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공부
우리 조상들이 자주 즐겨 사용했던 교훈 가운데 ‘知足常樂 終身不辱 終身不恥, 良田萬頃 日食二升, 大廈天間 夜眠五更’(지족상락 종신불욕 종신불치, 양전만경 일식이승, 대하천간 야면오경)이 있는데 “족함을 알고 즐기기를 항상 하면 평생 욕됨이 없고 부끄러울 것이 없다. 좋은 밭 만경을 가졌어도 하루에 두되 이상 못 먹고, 큰집 천간에 살더라도 밤 오경이상 못 잔다.”는 뜻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족함을 알고 즐길 수 있는 넉넉함의 근간이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배부르다고, 웃는다고, 강건하다고, 풍요롭다고, 따뜻하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때로는 모든 것이 모자람 같아도 행복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것이 삶의 가치이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울은 부요함과 가난함의 일체의 비결을 배웠다고 고백했으며 유대교도로서의 모든 것을 갖추고 살던 날보다는 그리스도인으로 모든 것을 분토처럼 버리고 그리스도를 알고 그분에게 발견되는 것이 최고의 삶의 가치이며 그것으로 행복했던 것을 고백했다. 그것이 바울의 마음 공부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그것을 깨달아 살아가면서도 좀 더 배 부르려고, 좀 더 웃어보려고, 좀 더 강건해 보려고, 좀 더 따뜻해지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다 보니 주어진 현실에 감사할 줄 모르고 자신도 모르게 불평을 하게 되고 스스로의 마음을 흠집 내는 삶을 살아가기도 한다. 마음공부가 그래서 필요하다.
언젠가 제법 많은 비가 내리던 날 한밤중에, 마치 무슨 일이나 있듯 비를 맞고 싶은 마음이 들어 우산도 없이 교회주변을 걷고 있을 때 “목사님 아니세요?”라는 소리에 정신이 들어 고개를 들었을 때 L집사님이 우산을 받쳐 주면서 반은 의아한 눈빛으로, 반은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목회 현장에서의 경험되는 다양한 문제들로 인하여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고, 목사답지 않은 말이지만 기도도 되지 않을 때가 있기에 그냥 비를 맞고 걷고 싶은 마음을 집사님이 이해하기는 어렵기에 아무 말도 못하고 목사를 바라보는 그 눈길이 아직도 생각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설교 한편으로 은혜 받아 기뻐하면서 거듭난 삶을 살아가는 성도를 만나면 목사의 기쁨을 경험하게 되고, 같은 설교를 듣고도 끊임없이 뒷말을 붙여 여기저기 이르는 곳마다 비판하는 성도를 만나면 몸에 기운이 다 빠지는듯함을 경험하면서 아직도 덜 익은 풋과일 같은 목회사역을 아파하는 때가 많다.
눈물겹도록 교회 생활을 아름답게 하는 성도의 이야기를 칭찬하게 되면 “그것은 편견목회”라고 핀잔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고 함께 기뻐해 주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욕먹을 줄 알고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목사님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느냐”고 변호까지 해주는 사람도 있다.
교회소식을 전하는 시간을 두고도 “우리교회가 좋은 이유는 광고하나라도 가정처럼 엮어내는 서민적인 냄새가 나는 목사님 때문”이라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광고시간이 가장 싫다고 하면서 “왜 간단명료하게 광고하지 못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고, “우리목사님은 너무 의지적이고 카리스마가 강하여 따뜻함이 없어 복음적인 지도자가 못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으면 이 큰 교회를 어떻게 이끌어 가겠느냐”고, “우리 목사님처럼 눈물이 많고 정감 있는 목사가 또 어디 있느냐”고 변호해 주는 교인을 경험하면서 이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무엇보다 마음공부가 소중함을 깨닫는다.
하기야 말할 것 없이 ‘주님의 뜻’이 목회의 바로미터이지만 우리의 삶의 현장은 너나없이 모든 기준이 자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한 것은 우리 모두 교회생활에서 희비의 쌍곡선, 수용과 거부의 길을 걸으면서 탈선하지 않고 용케도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마음공부가 더욱 귀하다.
목회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교회를 아름답게, 성도들을 행복하게 인도해 갈까? 그것은 모든 동역자들의 공통된 거룩한 고민이고 그 아름다운 고민으로 인하여 아직은 젊은 목회자들도 머리가 백발이 되어가는 모습조차도 밉지 않고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람의 살아감의 진정한 의미는 객관적 어떤 상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임을 새삼 생각을 해본다.
언행에서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한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감동케 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만큼 아름답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말을 쉽게 하고 행동이 진실 되지 못한 사람의 마음은 그만큼 탁하고 지저분하다는 것쯤은 누구나 인지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우리의 마음이 일상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근간이 됨을 깨달아 마음에 아름다움이 꽃피어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하게 하는 좋은 마음의 정원사로 하루를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하여 우리는 마음공부를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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