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와 습관
우리 속담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란 말이 있다.
습관은 한번 들면 여간 고치기 어렵다는 말이다. 목회 경력이 얼마 안 된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얘길 하는데 장로님들이 자꾸만 교만하다고 해서 고민이라는 것이다. 듣고 보니 이유는 딴 곳에 있었다. 당회가 열릴 때면 무조건 ‘할 수 있다’는 자신 만만한 강조였는데 장로님들에겐 명령식으로 지시하는 것처럼 비추인 것이다. 부임 초에는 애교 정도로 봐주었는데 이제는 습관화되어 장로님들은 노골적으로 ‘우리를 무시한다’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나 고정돼 버리면 습관이 되고 사람들은 권태를 빨리 느끼게 된다. 습관에 좋은 습관이 있고 나쁜 습관이 있다. 기준은 간단하다. 무엇보다 남에게 불편을 주거나 부담이 되는 건 무조건 나쁘게 보면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어딘지 만족스럽지 못하면 나쁜 것으로 보는 게 좋다. 변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는 어린아이들 앞에서도 존댓말 쓰는 습관을 갖는 게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젊은 목회자가 나이 지긋한 부인들 앞에서 “그랬잖아”, “웃겨주네”하면서 가벼운 농담을 하는 것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분도 있다.
평소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반말 섞인 말들이 툭툭 튀어나오면 사람들은 거리감을 가지려한다. 목회자들 사회가 어느 단체보다도 위, 아래가 없다고 하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한마디로 목사 안수만 받으면 다 큰 것으로 알고 아무에게나 덤비고 나선다는 것이다.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럴 땐 선배들이 “그 목사는 버릇이 잘못 들어 뉘게나 반말이야”라고 주고받는다. 반말은 쉬 습관화된다. 존댓말 쓰는 습관이 요구된다.
설교 시에도 자신의 말들을 스스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박, 또박 중요한 대목에 신경을 쓰고 끝 부분을 명확히 하는 습관을 가지는 게 듣기에 좋다. “올씨다”, “올시다”하는 말까지 노년층이 쓰는 건 몰라도, 젊은 목회자가 쓰면 연세 드신 분들은 싫어한다. 어느 장로님의 축도에 토를 다는 말을 듣고 느낀 점이 있다. 장로님 말씀이 「은퇴한 장로 모임에 와서 새파란 목사님이 ‘찌어다’하니 울컥 거부반응이 오더라」는 것이었다. 습관이 목회자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목회가 부드러워야 한다는 얘기는 두고두고 하는 말이다. 목회자가 강단에서 은혜로운 면만 보이는 게 아니고 회의를 주제 할 때나 일반 사석에선 명령 투로 상호 존경이 아니라 무시한다고 오해 섞인 말을 듣는 수가 있다. 앞에서도 어떤 젊은 목회자의 실례를 들었지만, 교인들은 명령식을 싫어한다. 우리나라는 군사문화가 오래 만연되어 왔다. 남자 분들은 거의 군대를 경험한바 있다. 당회원이나 재직원 중의 남자들이 더욱 그러하다. 군대에서 명령에 시달린 분들일수록 명령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교회까지 와서 명령을 받아야 되느냐(?)고 반문할 정도이다. 목회자도 명령하는 습관이 들면 그런 식으로 목회를 하게 된다. 교회에서는 명령식을 사용할 땐 성경 말씀대로 하면좋다. ‘염려하지 말라’, ‘기도하라’, ‘전도하라’는 등등 꼭 필요한 말만 명령식으로 하고 보통은 ‘바랍니다’로 장려하고 권면하는 식이 바람직하다.
습관 중엔 나쁜 것 하나가 게으름이다. 목회자도 예외가 아니다. 목회자에게 설교는 생명과 같은데 설교준비를 마지막 시간에 하는 습관이 들면 평생 쫓기는 ‘설교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시간은 닥치고, 설교준비가 바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몸이 상하게 된다. 습관이 중요하다. 항상 메모해 두는 습관, 미리미리 평소에 하는 습관이 좋다. 마지막에는 종합하고 마무리연습시간으로 활용을 하면 여유가 생긴다. 하루 이틀에 되는 게 아니라 평소 습관을 좋게 갖는 게 필요하다. 좋은 습관은 좋은 장점이 될 수 있다. 습관은 행동을 낳고 좋은 결과를 만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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