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중히 여기는가?
살아가노라면 사람마다 중히 여기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일생이 달라질 수도 있다. 곧 흥망성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시간을 중히 여기는 사람은 촌음(寸陰)을 아껴 쓴다. 신용을 중히 여기는 사람은 자신의 범사가 힘들어도 신의(信義)를 생명처럼 여긴다. 돈을 중히 여기는 사람은 자신의 유익을 위하여서는 부모도 팔아먹는다는 속언(俗言)이 있다. 사랑을 중히 여기는 사람은 사랑을 위해 죽는 것 또한 행복으로 여긴다. 권력을 중히 여기는 사람은 권모술수(權謀術數)를 당연시 여긴다.
공자(孔子)보다 약 100년쯤 뒤의 인물로서 맹자(孟子)처럼 전국시대에 활약한 사상가로 장자(壯子)는 호방자재(豪放自在)한 명문(名文)으로 장자 33편을 남겼다. 각의편(刻意篇)에서 장자는 이렇게 깨우쳤다.
‘衆人重利 廉士重名 賢士尙志 聖人貴精 ; 중인중리 염사중명 현사상지 성인귀정’ 즉 대중들은 이익을 중시하고, 청렴한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존중하고 남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명예와 염직(廉直)을 중시하고, 현인들은 높은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중시하며, 성인들은 정(精) 곧 정신이 순수무잡(純粹無雜)하며 깨끗하고 맑고 참되고 높은 경지에 도달한 것을 뜻하는데 그것을 중시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중히 여기면서 살아가는가?
필자가 쓰고 있는 인터넷 칼럼의 어느 독자의 글 한편이 올라왔다.
<목사님은 왜 목사가 되었습니까? 목사님은 목사의 직을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중히 여기십니까? 그렇다면 목사님은 생명을 버리실 각오로 말씀을 선포하십니까? 소위 있는 자, 높은 자, 강한 자들 편에서 목회사역을 행하시지 않습니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 흘리면서 교회 지도자들의 거친 외침에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하나님 품을 찾는 하나님의 어린양을 보호하실 능력을 갖추셨습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다윗처럼 하나님의 백성들을 지키기 위하여 영적 이리들을 물리칠 권위가 있습니까? 소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는데 목사님은 그 말에 자유로우십니까? 생명을 버리실 각오로 강단에 서십니까? (중략) 저의 이 외침을 들으시고 화나지 않으십니까? 저희들은 목사님을 기대합니다. 한국교회를 변화시키실 지도자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한참동안 정신이 없었다. 성령님의 준엄하신 깨우침으로 들렸다.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럽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성의(聖衣)를 입고 있음을 보았다.
과연 나는 목사란 직무를 그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가? 이것을 위해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가? 서릿발 같은 말씀을, 때로는 온몸으로 품어 않을 수 있는 위로와 사랑의 말씀을 잃어버리지 않았는가? 세상과 타협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는가?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선 듯 한 메시지를 받고 한동안 얼마나 고뇌했는지 모른다.
그렇다. 사도 바울처럼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베냐민의 지파요 가말리엘의 문하생이요, 율법으로 한 점 흠 없는 바리새인이요, 로마의 시민권을 소유한 자로서 세상적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예수를 알고 예수에게 발견되고는 그 모든 것을 분토처럼 버리고 오직 예수만 중히 여겼던 그 믿음이 오늘 우리에게 있는가?
성악설(性惡說)을 제창한 순자(荀子)는 인간의 수련 단계를 네 단계로 갈파했다. 즉 문(聞)과 견(見)과 지(知)와 행(行)으로서 듣지 않는 것은 듣는 것만 못하고, 듣는 것은 보는 것만 못하고, 보는 것은 아는 것만 못하고, 아는 것은 행하는 것만 못함을 일깨웠다.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순자의 인간수련 단계를 새삼 생각해본다. 권력의 중심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은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오만함으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허허벌판으로 내 몰리는 현상을 우리는 아픔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것이 어디 정치상황에서만 그런가? 교계지도자라고 하면서 온갖 부끄럽고 치졸스러운 일들을 스스럼없이 이루어가는 상황을 보면 아픔을 넘어 참담한 아픔을 추스르기 힘든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낮은 자리에서 말없이 자기 몫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의 느끼는 마음이다.
조금만 높은 자리에 앉게 되면 문견지행(聞見知行)의 이치를 잊어버리고 경거망동하고 안하무인이 되기 쉽다. 그것을 헤아리고 공리(公利)를 위한 치행(治行)이 수행될 때 우리 모두가 함께 라는 행복을 공유하면서 파안대소할 수 있는 삶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 도대체 무엇을 중히 여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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