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의 영성
요즈음 한국교회는 영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성도들의 영성을 강조합니다. 많은 세미나들이 영성개발과 영성훈련 프로그램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성을 강조하는 자체가 문제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왜곡된 영성 또는 잘못된 비성경적 의미의 영성을 마치 성경적 영성인 것처럼 제시하고 가르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영성에 관한 책들과 프로그램들을 분석해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영성을 논하는 대부분의 책들과 프로그램들이 헬라적 이원론이나 중세적 이원론, 또는 동양의 기철학, 심지어는 심리학의 감수성 훈련 프로그램을 기독교적 용어로 각색해 놓고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영성에 관한 대부분의 책과 프로그램들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떠난 도피적 영성 또는 초월적 영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생활을 떠난 영성을 강조하지 않습니다. 성경적인 영성은 우리의 총체적인 삶의 현장 속에서 삶을 통한, 그리고 삶에 의한 영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정말 우리가 개발해야 할 생활 속의 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주의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 지요? 주께서 저희를 다 지으셨으니 주의 부요가 땅에 가득하니이다”(시 104:24). 참된 영성이 무엇입니까? 낮의 태양,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달, 한없이 넓은 대양과 그 속에 놀고 있는 온갖 종류의 고기들, 울창한 송림과 한 송이 들국화를 보면서 창조주 하나님을 알고, 온 우주에 가득한 하나님의 지혜를 보고 그분의 위대하심을 찬양할 줄 아는 것이 참된 영성일 것입니다. “저기 크고 넓은 바다가 있고 그 속에 동물 곧 대소 생물이 가득하니이다. 선척이 거기 다니며 주의 지으신 악어가 그 속에서 노나이다. 이것들이 다 주께서 때를 따라 식물 주기를 바라나이다”(시 104:25-27). 한 마리의 악어를 볼 때도 실용주의적이며 물질주의적인 가치관의 안경을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지으시고 먹이신다는 세계관을 갖고 만물을 다스리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 참된 영성일 것입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에서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는가? 부서지는 파도 속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갓 태어난 아기의 해맑은 눈동자 속에 하나님이 보이지 않는가? 장미 한 송이 혹은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인물, 아름다운 노래, 계절의 변화 가운데서는? 친구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분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또한 맛있는 음식과 감미로운 대화에서 그분을 맛보지 않는가?”
우리는 생활 속에서 진정한 영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얼굴에 따스하게 와 닿는 햇빛, 발가락 사이로 찰랑거리는 파도, 학교에서 돌아와 안아달라고 뛰어오는 자녀와의 포옹, 사랑하는 친구에게서 받는 위로 한 마디 등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느낄 줄 아는 것 역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살아 있는 영성입니다.
창조세계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관리하며 다스리는 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만들 것입니다. 이런 관심과 활동은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영적인 활동입니다.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이원론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설교와 찬양, 성경 공부와 기도 생활, 그리고 주일의 모든 활동은 성령께서 임하시고 역사하시는 영적인 활동이지만,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루어지는 기타 삶의 영역에서의 활동은 경쟁과 타협과 정사와 권세가 지배하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반드시 예배를 드리는 동안에만 ‘하늘에서 불이 내리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습니다.
창조주시며 구속주이신 하나님은 날마다 순간마다 자기 백성들에게 따뜻하고 자비하신 눈길을 보내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때로 너무 바빠서 이 은혜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시는 주님의 말할 수 없는 은총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서 “오 실신하신 주, 내 아버지여 늘 함께 계시니 두렴없네. 그 사랑 변찮고 날 지키시며 어제나 오늘이 한결같네”라는 찬양을 마음으로부터 뜨겁게 부를 수 있는 영성을 소유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