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세상이 그립다
작금의 국내외 정세를 보면 카오스 곧 혼돈현상이다. 유럽의 경제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覇權) 경쟁이 심상치 않다. 국내에서도 여의도 1번지가 그렇다. 정치(政治)라는 최고의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용어는 여의도 1번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교계도 다를 바 없다.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기총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이 심히도 걱정이 된다. 교회도 영적 신음소리가 극에 달했다. 소위 교회 지도자라고 자처하며 온갖 누릴 것 다 누리면서도 하나 같이 자신은 피해자인 듯 온갖 폐해를 일삼는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세상이 존재하는 동안 인간의 역사는 언제나 그러한 일들을 반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분명한 것은 이런 카오스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집단은 하나같이 멸망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대안은 없는 것일까? 바울은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진솔하게 고백했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7:22~24)” 여기서 바울이 고백한 ‘하나님의 법’과 ‘죄의 법’을 이해하면 문제는 간단하게 해결된다. 즉 인간은 오늘을 살아가면서 하나님의 법과 죄의 법의 갈등으로 인하여 너나없이 이 문제에 부딪혀 괴로워하고 아파하는 것이다.
그런데 신학자 ‘스토트’(J. Stott)는 이 부분에 대하여 아주 중요한 해석을 했다.
첫째는 불신자에 대한 해석인데, 불신자는 ‘자기 의’(self-righteousness)로 특징지어진다. 둘째는 성숙하지 못한 성도에 대한 해석으로, 스토트는 이런 사람을 ‘자기 확신‘(self-confidence)으로 특징지었다. 셋째는 성숙한 성도에 대한 해석인데, 성숙한 성도는 ‘자기혐오‘(self-disgust)와 ‘자기 절망‘(self-despair)의 상태를 인식하게 되어 믿음으로 구원을 위하여 호소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토트’는 이렇게 결론을 지었다. ‘불신자’ 또는 ‘거듭나지 못한 자’는 자기 속에 일어나는 두 법의 투쟁을 깨닫지 못할 뿐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탄식하지 않고 괴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 현존할 때 평안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바울은 언제나 ‘어떻게 하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할까?’라는 문제로 고통하고 아파하였다. 그는 예수님을 일대 일로 만난 이후에 ‘나는 죄인중의 괴수라’고 고백했고, 또한 ‘나는 만삭되어 나지 못한 자와 같다’고 고백을 할 수 있었으며, 바로 그러한 고백을 기초로 구원을 호소하여 하나님의 법을 성취했던 것이다.
왜 교회가 시끄러운가? ‘스토트’의 해석에 따르면 성숙하지 못한 그리스도인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분명한데 성숙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혐오’ ‘자기 절망’이 없고, ‘자기 확신’을 뛰어넘어 불신자의 영역인 ‘자기 의’로 가득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법을 지키고자하는 고뇌가 없다. 쉽게 설명하면 하나님의 영광, 주님의 교회의 평안과 행복 같은 것은 생각에 담겨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자들은 오직 ‘자기 확신’에 함몰되어 있어서 행동 기준이 ‘자기’가 된다는 것이 ‘스토트’의 해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아름다움과 행복이 연주될 수 없는 것이다. 반면에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 고백을 했고, 일평생 하나님의 법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난과 역경과 억울함도 참고 또 참으면서 하나님의 법을 지켜 오늘에 온 세상을 기독교로 변화시키는 주인공이 되었다.
시성 괴테가 우리에게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호흡에는 두 가지 은총이 있으니 마시기와 내뱉기가 그것이다. 전자는 억누르고 후자는 상쾌하게 해준다. 인생 또한 이처럼 기이하고도 멋지게 뒤섞여 짜여 있다. 하나님이 너를 압박하시면 그분께 감사하고, 너를 풀어주시면 다시 감사하라” 얼마나 멋진 표현인가? 이것이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자의 삶의 내용이다.
은혜 받은 성도는 하나님 앞에서 핑계하지 않는다. 은혜 받은 성도는 자기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하여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은혜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이런 저런 이유가 많다. 남들이 듣고 볼 때는 그야말로 웃기는 것이지만 자신은 그것이 정당하다고 다양한 논리를 앞세워 자기주장을 강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는 감사가 없다. 도무지 고마운 것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의 상황을 카오스라 표현하고 사람 살맛나지 않는다고 너나없이 아파한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을 보낸다. 성탄의 절기라고 온 세상이 요란하다. 그런데 정작 주님이 오실 때처럼 소외계층의 사람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는 듯하다. 어느 때보다 사람 살맛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 그리운 이때, 올해의 성탄절이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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