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목사의 칼럼

‘설교’와 ‘요리’
설교를 평생토록 하고 있는 목회자들에겐 늘 부담스럽지만 목회 생활 중 가장 보람있는 게 역시 ‘설교’이다. 종교 개혁자들이 모두 강단을 강조한 것도 말씀의 전달에 비중을 두고 한 말들이었다. 특히 요한 깔뱅은 “설교야말로 하나님께서 목회자에게 위탁한 전권대사의 역할이다”라고 했다. 칼 바르트는 “설교는 하나님께서 하나님 자신의 말씀을 한 인간(목사)을 선택하여 성서의 말씀을 멋진 메뉴로 작성하여 맛이 있게 요리하는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런고로 설교야말로 음식을 만드는 요리라 할 수 있다.
헨리뉴엔은 직접 말하기를 “설교는 항상 새로운 음식을 요리하는 것이다”라고도 했다. 그래서 앤드류 블렉우드는 “설교는 예술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설교는 지시나 명령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권면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교는 항상 신선해야하고 맛이 있어야만 한다.
독일의 설교가였던 헬뮤트 틸리케는 오늘날의 설교에서 위기를 지적하면서 목회자들이 과중하고 잡다한 일과로 설교가 변두리로 밀려나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설교와 설교자」에선 다음 다섯 가지를 덧붙여 놓았다.
첫째, 설교는 말의 배열에 있는 게 아니라 회중과 만나는 설교자의 삶과 자세를 잘 갖추라.
둘째, 설교는 반복하지 말고 항상 자신의 성장으로 준비되어져야하며 언제나 신선미를 갖추어야 한다.
셋째, 설교는 진정되게 설교로서 말씀을 증거 해야지, 회중들로 하여금 어느 인간의 지시로 미화되어 전달되어서는 아니 된다.
넷째, 설교는 항상 실존적으로서 현재성을 가지고 설교자와 회중이 대화하듯 회중들의 삶에 부합되도록 전해져야 한다.
다섯째, 설교는 설교자의 말에 있는 게 아니라 설교자의 생활에서 우러나와야 멋진 요리의 메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요리’와 ‘설교’는 이래서 일맥상통하는 느낌을 준다. 가령, 가정에서 주부가 끼니마다 음식준비에 신경이 모아지는 것처럼 목회자에게도 설교가 항상 떠날 수 없는 준비이다. 한편으론 부담도 느끼는 게 사실이다. 가정에서 다음 식사는 무엇으로 준비할까 생각하는 일과 같다.
그래서 가정주부는 요리의 메뉴를 짠다. 목회자도 미리 절기에 따라 설교 메뉴를 짜야만 한다. 마치 가정에서 갑자기 아무 것이나 요리하여 팽개치듯 먹으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가정주부들이 메뉴에 맞추어 시장에 가서 재료들을 준비하듯이 목회자도 성경과 여러 곳에서 설교의 재료가 될 만한 것들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요리는 요리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요리는 달라도 한결같이 가족들에게는 건강케 하는 음식이 준비된다는 점이다. 맛은 각각 다르지만 꼭 같은 결과이다. 그런데 맛만 신경을 쓴 음식을 집 밖에서 사먹고는 배탈이 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조심할 일이다. 설교도 그렇다고 본다. 본인의 소속 교회 목회자로부터 받은 설교가 당장에는 흥미를 못 느껴도 신앙의 기본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간혹 달콤한 이단이나 사이비의 말씀을 먹곤 병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외식을 조심시키는 말을 목회에서도 강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문제는 오늘날의 설교자들이 자신을 요리사로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는 요리를 설교로 실천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요리사가 게을러서 적당하게 식은 밥이나 주물러서 만들어 식구들에게 내 놓으면 가족들은 입맛을 잃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요리는 기술에 있다기보다 정성에 있다고 본다. 정성을 다한 된장찌개가 맛이 있듯이 설교자도 진실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설교에 신경을 쓰고 준비하여 전달한다면 회중들은 맛있게 말씀을 먹고 잘 성장하고 성숙해가는 신자들이 될 것이다.

201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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