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늘이 높은 것처럼
봄을 이야기할 때는 어김없이 아지랑이를 말한다. 어릴 적 여름이야기는 소나기가 상징적이었지만 요즘에는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정서적 표현이 거의 없다. 가을이면 천고마비와 함께 고추잠자리가 우리들의 생각에 중심에 있었다. 그래서 애국가에도 ‘가을하늘 광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라고 표현된 것을 보면 가을 하늘은 맑고 높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그 옛날 어릴 적, 들판에서 소먹이를 하면서 해질 무렵 풀밭에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이 붉은 빛으로 바뀌면서 하루가 저물어가는 것을 보고 느낄 때는 그보다 평안하고 행복한 시간이 없는 듯 지금도 느껴진다. 그렇게 가을 하늘은 맑고 높다는 생각을 도시생활을 하면서도 종종 생각하게 된다.
생각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생각이 좋으면 좋은 사람이 된다. 생각이 희망적이면 언제나 진취적이며 성취의 감격이 있다. 생각이 건강하면 건강한 사람이 되고, 생각이 행복하면 행복한 사람이 되고, 좋은 생각은 좋은 삶을 만들어 가게 된다. 축복과 저주,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 모든 것이 생각에서 이루어지는 결과다.
생각이 옷을 입고 표현되는 것이 말이다. 말은 곧 얼굴표정과 함께 연출된다. 그 말이 옷을 입고 표현되는 것이 행동이다. 사람의 됨은 그가 하는 말을 통해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이 건강치 못한 사람은 언제나 불평, 원망, 비판, 정죄가 말을 통해 표현된다. 생각이 건강한 사람은 감사, 축복, 칭찬이 말을 통해 표현된다. 높은 이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은 생각이 높은 것이다. 생각이 높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머슨은 “인간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그 자체이다.”라고 했다.
보편적으로 생각이 높은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삼사일언(三思一言)이 우리 생활의 충언(忠言)이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을 보면 생각이 없다는 것을 금방 느끼게 된다. 앞뒤도 없고 관계에서 높낮음도 없고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에 대한 분별력도 없고 그래서 동물적 본능처럼 절제하지 못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이란 자기가 생각하는 그 자체라는 에머슨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 사건이 성경 곳곳에 기록되어 있지만, 사무엘하 15장의 다윗과 시므이 사건은 그것을 아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윗이 아들에게 반역을 당하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머리 풀어 얼굴을 가리고 울면서 간다. 기드론 시내를 건너 감람산을 향해 쫓기는 상황에서 시므이는 다윗을 뒤따르며 온갖 저주와 악담을 퍼붓는다. 생각이 높지 못한 까닭에 그의 말하는 것이 동물적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윗은 시므이를 향해 단 한마디 원망, 불평을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간다. 다윗의 생각이 어떠냐를 잘 표현해 주는 것이다. 생각이 높고 깊고 넓은 사람은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본다.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는 힘은 하나님을 믿고 그 말씀에 자신을 맡기는 신앙의 힘인 것이다. 그러기에 다윗은 왕의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찮은 신하 한 사람의 꼴뚜기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그냥 넘길 수 있었고, 자신의 감정대로 일을 처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성공자의 모습이다.
어디 그 뿐인가? 후에 압살롬이 죽고 난 후 다윗이 왕궁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찾아온 것이 시므이였다. 감정 같아서는 당장 한칼에 죽이고 싶었고, 아비새 장군도 당장 한칼에 죽여야 한다고 고했지만 이때도 다윗은 감정대로 행하지 않고 용서했던 것이다. 그래서 영국의 역사 학자이며 철학자인 프렌시스 베이컨이 ‘감정은 현재만 보고 이성은 미래와 시간을 본다.’고 갈파했다.
감정이 파괴되면 먼저 두려운 마음이 생기고, 그것이 분노로 이어지면서 미움, 시기, 반항,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이 솟아올라 정상적 관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그것이 실패로 가는 길목이 되면서 스스로 좌절감, 열등감, 실망감, 죄책감이 생겨서 자기를 무너뜨리게 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자기방어와 생존의 본능이 일어나는데 그것이 실패자의 종결인 교만이 되어 편견과 이기심과 만용과 자만심이 생겨나는데 그것은 파괴된 감정에서 싹트는 것으로 그 때부터의 언행은 정상적이 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은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정상이라고 확신하면서 스스로 몰락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노벨 의학상을 받은 알렉시스 칼렌 박사는 ‘자기 자신과 싸우는 방법을 모르는 이는 일찍 죽는다.’고 했다.
그러면 이런 감정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무엇인가? 그것은 사랑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때 스스로 치유되고 회복되고 상대방의 아픔까지 치유케 한다. 사울 왕은 다윗을 미워했지만 그러나 반대로 다윗은 사울을 극도로 사랑했다. 사울은 악신이 들어서 괴로웠지만 다윗은 그 사울을 치료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울과 다윗을 통해 우리는 살아감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성큼 가을이 다가왔다. 높고 넓고 맑은 가을 하늘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각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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