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을 당한다고?
겨울철 아버지의 발바닥은 마른 논처럼 갈라졌다. 갈라진 틈새로 붉은 피가 비쳤다. 무섭고 위험한 일, 그리고 무거운 것을 옮길 때는 항상 아버지 몫이었다. 모내기를 하기 위해 종일 무논을 다닌 밤이면 깊이 잠든 중에 잠꼬대도 “이랴, 아야!”라며 소를 재촉하고 아픔을 호소하시던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마당 한가운데 아버지와 어머니의 낡은 옷들이 만국기처럼 빨랫줄에 널렸다. 그 사이 사이에 널린 자식들의 작은 옷들은 그래도 예쁘고 깨끗했다. 어머니의 등에는 항상 동생들이 게딱지처럼 붙어 있고 머리에는 무거운 짐들을 이고 다니셨다. 추운 겨울 동네 빨래터에서, 더운 여름 불가에서 밥을 짓던 어머니는 어련히 그러시는 줄 알았다. 한 톨의 곡식도 생쥐에게도 참새에게도 줄 수 없고 흘린 낱 알 곡식도 주우셨던 그 때 일이 생각난다. 어른들은 항상 그렇게 하는 줄 알았던 철없음이 이제야 부끄럽다. 너무 잘살게 된 오늘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없어 가슴이 아리다.
일제 강점기의 춘궁기도 아니다. 전후 파괴의 잿더미를 헤집고 사는 것도 아니다. 50년대에 말하던 초근목피는 건강식으로 통하는 시대에 자살을 한번쯤 생각하는 이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유는 무엇일까?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실제로 잘 살게 되었다. 그래서 반듯한 집이라도 하나쯤 가졌다. 퇴직금도 얼마쯤 될 거라고 예측도 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떠난 은퇴자의 삶의 그 마지막이 너무 허망하다. 은퇴자의 허허로운 웃음의 뒷맛과 제 그림자를 밟으며 걷는 방향이 역설적이다. 해를 등진 사람들처럼, 그런다고 시계를 돌릴 수 없기에 그 모습이 더욱 싸아하다.
정신질환을 앓는 국민이 10년 사이에 70% 이상으로 상승했다는 보고다. 지난 해 130만 명이 우울증 치료를 받았고 245만 명은 불안장애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제는 국민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건강을 넣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어쩌면 이해도 되는 것은 상위 1%의 사람들이 16.6%의 부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니 불평등이라는 심각한 고민에 빠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100세 시대라고 말하지만 건강한 자들에게 주어진 복이지 암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이제는 전 국민의 25%를 넘어 30%에 가까웠다고 하니 불안은 증가할 것이다.
결국 뭐였나? 성공을 향하여 달리지는 않았나?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이냐를 생각하지 않는 결과는 아닌지, 얼마나 옳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얼마나 많이 가질 것인가에 매달렸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 보다는 학벌을 향하여 달려온 결과는 아닌지 이제 깊이 생각할 일이다. 머리를 달고 있고 그 머리가 새(鳥) 머리도 아니기에 얼마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없다면? 전능자에게로 오면 된다. 정말 全心(전심)으로…. 인생이란 Birth(출생)에서 Death(죽음)까지라고 말한다. 즉 인생이란 B에서 D까지다. 그 사이에 현대인의 병인 Complex(열등감)가 들어가면 고라와 다단과 온 족속들처럼 당을 지어 거스러는 삶을 살게 된다. 세상을 살려면 온갖 정신적인 콤플렉스가 글자의 또 다른 뜻처럼 “복잡한”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외모, 건강, 출생, 연령, 고향, 성별. 출신학교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B와 D사이에는 Christ(그리스도) C도 있다. 그리스도 그가 은혜를 주시고 힘을 주시면 얼마든지 인생 삶에 Choice(선택), Chance(기회), Change(변화), Character(특성)가 된다. 인생이 죽음(Death)으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그리스도의 C가 들어오면 영생이며 부활이기에 죽음의 D는 Dream(꿈)이나 Diamond(다이야몬드) 같이 별처럼 빛나는 보석으로 바뀔 수 있다. 사람이 살면서 받은 상처. 치유할 이는 그리스도뿐이다. “모르고 사는 즐거움”의 저자인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는 “사람들이 염려하지만 사실 90%는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염려하고 있고, 10%는 할 수 없고 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말 내가 하는 일이란 작은 것이고 또 그 일은 우리가 이미 능숙하게 잘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고난을 당한다고? 오히려 반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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