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렬 목사의 목회자 칼럼

꽃들은 만발한데
아카시아를 볼 때면 숨은 사연이 있어 추억이 새롭다. 굶주리던 60년대, 소득을 높이기 위하여 양계를 권장했다. 누가 권하지 않더라도 농촌의 부업엔 닭만큼 짭짤한 농외소득은 없었다. 문제는 몇 마리의 닭을 늘리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먹이였다. 결국 아카시아 잎을 따고 잘게 썰어 사료와 버무려 닭 먹이를 늘리거나, 개구리를 잡아 삶은 물에 사료를 섞고 아카시아 잎을 잘게 썰어 먹이를 늘이기도 했다. 민둥산의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공사와 산림을 녹화 하는 일에는 아카시아만큼 토착력이 뛰어나고 번식의 확산이 빠른 것도 없었다. 아카시아를 볼 때면 굶주리던 그 때가 생각난다.
아카시아 순백의 꽃을 볼 때면 감미로운 향기와 더불어 꽃 속에 든 단물이 생각난다. 이슬을 머금은 갓 깨어난 꽃들을 손바닥에 치면 단물이 방울져 맺힌다. 혓바닥으로 손바닥을 핥는 지금이야 조금 거시기 하지만 그 때는 그랬다. 굶주린 그 때, 민물이 아닌 단물의 맛을 느끼는 그 감정은 배고픔을 달래는 행위가 아니라 미래의 꿈을 핥고 그리고 머금는 삶의 지혜로 받아드렸다. 생존이라는 처절함 속에서 그래도 꿈을 잃지 않고 만들어 갔던 추억의 머릿속 사진첩은 아카시아를 볼 때마다 오버랩 되어 중년을 넘은 나이에도 소년의 역동으로 미래를 향한다.
아카시아 꽃들을 볼 때면 성도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이동하며 벌을 사양하던 그 때가 생각난다. 더 많은 꿀을 채취하기 위하여 꽃이 먼저 피는 남부 지방에서 점차 북쪽으로 이동하여 마지막엔 강화도나 강원도에서 꿀을 뜨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와서 밤 꿀을 채취하였다. 그 때, 문제는 판매였는데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형편이라 판매는 걱정 말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사실 쉽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꿀의 품질 하나는 믿을 수 있었기에 그 무거운 말 통들이 꿀 네 통을 시외버스로 실어 날라 마산에 또 부산으로 옮겨 다니며 지인들의 집에 넘겨준 그 때가 옛날이다.
그랬던 우리의 과거였는데 올 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꽃들이 피었다. 아카시아도 예전보다 더 환하게 많이 피었다. 그러나 꽃들은 피었는데 벌들이 사라졌단다. 어디로 갔을까?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말로 원인을 설명한다. 휴대폰의 사용으로 인한 전자파의 영향이거나 환경오염 혹은 평균 기온 상승으로 꽃들의 개화시기의 변화나 각종 바이러스가 원인일 것이라고 하지만 뚜렷하게 이것이라고 단정지울 수 있는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간 마음의 오염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너무 많이 배웠고 그리고 가졌다. 누구든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국방 어느 분야에나 모르는 것이 없다. 그러나 실천적인 문제에 들어가면 빵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거나 사랑하고 섬김을 먼저 실천하고 나서면 바보가 되거나 엄청난 손해인 줄 안다.
그래도 깨끗함을 슬로건으로 삼던 정당, 약자를 대변하고 배려한다던 그들의 구호가 구호인줄 알았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다. 아니 정말 저들의 구호대로 그렇게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번에 나타난, 저들이 저지른 비례대표 순위를 정하는 부정선거보다 더 혹독한 절망은 그 후 드러내는 그들의 강변 그리고 의장폭행이다. 아무리 할 수 있는 말이라도 말이 되어야 한다. 최소한 앞뒤는 맞아야 한다. 저들 패거리조차도 할 말이 없다고 하면 끝장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국회의원이라는 금뱃지를 달기 위하여 버티기를 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국회의원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세비보다 더, 저들이 갖고 싶은 국가 정보의 취득에 있을 것이다. 예전의 아카시아 꽃인데 벌들이 없다. 결국 열매도 없을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두렵다. 아카시아 꽃들은 피웠으나 벌들이 사라졌듯이 경제의 부강을 이뤘지만 심성이 깨어진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맺어질 열매가 무엇일까?

201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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