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맨
여수에 가서 바닷가 바로 옆의 분위기 좋은 카페를 들른 적이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시켰더니 매니저가 와서 고맙다고 합니다. 뭐가 그리 고맙냐고 물었더니 에스프레소 시키는 손님은 한 달에 한 명 정도라는 겁니다. 너무 반가워서 한잔 더 주신다는 겁니다. 덕분에 에스프레소 더블을 마셨습니다.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맛이 써서 양이 적어서 별로 찾지도 않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왜 파는지 아느냐는 내용의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에스프레소는 커피의 감초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뜨거운 물, 카푸치노=에스프레소+우유거품+ 계피가루, 카페모카=에스프레소+스팀밀크+초코시럽, 카페라떼=에스프레소+스팀밀크, 마키아또=에스프레소+스팀밀크+우유거품, 에스프레소 콘파나=에스프레소+휘핑크림, 에스프레소 아포가또=에스프레소+아이스크림)
그 동영상에서는 이어서 에스프레소맨에 대해 말합니다. “스포트라이트가 비껴간 뒷자리에서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하는 사람들, 크게 인기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 타인과 협력할 때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 빛나는 ‘스타’는 아니지만 ‘스타’ 들을 존재하게 하는 이들, 그들이 바로 사람들 사이의 에스프레소 맨들이다”
동영상은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정현욱 선수를 예로 듭니다. 그는 ‘미들맨’이라고 불립니다. 미들맨의 임무는 선발투수가 제 힘을 다하고 마무리 투수가 화려하게 등판할 때까지 그저 묵묵하게 버텨내는 것입니다. 때로는 한 타자만을 상대하기 위해 때로는 한 이닝만을 위해 때로는 패전투수의 멍에를 쓰기 위해 마운드에 오릅니다. 2009년 WBC 대회 때 그는 서른한 살의 나이로 처음 태극마크를 답니다. 그리고 3/7 일본 전 콜드게임 위기, “무실점 봉쇄” 3/9 일본 전 강타자 오가사와라 결박, “무실점 봉쇄” 3/16 멕시코 전 10명 타자 상대, “무실점 봉쇄”의 기록을 세웁니다. 사람들은 미들맨을 ‘믿을 맨’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야구의 에스프레소 맨입니다.
두 번째 예가 맨유의 박지성선수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박지성은 맨유 선수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선수다” 맨유의 공격수 테베즈 선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성이 덕분에 호날두나 루니 같은 공격수들이 상대편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고 골 넣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첩첩의 수비 속에서도 박지성이 공을 잡으면 보이지 않던 길이 뚫렸습니다. 필드를 가장 많이 누비는 선수, 공격수의 득점을 돕는 조용한 공로자 미드필더 박지성, 그는 축구의 ‘에스프레소 맨’입니다.
세 번째는 ‘너는 내 운명’으로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황정민의 수상 소감을 인용합니다. “저는 항상 사람들한테 그래요.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왜냐면 60여명 정도 되는 스탭들과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저는 그 밥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거든요. 그런데 스포트라이트는 저한테 다 와요. 그게 저는 너무 죄송스러워요” 영화는 감독과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 뒤에 숨어서 영화를 빛내는 사람들, 그들이 영화의 에스프레소 맨입니다.
오늘 우리는 스타가 되는 법을 교육 받으며 자랍니다. 미들맨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에스프레소 맨이 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그들이 세상의 보배입니다. 그들이 뒤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세상을 정상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교회에도 에스프레소 맨이 많이 있습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감사하며 섬기는 이들은 거룩한 에스프레소 맨입니다. 더 많은 에스프레소 맨이 생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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