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 목사의 칼럼

선교지에서의 눈물
‘눈이 마르면 마음이 건조하다는 뜻’이라는 말을 늘 마음에 담고 살았다. 마음이 건조하다는 것은 감정이 죽었다는 것이기에 마음의 창고에 늘 아름다운 감정을 담는 삶에 힘을 썼다. 하기야 울고 싶어도 눈이 마를 때가 있고 웃고 싶어도 눈물이 흐를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마음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눈물이든 웃음이든 그것은 마음의 표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마음은 감정의 창고다. 어떤 것들이 담겨 있는가에 따라 일상의 희노애락을 통하여 마음은 정직하게 그것을 표현한다. 아무리 울고 싶어도 마음에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감정이 저장되어 있지 않으면 눈물은 나올 수 없다. 아무리 웃고 싶어도 마음에 기쁨의 감정이 담겨있지 않으면 웃음이 나올 수 없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 중의 하나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며,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왜 살아가는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정직한 대답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이라면 진정 우리의 삶의 중심에 가장 아름답게 남겨질 시간의 자국들은 감사함으로 남겨져야 하는 것이다.
지난달에 중앙아시아 선교지를 두 주간 방문하면서 참 많이 울었다. 중앙아시아 교파초월 선교사 수련회 강사로 섬기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도 울었고, 기도하면서도 울었고, 밥을 먹다가도 울었고, 길을 걸으면서도 울었다. 미안해서 울었고 아파서 울었고 고마워서 울었고 행복해서 울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나는가? 멈추어 돌아보니 그렇게 눈물이 날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이었고 만남이었고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말씀 한마디에 아멘하며 아무도 가려고 하지 않는 동토의 땅으로 복음을 들고 선교지를 향해 사명을 안고 들어온 선교사님들의 선교역사는 한 마디로 눈물의 역사다. 복음전파의 사명을 수행하다가 아이들을 잃었다. 병들어 몸이 만신창이 되어도 치료받을 수 없었다. 죽음의 고비고비를 넘기는 것은 모든 선교사님들의 공통된 상황이었다. 먹을 것이 없어서 원주민처럼 생활을 했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로부터의 선교비 중단 통보를 받았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흘릴 눈물도 없었다. 그래도 살아야 했기에, 선교지를 떠날 수 없기에 그 모든 것을 가슴에 담고 세월을 엮었다. 그 세월이 눈물이었다.
물론 선교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개인적인 사욕으로 낭패스러운 선교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우리교회도 교인들이 기도와 수고와 사랑을 담아 선교후원을 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차마 입으로 표현하기조차 민망스러운 일을 나도 겪었지만 그래도 오늘까지 단 한 번도 원망 불평 비판 정죄할 수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의 삶은 그 자체가 눈물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경우도 선교라는 용어에는 불평 원망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교이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눈물을 먹고 눈물을 흘리고 눈물의 길을 걷고 눈물의 역사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말을 아꼈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열배 백배 오해가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말을 아꼈다. 말을 아끼는 그 자체가 마음에는 눈물로 저장되고 있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말이 마음에 담기면서 그것이 눈물이 되었다. 그렇게 사사건건 모든 상황이 눈물로 저장되었다. 그렇게 마음에 삶에 담겨있던 눈물이 수련회 기간에 찬양으로 기도로 말씀으로 터치되는 순간 순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그것을 보면서 또 울었다. 헤어지면서 쏟아내는 그들의 눈물은 그토록 마음에 담고 담기만 했던 그들의 아픔 외로움 서러움 고통이기에 내 마음에 그대로 옮겨 담겼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 선교지를 돌아보면서 그것을 보았다. 그것을 느꼈다. 그래서 미안해서 울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주고 위로하고 격려해 주는 목사님이 고맙다고 어머니처럼 살펴주는 포항중앙교회가 고맙다고 주님을 만난 듯 바라보는 그 눈빛을 보면서 부끄러워서 울었고, 그렇게라도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도록 선교여정에 기도와 물질로 동역해 준 성도들이 고마워서 또 울었다. 국내 말씀 사역에 쉼없이 달음질 하면서 쉬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생각조차 그들을 보면서 미안해서 또 울었다. 그렇게라도 울 수 있는, 눈물이 마르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또 가야할 길을 걸어간다.
편할 때는, 좋을 때는, 넉넉할 때는 하나님을 잘 믿는 일등 신자의 모습이었지만 조금만 어려움을 경험하는 우리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제까지 살아온 목적이 하나님이 아니었고 세상의 것이었음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는 슬픈 일들이 너무 많았다. 그 모든 일들은 마음이 건조해지는 과정이다. 마음이 건조해지면 감사가 없고 마치 마른땅을 거닐 때 먼지가 일어나듯 건조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과 행동은 원망 불평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음에 눈물이 저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선교지에서는 날마다 마음에 삶에 눈물이 담겨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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