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전원호 목사(광주은광교회)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 593명을 대상으로 한 어느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1.2%가 “퇴사시키고 싶은 직원의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10개 중 7개 회사에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말입니다. 블랙리스트 직원에게 퇴사 가능성 등을 표현한 적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5.6%가 “표현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블랙리스트 직원들은 퇴사 압력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표현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직접 본인에게 말한다(20.4%)”가 1위였습니다. 그 외는 대부분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눈치를 준다(15.9%)”였습니다. 상사와 직원 사이에 소위 눈치 싸움이 벌어지는 거겠죠. 이건 그만두라는 소리를 직접 듣는 것보다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직속 상사를 불러서 전한다(14%)”, “업무ㆍ부서재배치 등으로 표현한다(12.8%)”, “회식 등 자리에서 농담처럼 말한다(8.1%)”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어떤 직원이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지 궁금합니다. 복수응답 방식으로 나타난 결과 1위는 “회사에 불평ㆍ불만이 많은 직원(50%)”이었습니다. 5위와 6위는 각각 “협업이 안 되는 이기적인 직원(36.5%)”, “회사의 지시 사항을 무시하는 직원(33.9%)”이었습니다. 이 셋은 거의 같은 부류가 아닐까 싶습니다. 불평과 불만이 많은 사람은 자기가 최고입니다. 자기 생각이 중심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모든 것이 기준 미달입니다. 그들의 눈에는 회사가 하는 짓이 시원찮아 보입니다. 회사의 지시사항도 형편없어 보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들 주위에 둘러서서 불평, 불만을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만 두면 되지’라고 생각합니다. 불평꾼과의 협업이 잘 될 리도 없습니다. 그들의 업무성과과 뛰어날 수 없고, 근무태도가 성실할 수도 없습니다. 다른 이들에 대한 매너도 좋을리 없습니다. 2,3,4위가 “업무성과가 떨어지는 직원(48.3%)”, “잦은 지각 등 근무태도가 불량한 직원(44.1%)”, “예의, 매너가 없는 직원(41.2%)”인데 이 모두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조금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회사는 이윤 추구 집단인 만큼 그런 직원들은 즉시 퇴사시킬 것 같은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런 직원들이 받는 불이익이 그렇게 무자비하지는 않아 보입니다. 가장 큰 불이익은 “인사평가에 영향을 받는다”로 39.1%였습니다. 그 다음은 “특별한 불이익은 없다(34.8%)”, “연봉협상에서 불이익을 당한다(18.5%)”순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우리에게 크게 불이익을 주시지는 않으십니다. 하나님의 공의로우심을 생각하면 즉시 엄중 심판일 텐데 하나님은 오래 참으십니다. 그 증거로, 지금도 블랙리스트 인사들은 신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스총을 휘두르면서, 명예욕과 권력욕과 탐욕을 봉사정신이라고 포장하면서, 성적 타락에 대해서는 연약한 인간이라고 매끄러운 변명을 하면서, 그런 사실 없다고 거짓말도 하면서.. 온갖 종류의 메뉴가 뒤범벅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정도면 좌불안석일 텐데 요지부동이요 반석 위에 지은 집입니다. 불평, 불만, 불순종, 거역 등으로 퇴출 서열 영순위의 이스라엘도 우리나라 교회에 오면 명함도 내어 밀지 못할 겁니다. 위선과 거짓의 대명사였던 서기관이나 바리새인들이 우리에게 동지의 친밀감을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금송아지 만들 때 거국적으로, 열광적으로 하나가 되었던 광야의 이스라엘이 오늘 우리의 피폐한 모습과 오버랩이 됩니다. 우리 모두는 죄인이라는 표현은 이제는 너무 진부해져서 귀도 기울여주지 않습니다. 너, 이 도둑놈, 너 이 살인범, 너 이 뻔뻔한 놈, 너 이 후안무취의 인간, 네가 사람이냐? 이 정도 욕을 얻어먹으면 자극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참 열거하다보니 나는? 하는 생각에 정신이 화들짝 듭니다. 하나님,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바로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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