 일어설 기력도 없을 때 일으켜 준 사람이, 황무지에 홀로 선 듯 힘들고 어려울 때 최선을 다해 후원을 하고 기도로 동역해 주었던 선교사님이, 절박한 상황에 처한 교인의 기도제목을 붙잡고 밤을 새우며 기도하여 영적으로 육적으로 자리매김을 하도록 해 준 사람들이 불평하고 욕을 하며 목사의 가슴에 못질 할 때......그렇다. 정말 싸가지 없는 언행이었다. 그리고 곧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아픔으로 갚는 싸가지 없는 그리스도인은 아닌가? 생각하니 온 몸이 떨렸다.
어느 모임에서 연로하신 장로님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말씀을 하셨다. “요즈음 후배들을 보면 싸가지 없는 짓들 너무 많이 해. 특히 자기 머리에 기름부음의 거룩한 사역을 하신 목사님을 향해 함부로 언행을 일삼는 경우는 사울보다 못한 사람이야. 우리들 시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어. 그건 정말 싸가지 없는 일이야.”
하기야 성경에는 싸가지 없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가인이 그랬고, 에서가 그랬고 사울왕이 그랬고, 압살롬이 그랬고 가룟 유다가 그랬다. 그들은 정말 잘 되지 못했다. 자라날 가망이 전혀 없는 생각과 언행을 했으니 그들의 삶의 결과는 그야말로 비참했다.
구역보고를 받으면서 차마 가슴이 아파 듣지 못할 내용이 하나 있었다. 사이비 이단에 현혹되어 교회 출석이 제대로 안 되는 교인을 권면하고 격려하고 인도하려고 다양한 방법이 전개되었는데 그 사람의 입에서 기막힌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교회가 나에게 해 준 것이 무엇입니까?” 권면하던 구역장도 목사도 자괴감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싸가지 없더라는 것이다.
예수님 십자가에 못 박히고 대신 내가 구원받은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인데 교회가 나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말은 주님을 두 번 십자가에 못 박는 언행이기 때문이다.
말이란 생각이 옷을 입는 것이다. 말하는 것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생각이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언행의 이치다. 은혜로 충만한 생각은 은혜로운 말과 행동이 자연스럽게 연출되고,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생각은 그렇게 말과 행동이 아름답지 못하게 표현되는 것이다.
우리의 오늘의 일상은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뿐이다. 하나님의 사랑뿐이다. 한센 병의 고통에서 주님의 은혜를 입어 치유함을 받고도 은혜를 망각하고 떠나버린 싸가지 없는 아홉이 아니라 주님 앞에 엎드려 사례한 한 사람의 마음으로 받은 축복을 연주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감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싸가지 없는 교인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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