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 분쟁의 자리에서도 화평을 만들어 가는 사람
어떤 두 사람이 전철 안에서 큰 소리로 다투고 있었다. 싸움이 점차 거칠어져 주변 승객들을 불편하게 하자 한 노신사가 나무라며 하는 말이 “여기가 국회인 줄 알아? 왜 싸움질이야!”
“여기가 국회인 줄 알아”했으니 다행이지, “여기가 교회인 줄 알아”라고 했더라면 어쩔뻔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교회가 하도 많이 싸워서 선교사들이 본국에 돌아가 선교 보고를 하는데 “한국 교회 잘 싸워요. ‘예수’하고 ‘그리스도’하고 싸워요” 하더란다. 교단이 싸웠다 하면 ‘예수’하고 ‘그리스도’하고 갈라졌다. 예수 장로회와 기독교 장로회, 예수교 성결교회와 기독교 성결교회…. 이것이 교회의 모습이었다면 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가정도 화평한 가정이 좋은 가정이요, 교회도 화평한 교회가 좋은 교회이다. 인간은 평화를 희구하면서도 세상은 늘 평화롭지 못하고, 교회는 평화를 누리고 가르치는 곳이면서도 교회 안에 싸움이 많았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평화가 그리운 때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무엇보다 화평의 열매가 필요한 때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가 “화평케 하는 자”가 될 수 있을까?
첫째, 하나님과의 화평을 이루어야 한다.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분리되었다. 죄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장벽을 쌓고 말았다. 에덴동산은 평화의 동산이었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 그러나 선악과를 따 먹은 인간은 하나님을 피하여 나무 밑에 숨었다.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가 파괴된 것이다. 바로 이 장벽을 헐고 이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켜 주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셨다. 예수님은 십자가 상에서 화목제물이 되심으로써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화목의 다리를 놓으셨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이 죄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하나님과 화평한 관계에 들어갈 수 있다.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 이 땅의 모든 평화의 기초이다. 이 세상이 평화를 잃어버린 것은 인간이 하나님과의 화평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하나님과 원수 맺고 하나님을 싫어하는 인간이 되어 살지 말자. 그 길은 죽는 길이요 망하는 길이다.
둘째, 우리 자신과의 화평을 이루어야 한다. 심리학자 칼 융(Karl Jung)은 “마음의 평화는 모든 질병과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 준다”라고 했다. 리브만(Joshua Liebman)의 책 「마음의 평화」에 보면 한 젊은이의 소원이 나열된다. 건강, 사랑, 재물, 아름다움, 재능, 권력, 명예. 그러나 한 철인이 젊은이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친구여, 마음의 평화가 없이는 이 모든 것을 즐길 수가 없소.” 그리스도인은 분쟁의 땅에서 화평을 만들어 가기 전에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이 평화로워야 한다. 내적 화평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온 세상이 분쟁의 파도로 넘실대고 있어도 내 마음이 고요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면 밖의 파도는 반드시 잠들게 되어 있다.
셋째, 이웃과의 평화를 이루어야 한다. 가정이나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불화할 때가 언제인지 생각해보면 필시 내 마음속에 평화가 없을 때였을 것이다. 이 말은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성도의 교제의 균열을 좋아하는 것은 사탄밖에 없다. 존 번연의 아픈 고백을 알지 않는가?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마귀와 더불어 대적해야 할 교회와 성도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구나!” 분쟁은 다른 사람을 죽이고 결국엔 나도 죽는 독약과도 같다.
넷째,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과 다른 사람들을 화목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들도 반드시 하나님과 화목해져야 한다. 그것이 구원이요, 영생이요, 진정한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은 먼저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과 세상 사람들을 화목하게 만드는 책임을 맡겨 주셨다. 기독교의 사랑인 아가페가 하나님께로부터 나오고 하나님께로 연결되듯이 화평 또한 하나님으로부터 나오고 하나님과의 화평한 관계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는 내 이웃들도 모두 하나님과 화평하고, 그들의 이웃과 화평하며, 각자 자기 자리에서 화평을 만들어 가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화평의 열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