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입니다
자신이 죽음을 앞에 두고 있다고 가정할 때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으면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내가 아끼고 사랑하고 정성을 들인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혹은 나를 깨워주고 나를 세워준 고마운 사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주었던 사람, 모든 것을 다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또는 어려움 속에서 함께 힘겨운 세월을 보내면서 성공을 만들어냈던 사람일 것이다. 마지막 순간에 이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은 이유는 이 분들 덕분에 삶이 의미 있었고, 행복했고,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만나보고 떠나고 싶은 것이다.
모든 사람은 덕분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소, 돼지, 오리, 닭 덕분이며 또 배추, 무, 상추, 호박, 공기, 햇빛 덕분이다. 그리고 과거에 존재했던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는 “부모님 덕분에 제가 이 땅에 태어나서 온갖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부모는 “너희들 덕분에 내가 행복했다.”며 서로 ‘덕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서로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덕분’을 알 때 본래의 나를 알고 본래의 나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덕분’이라는 것을 잊어버리면 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동양에는 큰절이 있다. 오래 전부터 새해가 되면 부모님과 친척 분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나는 어른에게 자주 하는 것이 큰절이다. 나는 어릴 때 시켜서 했고 그 의미를 몰라서 왠지 큰절이 싫었다. 그런데 이 큰절의 의미를 지금부터 20년 전, 내가 30대일 때 어느 상담모임에서 감격적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 5박 6일의 상담 마지막 날, 상담을 진행하던 연세 많으신 선생님이 갑자기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에게 절을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정신을 차려서 당황하지 않고, 얼굴도 빨개지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 당당하게 앉아서 그 분이 나에게 주시는 사랑을 온전히 다 받았다. 나는 그 분의 모습을 자세하게 보았다, 그 분이 무릎 끓는 모습과 일어나는 모습, 손과 발의 모양, 얼굴 표정, 허리를 굽히는 모습을. 나에게 하는 큰절에 온 정성을 다하고 있었으며 나를 향한 큰 사랑이 느껴졌다. 나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다 받아들였다. 그 때 내 가슴 속에 느껴지는 전율감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분이 나에게 하신 그 큰절은 ‘당신 덕분에 내가 상담을 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내가 행복했습니다. 당신 덕분에 내가 존재합니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후에 가족 상담을 하거나 그룹끼리 상담을 할 때 서로 큰절하도록 해 보았다. 큰절이란 놀라운 것이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절을 하자 남편 마음에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 생겨났다. 그리고 아내가 얼마나 나를 위하는 큰 존재인지를 깨달았으며, 아내는 남편의 그런 모습에 그동안 쌓였던 서운함과 답답함이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서로는 서로에게 ‘덕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10년 전 나는 날개영성하우스를 지었다. 날개영성하우스 건물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있는 것이다. 날개영성하우스를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고, 헌금하고 땀을 흘리고 기술을 제공했는지 그 숫자를 세기도 어렵다. 지금도 그 이름들을 잊을 수 없다. 사람은 육체적으로는 한 번 태어나지만 정신적으로는 계속해서 새로워진다. 내가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그 때 부모님이 계셨으며 내가 새로운 깨달음을 알고 기뻐할 때 그 때도 스승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세계를 경험할 때마다 거기에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것을 한다. 그 성공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덕분’이다. 그러므로 늘 함께 있는 사람에 대한 귀중함과 그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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