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 목사의 칼럼

어떤 말을 하는가?
한 마을에 조깅을 하는 네 신사가 있었다. 모두가 자기 교회의 중진들이었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었다. 하루는 지방 판사로 재직 중인 신사가 말했다. “나는 요즈음 술을 너무 많이 마시게 되었어.” 며칠 후 그 마을에는 아무개 판사가 알코올 중독자라는 소문이 퍼졌다.
어느 날 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인 신사가 말했다. “나는 요즈음 너무 자주 고스톱을 친단 말이야.” 며칠 후 마을에는 아무개 교장이 공금으로 도박을 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또 어느 날은 마을에서 유명한 의사인 신사가 친구들에게 말했다. “요즈음 나는 우리 병원 간호 과장이 더욱 사랑스러워 보여.” 며칠 후 마을에는 아무개 의사가 유부녀와 사랑에 빠졌다고 소문이 퍼졌다.
마지막 친구는 마을 최고의 실업가였는데 그도 자신의 약점을 고백했다. “나는 요즈음 가십(gossip)을 자주 하는 습관이 있어 탈이야.” 결국 이 사람의 악의 없는 습관상의 가십으로 친구들의 명예는 엄청나게 실추되고 있었다. 한 마디의 말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가져온다는 교훈이다.
가십(gossip)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쑥덕공론, 남의 뒷말, 다른 사람이나 사건에 대하여 습관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이런 뜻에서 가십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즉 남의 말을 좋게 하면 좋은 것이고 나쁘게 하면 나쁘다는 것이다. 말이란 그렇게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20세기의 성자 간디가 거리로 나갔다. 많은 군중이 그에게로 몰려 왔다. 그중 한 할머니가 무슨 사연인지는 몰라도 울고 있었다. 간디는 수건을 꺼내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모든 사람의 눈물을 씻어주고 싶지만 나에겐 손이 모자라는군.” 이 짧은 한 마디가 전 인도의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이 한 마디는 영국의 총칼에 눌려 울분에 싸여 있는 그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이 한 마디의 말은 가난에 허덕이는 배고픈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 한 마디가 바로 꿀이요 젖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 나의 말 한 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친구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고 바람을 자게도 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축복의 씨가 될 수도 있고 저주의 부리가 될 수도 있다. 나의 말 한 마디가 건설의 초석이 될 수도 있고 파괴의 방망이가 될 수도 있다. 나의 말 한 마디는 젖과 꿀이 될 수도 있고 독약이 될 수도 있다.
목회를 하면서 경험하는 것이지만 교회가 부흥하고 몰락하는 것도 말 때문이 대부분이다. 목회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 교회 지도자가 리더십이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그와 관련된 말이 목회를 어렵게도 하고 쉽게도 한다. 나는 많은 교회의 초청을 받고 국내외 부흥사경회를 인도한다. 모든 교회의 공통점이 그 교회는 어떤 말을 잘 하느냐에 따라 교회가 평안하고 행복하고 감사하고 축복을 나누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보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들을 말 한 마디로 인하여 교회가 풍비박산되기도 하고 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 카오스 현상이 되는 것도 보았다. 그런가 하면 말 한마디로 교회가 평안하고 교인들이 행복하고 목회가 희망찬 교회의 아름다움도 보았다.
그래서 나는 목회를 하면서 말을 잘 하려고 하지 않고 생명 있는 말을 하는 것에 전력을 기울였다. 생명 있는 말이란 살리는 말이다. 말은 상대성을 갖고 있다. 미사여구를 나열하면서 일사천리로 구사하는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감동케 하고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희망 갖게 하는 말이 생명 있는 말이다.
말은 생각의 옷을 입은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일상에서도 좋은 생각을 하는데 노력했다. 좋은 생각이 좋은 말을 옷 입고 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늘을 보면서 넓고 맑은 마음이기를 기도했다. 산을 바라보면서 태산 같은 믿음을 소망했고, 계곡에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줄 수 있는 삶이기를 기도했다. 산새 소리를 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입술이기를 기도했다. 모진 풍상에 자신의 몸이 깎이면서도 사계절을 통하여 온갖 아름다움을 연출하며 모든 사람에게 넉넉함과 즐거움을 주는 산이기를 기도했다.
봄이 아지랑이를 타고 오고, 여름은 소나기를 타고 오고, 가을은 고추잠자리를 타고 오고, 겨울은 눈서리를 타고 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의 행복과 축복은 무엇을 타고 올까? 바로 내 입술을 타고 온다. 이 입술을 타고 축복도 들어오고 저주도 들어온다. 이 입술을 타고 축복도 나가고 저주도 나간다.
그래서 야고보는 사람이 다 실수가 있으나 말에 실수가 없으면 온전한 사람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모든 짐승과 곤충들도 길들일 수 있으나 혀는 능히 길들일 사람이 없으니 쉬지 아니하는 악이요 죽이는 독이라 했겠는가?
하루를 살더라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말을 할 수 있는 입술이기를 기도한다. 축복은 입술을 통하여 오는 것, 저주 또한 그런 것임을 깨달아 축복을 불러오는 입술이기를 소망한다. 그것이 생명 있는 말이다. 나는 오늘 어떤 말을 하는가?

2013.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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