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슬픈 일들은 천태만상이다. 없다고 슬프고 있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무식하다고 슬프고 배웠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며, 지위 명예가 낮다고 슬프고 높다고 행복한 것도 물론 아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접하게 될 때 정말 슬픈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선량(選良)들은 개원 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곳저곳 선거 후유증이 단편적으로 언론 보도를 타고 안방에 전달되지만 정작 관계자들은 쇠귀에 경 읽기,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하는 상황을 국민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인지하고 있다. 여의도 1번지를 목표로 생명 건 달음질을 하는 후보에서 당선자로 이름이 바뀐 그들의 몸부림을 보면서 자질론을 비롯해 저질수준 이야기를 언론에서 여과 없이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선량(選良)들을 보면 슬프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온갖 것들을 진품으로 둔갑시켜 수억 원을 갈취하여 국제적 망신을 당하게 된 보도를 들으면서 속상함이 넘치게 되니 그것도 슬프다. 사회 지도층이 양주를 비롯한 금지품목을 밀반입 하다가 적발된 것을 보면 슬프고, 고위 공무원이 아랫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상납을 받다가 몇 백 만원에 그 소중한 수십 년의 공직생활을 더럽히고 파면 당하는 것을 보면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도(師道)의 첫걸음은 권위이며 그 권위는 학문적 지식적 권위인 실력과, 인격적 정신적 권위인 신의에서 쌓아지는 것인데 학부형에게 봉투 받고 그 자녀 성적을 올려주다가 학생들에게 창피 당한 보도를 보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가짜 브랜드를 만들어 진짜로 둔갑시켜 엄청난 차액을 긁어모으다가 발각되어 텔레비전 앞에서 옷을 뒤집어쓰고 카메라를 피하다가 얼굴을 들어 돌리면서 카메라에 클로즈업될 때 희한한 웃음을 보이면서 다시 뒤집어쓰는 장면을 보면 정말 더욱 슬프다.
정직하고 성실한 공무원은 언제나 약삭빠른 이기주의자 가룟유다 같은 공무원에 밀려 승진하지 못해서 속상해 소주 몇 병 마시다가 객사한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슬프고, 올곧은 마음으로 목민(牧民)의 사명을 수행한 사람은 바보 취급받고 탐관오리 근성을 가지고 좋은 자리에 잘도 찾아 앉는 사람들은 능력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세상이 더럽다고 10년 세월 쌓아올린 공직을 떠나면서 E-Mail에 올린 글을 읽으면 우리의 공직사회가 더욱 슬프다.
그런데 그런 모든 것보다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목사들이 모여 하는 이야기가 장로, 집사 험담이나 하고 교회에 대한 불평을 하는 것 보면 정말 슬프다. 거기다가 사례비 타령이나 하고 어떻게 하면 좋은 자리나 옮겨볼까 궁리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슬프다.
장로들이 모여 하는 이야기가 막노동판 인부들의 취중에 하는 내용보다 들을 것 없는 그야말로 수준이하의 대화를 들으면 정말 슬프고, 거룩한 성직이 마치 세속적 계급개념으로 이해되어 교회에서 앞뒤 분별 못하고, 거기다가 내용도 없으면서 직분 값을 하려고 앞뒤 가리지 못하고 큰소리치는 것 보면 더욱 슬프다.
교인들이 교회생활을 하면서 고작 생각하는 것이 개인적인 이익이나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교회를 통해 덕이나 볼까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슬프다.
목사로서 진짜 슬픈 것은 국회의원들이 싸움질을 하다가 상대방이 충고를 하고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고함을 치는 말 내용이 “야 이 oo야, 나한테 설교 하지마”라는 말을 들으면 ‘오늘날 목사 설교가 저 모양이 되었구나’ 하는 슬픔에 온 몸은 가을잠자리 날개 떨 듯 심장폐부까지 떨린다.
몇 주일 교회 출석하지 않는 성도에게 전화 심방을 하다가 “아무개 때문에 더러워 정말 교회 못 가겠다”고 전화에 대고 화풀이하는 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정말 슬프고, 연예인들을 향한 청중들처럼 자신들의 욕구 충족을 해소하려는 듯, 이 교회 저 교회 문을 두드리면서 보따리 장사처럼 신앙생활 하는 작금의 교회 실상도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슬픈 인생을 살아야 하는가?
그래도 우리는 주님이 하신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야한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0:45)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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