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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고담을 남겨야겠습니다
얼마전에 교회의 한 젊은이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장로님 아들인데 교통사고로 한 달여 동안 중환자실에 있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 운전자의 잘못이라 더욱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온 교회가 열심히 기도했지만 하나님은 그를 데려 가셨습니다. 저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장례식을 치렀지만 이번만큼 고통스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청년부 친구들이 밤중에 장례식장을 방문해서 몇 시간 동안 떠난 친구에 대한 추억담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그 내용들을 전해 들으니 더 아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장례식 설교를 하는데 화도 좀 났습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도 많은데, 나도 있는데, 왜 그렇게 파릇파릇한 젊은이를 데려가셨는지. 어머니 권사님은 아들을 하늘나라로 장가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 하셨습니다. 믿음으로 슬픔을 이기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지만 제 마음은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그 젊은이 보내고 정확하게 두 주만에 K장로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교인 한 분의 부친 하관예배 갔던 여전도사님 통해 연락을 받고 급히 중환자실로 달려갔더니 부인 권사님께서 “가버리셨어, 가버리셨어”라고 중얼거리고 계셨습니다. 어린 여의사가 조그만 통을 손에 잡고 계속 펌프질을 하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젊은 남자 의사가 다가오는데 그 역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어린 두 손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모니터의 선은 이미 직선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휴가 차 내려왔던 둘째 아들이 의사에게 묻습니다. 희망이 있는 거요? 의사가 고개를 흔듭니다. 권사님이 용감하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선 빼시오. 그렇게 장로님은 훌쩍 가버리셨습니다. 저도 곁에 섰다가 너무 황당해서 한마디 했습니다. 앗다, 장로님 인사라도 하시고 가시지요.
한번은 노인 한 분에게 병상세례를 베풀게 되었습니다. 세례문답을 하는 시간 이었습니다. 그 노인이 대답을 하시다가 갑자기 무슨 질문을 했습니다. 평소에 무척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제 스타일대로라면 “선은 이렇게 후는 이렇고..” 식으로 설명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옆에 계시던 K장로님이 “그건 이런 거야”라고 말씀하심으로써 단번에 제압(?)하셨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연배에 맞는 교육방식이 있다는 것을. 그 다음부터 노인 환자들 병상세례를 베풀 때는 이 장로님을 보내어서 세례교육을 시켰습니다. 워낙 철저하신 분이시기 때문에 빈틈이 없었습니다. 저는 안심하고 문답하고 세례를 베풀곤 했습니다. 앞으로 이 사역을 누가 해주실지 걱정입니다.
K장로님은 교회 역사에 대한 관심도 깊었고 실력도 뛰어났습니다. 우리 교회 역사의 잘못된 부분도 바로 잡아 주셨습니다. 대표기도 때마다 언급하실 정도로 교단에 대한 사랑도 특별 하셨습니다. 호스피스 사역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셔서 최고의 봉사 메달을 받으셨습니다. 복지관을 정기적으로 방문해서 노인들을 위로하시고 교회의 경로대학에서도 장구를 치면서 찬양 반주를 하기도 하셨습니다. 장애우들과 환자 위문에도 앞장서셨습니다. 너무 활동을 많이 하셔서 권사님이 말릴 정도 였습니다. 광주장로성가단 단원으로 활동하셨고, 예배시간에도 가끔 특송으로 은혜를 끼쳤습니다. “주여 나의 생명 나의 정성 드립니다.” 장로님이 부르셨던 특송을 장례식장에서 함께 부르는데 모든 이들이 감동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 히11:4절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1938년생이시니 요즘으로는 보내드리기 참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훌륭한 신앙생활하시고, 신앙생활 잘 하는 5남매를 키워놓으셨으니 남부럽지 않은 생애였습니다. 우리도 세상을 떠날 때 K장로님처럼 좋은 회고담을 남겨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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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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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교회 성도가 공개한 송태근 목사 청빙 일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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