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렬 목사의 목회자 칼럼

악한 세상에서
박 충 렬 목사(마산삼일교회 담임)


포르투갈의 Jose Saramago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다. 그의 책 “눈 먼 자들의 도시”는 탐욕에 사로잡힌 세상을 고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눈이 먼 남자는 세상이 캄캄 한 게 아니라 하얗게 보인다고 한다. 그 후 그를 만나는 사람마다 눈이 멀고 세상은 하얗게 변한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전염을 막는다며 격리해 수용한다. 격리 수용된 병동의 무질서, 그 병동에 들어온 눈 멀지 않는 여자가 있다. 그는 최초로 눈 먼 자를 치료한 의사의 아내다. 그녀는 남편을 따라 눈이 먼 것처럼 가장하여 병원에 들어왔다. 그녀는 남편을 도와 병동에 수용된 자들을 돕지만 눈 먼 중에도 포학한 짓을 멈추지 않는다.
병동 밖에는 군인들이 지키고, 탈출을 감행하면 자신에게 병이 옮길까 두려워 무조건 발포한다. 의사의 아내는 포학자의 대장격인 남자를 죽인다. 그런데 한 여자가 병동에 불을 지르자 사람들은 불에 타 죽지 않으려고 용기를 내어 병실을 나선다. 그러나 병동을 지키던 군인들이 사라졌다. 그들도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눈이 멀어 음식을 찾으러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아무데나 배설을 한다. 개들은 사람들의 시체를 뜯어 먹는다. 눈이 보이는 의사의 아내는 처음에 치료차 만났던 사람들을 데리고 집으로 온다. 음식을 찾아 먹고, 몸을 씻고 잠을 청한다. 그러나 의사의 아내는 시야가 하얗게 보이며 눈이 먼다.”
눈이 먼 사람들이 횡행하고 있다. 그들 중에 나도 한 사람으로 끼였으니 얼마나 많으랴만 자신은 아닌 것인 양 시침을 떼고 이 글을 적고 있다. 더 가지려고 몸부림치는 참 조잡스런 몸짓이면서 옷으로 허물을 가린다. 살아온 날 만큼 또는 배운 만큼 비례하여 능글맞다. 방법이 없는 줄 알면서도 자꾸만 명답이 있는 것으로 스스로를 감추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철학자 칼 포퍼는 자신이 제 1 그리고 1차 대전 속에서 그리고 개신교이기에 예외일 줄 알았지만 부모님께서 유대인이기 때문에 유대인으로서 당해야 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올 때 느꼈던 절박함 그리고 뉴질랜드로 망명 그 후 영국 정착이라는 나그네의 삶 속에서 열린사회는 무엇일까? 라고 고민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추상적인 선을 실현하려고 하지 말라.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하여 노력하라”고 했다. 그는 사회의 내부가 안고 있는 오류와 모순을 제거함으로 진화하여 나갈 수 있고 실패하면 그 사회는 소멸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부단히 사회의 오류를 제거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것만이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의 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가 라는 질문이다. 본질적으로 타락한 존재인 인간과 그들이 사는 세상이 악으로 신음하고 있는데 포퍼의 말처럼 비판을 수용하고, 개인주의를 허용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열린 사회가 될 때 오류를 최소화 할 수 있고 비참함을 제거하는 일이 가능할 수 있는가이다.
진리를 모르는 눈먼 자들이 가장 합리적인 어떤 시스템을 모두의 합의하에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구체화시켜 나갈 때 남을 먼저 배려하는 양보의 미덕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이다. 즉 개혁이란 어떤 기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말과 같다. 삶의 기준, 참을 향한 몸부림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부터 그리고 분명한 구체적인 절대자를 향할 때 가능하여질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없는 사회의 변혁도 개인의 행복도 없다. 그리스도가 다스리는 나라가 되기를 열망하고 그에게 자신을 맡길 때만 가능하다. 타인 속에서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개인 자신은 그 나라를 스스로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악하고 더러운 세상일지라도 순결한 그리스도 때문에 감격과 충만한 기쁨이 있을 것이다. 그는 창조주이시기 때문에…….

20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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