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성
요즈음은 혼자 사는 시대가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하는 시대이며, 내가 최고라는 시대가 아니라 소통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내가 최고가 되면 될수록 사람들이 모여들어 최고를 선택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최고가 너무 많아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소통하는 것에 소홀히 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내가 올라가는 것, 옳음, 최고가 되는 것만 추구하면 할수록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게 되고 소통도 쉽지 않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인들의 전도, 신문 외판원, 다단계 사업하는 사람을 만나면 내용을 들어보기도 전에 일단 피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그 회사나 제품에 있지 않고 제품을 전달하는 사람이 자신의 것을 최고라고 하며 자신의 원함만 추구하는 일방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교회에서 전도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교회의 건물은 점점 더 고급스럽고 편리해지고 목사님들을 만나면 친절하고 따뜻하다. 교회는 한국사회에 많은 봉사를 하고 있다. 또 성경은 세월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그리고 교회처럼 예산을 공개하며 투명성을 드러내는 종교도 없다. 그런데 왜 전도가 어렵게 되었을까? 그것은 옳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내가 옳다’라는 일방적이라는 태도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이라는 말은 아무리 좋은 것을 준다고 해도 그 자체가 이미 상대방의 존재를 무시하는 것이기에 상대방은 싫은 것이다. “내가 옳다. 내 생각을 따르는 것이 너를 위한 것이야. 나만 믿어! 무조건 해! 시키는 대로 해! 복종, 순종...!” 더 나가다 보면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라는 말이 된다. 이런 일방적인 태도는 처음에는 좋은 것으로 시작하지만 일방성이 배타성이 되고, 독선이 되고 더 나아가면 폭력이 되는 것이다. 가정에서 부모가 또는 부부끼리 돈도 많이 주고, 지위도 높고, 말과 행동이 옳아도 그것이 일방적이라면 함께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또 일방성은 ‘내가 옳다’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며,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잘 산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기에 거부할 명분도 없다. 구구절절이 맞다. 그런데 일방성은 그동안 받은 좋은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 버리며 관계를 끊어놓은 원인이 될 수 있다.
성경에 ‘욥’이라는 큰 부자가 나온다. ‘욥’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여 악에서 떠난 자, 동방에서 가장 훌륭한 자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그가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사람들은 그의 고난이 죄 때문이라고 한다. ‘욥기’의 주제는 모든 고난은 죄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 욥의 고통은 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가 의로웠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욥’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는 친구들의 논쟁에 ‘자신이 옳다’라고 주장한 것이다. ‘내가 옳다’라는 주장은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산 사람들이 범하는 실수이기에, 일방성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 싸우는 사람을 보라. 그들은 서로 “내가 옳다.”라고 주장하기에 싸우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이라도 “내가 옳지만 당신의 말도 맞네”라고 하면 그 관계는 좋아질 것이며 그 관계 속에 이해와 기쁨, 행복이 있을 텐데, 이렇게 관계를 잃지 않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이다. 사랑의 반대는 무관심이 아니라 일방성이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없고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 하는데 일방성은 상대방 자체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고, 종교, 고향, 언어, 피부색 등이 다르더라도 상대방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있어야 소통할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나와 달라도 되는가? 내가 옳아도 나와 다르게 말하는 사람을 받아들 수 있는가? 상대방이 나와 다르다는 것이 기쁜가? 서운한가? 나와 달라도 되며 나와 달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고 나와 달라서 기쁘다는 태도가 상대방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태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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