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리라!”
나는 오래 전에 감당하지 못할 큰 일을 당했었고 그 당시 책을 읽으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구절을 보고 힘을 얻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도 좋지만 ‘또 오리라’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큰 일을 견디는 것이지만 ‘또 오리라’는 적극적으로 맞이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삶을 자세히 살펴보면 참으로 좋은 것들이 왔다가 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든지 많은 것을 갖고 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사람은 처음에는 가진 것 없이 태어난다. 그런데 태어나보니 부모님이 계시고 조금 있다 동생이 나타나고 또 잠시 후에 유치원과 학교가…또 조금 뒤에는 아름다운 경치가, 특별한 경험이, 또 있으면 직장이…또 얼마 후에 결혼하면 배우자와 자녀가…또 조금 후에는 생각지 못한 좋은 것들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생 수십 년을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은 경험과 얼마나 많은 기쁨을 누렸는가! 이제 이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삶이 온다는 말이다.
삶에는 항상 두 가지가 함께 온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있고, 잘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있고, 원하는 대로 될 때가 있으면 안 될 때가 있으며, 기쁠 때가 있으면 서운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는 기꺼이 받아들이고, 다른 하나는 거부하고 충돌한다. 나는 이렇게 하나만 추구하는 것이 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늘 하나만 원하고 추구하지만 삶에는 다른 하나도 항상 함께 온다. 그러면 그때부터 사람은 요구하고 주장하고 갈등하고 충돌하여 삶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좋고 편하고 즐거운 것 하나만 받아들이지 않고 내게 찾아오는 다른 하나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부정적 느낌은 사람, 사건, 일, 환경 등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실수와 실패, 잃어버림으로 인해 걱정이 생기고, 힘겨움이 찾아오고, 죽음이 찾아와도 기꺼이 맞이하며 삶과 충돌하지 않고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할 것을 결심해본다. 이렇게 결심을 하니 내게 찾아오는 걱정, 서운함을 이제 기꺼이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0년 전 나는 8개월간 사역지 없이 지낸 적이 있다. 그래서 짐을 꾸려 아버지가 계신 본가로 오게 되었는데 아버지와 다시 살면서 어릴 때부터 내재되어 있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나 적개심이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버지와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는 시간은 마지막이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 마음에 있는 아버지에 대한 어두운 마음을 해결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8개월간 대학노트 3권에 아버지에 대한 내 마음을 적고 기도하고 스스로를 상담하면서 해결해 나갔다. 그 후 나는 아버지로부터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며, 2007년에는 아버지와 포옹하면서 아버지에게서 처음으로 ‘사랑한다’라는 말을 듣고, 나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때처럼 앞으로도 걱정이나 화가 찾아오고,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일이 찾아왔을 때 기꺼이 만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여기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쓰레기통이 있다고 하자. 이 쓰레기통이 할 일을 마치고 찌그러져서 용광로에 들어가기 직전에 뒤를 돌아본다고 하자. 쓰레기통은 뚜껑이 없어졌을 때도 사람들이 휴지를 넣으면서 농구 경기하는 기분을 느끼는 걸 좋아했고, 화가 나서 발로 차서 찌그러져서 엿장수에게 팔려갈 때 사람이 엿 바꿔먹는 것도 기뻐했고, 마지막으로 용광로 앞에 선 지금도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삶이 올 것인지 기대가 되어 기뻐할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이 어떤 삶이 오든지 기꺼이 기쁘게 감사하며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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