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 목사의 칼럼

무엇을 보는가?
실로암 안과병원에서 직원 채플을 인도한 시간이 있었다. 모든 직원들의 얼굴은 하나 같이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아름답다는 것은 단순한 외모적인 미적상황에서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내면의 아름다움의 표현이 가능할 때 가장 지고한 표현이다. 김선태 병원장의 얼굴에서 더욱 그것을 보았다. 앞을 보지 못하지만 보는 수천수만의 사람들과 다른 시각(視覺)의 은총을 누리는 분이 김선태 박사다. 그분의 삶에서 느껴지는 그리스도 예수의 향기는 온 몸과 마음을 예수님 사랑으로 베어지게 한다. 향기는 보이지 않지만 그 분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향기를 볼 수 있는 행복함을 경험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단순하게 시작장애인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본다고 하지만 사실은 시각장애인들은 보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 더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사 다양한 문제는 사실 보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견물생심(見物生心)이며 그로 인해 분수를 잊고 죄를 짓고 아픔에 함몰되는 것을 얼마든지 보고 듣고 경험한다. 그래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것만이 아니라, 보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아름답게 느끼고 자신의 삶을 향기롭게 다듬어 가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은 보지 못하기 때문에 햇빛의 눈부심보다 따뜻함을 먼저 느끼고, 꽃의 아름다움은 보지 못하지만, 보는 사람들보다 먼저 향기를 느끼고 상대방의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송명희 시인은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나님의 은총을 “나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고” 라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르게 보는 아름다움이다.
지난 6월 2일 미국 오하이오주(州)에서 육상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참여한 여고생 ‘미건 보겔(Meghan Vogel)’은 1600m 결승에서 우승을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3200m 결승전에 참여를 했다. 3200m를 거의 다 돌아 100m 앞 지점에서 결승전 30m 앞에서 한 선수가 쓰러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냥 달려 지나치면 그만이었지만 ‘미건 보겔’은 멈추어서 그 선수를 일으켜 세웠다.
경기 중 다른 선수를 도와주면 실격처리 되는 것을 알면서도 ‘보겔’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넘어진 선수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 반은 끌고 반은 둘러맨 채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었다. 관중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선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관중들 앞에서 일어났다. ‘보겔’은 자기 어깨에 걸치고 함께 걸어온 선수를 결승선 앞에서 팔을 내리고 그 선수를 결승선 앞으로 먼저 밀었다. 결승선 앞에서 숨을 죽이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경기진행요원들이 앞으로 먼저 쓰러지듯 들어온 선수를 양쪽에서 잡고 안았다. 관중들은 그 의도를 알고는 우레 같은 박수를 보냈다. 자기 앞서 달리다가 쓰러진 선수를 먼저 결승선을 스스로 통과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보겔’은 3200m 경기의 참가선수 15명 중 15등 꼴찌가 되었다. 관중들은 숨이 막히는 전율을 느끼면서 박수를 보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두 선수가 실격되는 상황이었지만 모두 경기 결과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보겔’은 다르게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올림픽 정신을 뛰어넘은 지고한 통관(通觀)을 갖고 있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 보이는 것을 가지려고 가히 몸부림을 한다. 그러면서 형제를 아프게 하고 그와 같은 삶의 가중치가 붙게 되면 미워하고 살인하고 온갖 죄를 범한다. 무서운 것은 천국의 모형이라는 교회 안에서도 보이는 것 때문에 온갖 카오스 현상이 일어난다.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을 붙잡고 사람들은 너나없이 가지려고 상대방을 아프게 하면서 오늘을 살아간다.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이 있다.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처럼 잡념과 허욕이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라 한다. 장자(莊子)의 <덕충부편(德充符篇)>에 나오는 말이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무엇 때문에 그렇게 분주하고 시끄럽게 살아가는지 한 번쯤 뒤돌아보면서 우리의 마음이 명경지수(明鏡止水)이기를 기도한다.
말씀으로 자르고, 기도로 갈고, 성령으로 쪼고, 묵상으로 다듬어지는 마음, 그것을 영적 절차탁마(切磋琢磨)라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다르게 보는 혜안(慧眼)과 영안(靈眼)으로 오늘도 평행감축(平幸感祝)의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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