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사람이 되지 말라
목회를 하면서 경험하는 것이지만 크게 대별하여 두 종류의 교인을 볼 수 있다. 하나는 매사에 신중하지 못하고 속된 표현으로 얼렁뚱땅하는 스타일로 교회 일이나 일상의 생활에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습관에 길들여진 사람이 있다. 다른 하나는 경건하고 진실 되며 현재의 고난에도 믿음으로 극복하고 미래를 바라보면서 소망을 잃지 않는 가운데 감사하는 사람이 있다.
성경에는 들사람으로 명명된 사람이 있는데, 다름아닌 ‘에서’다. ‘들사람’은 단순한 표현법이 아니라 영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말씀이다. 에서에 대한 표현방법은 아주 묘하다. “에서는 익숙한 사냥꾼인고로”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사냥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차이드’는 ‘곁에 엎드리다’ ‘쫓다’에서 유래된 말로서, 에서의 일상을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오늘에 적용하면 일상의 의식주(衣食住) 생활을 위하여 동분서주하는 사람의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성경의 가르침에 따르면,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든 문제는 하나님이 해결해 주시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삶의 우선순위도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예수님도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먹고 마시고 입는 문제로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것은 불신자들의 몫이고 하나님은 우리들의 일상에 있어야 할 모든 것을 다 아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먼저 생각하고 행동할 기준을 말씀 하셨는데, 그것은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님 앞에서 경건하고 신앙적 삶을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자기의 방법으로 양식을 구하려는 몸부림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것이 ‘들사람’의 특징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생활 당시에, 하나님은 만나를 내리시면서 안식일에는 내리지 않고 그 대신 전날에 배를 거둘 수 있도록 하셨다. 그러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안식일에도 하나님 앞에서 예배하고 경건하게 쉼을 누리기 보다는 마치 들사람처럼 자신의 양식을 위해 들로 나갔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어찌 구약 시대만 그렇겠는가? 오늘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말씀을 신뢰하고 믿음으로 하나님 앞에서 신앙생활을 신실하게 하면 하나님이 모든 범사에 복을 더하시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은혜를 베푸실 것이다.
에서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어 갔는가? 결국 자기 양식을 구하기 위해 들로 나가 동분서주 하다가 배가 고파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축복권을 야곱에게 넘겨버리고 에서는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된다. 이것이 들사람의 특징이다. 이것은 올바른 신의식(神意識)이 없는 잘못된 인생관으로 말미암아 가치개념이 결여된 자의 말로이다. 인생의 가치개념을 가시적인 물질개념에 두고 불가시적인 영적 개념에 두지 못한 대표적인 사건이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팥죽 한 그릇에 판 사건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예외는 아니다. 교회에서의 직분 같은 것 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경홀히 여기는 일이 다반사인 것을 본다. 그것은 마치 에서가 ‘장자의 명분을 가볍게 여김이었더라.(창25:34)’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여기의 ‘가볍게 여김이었더라’의 원문의 ‘바자’는 ‘업신여기다’ ‘경멸하다’란 뜻이다.
그 결과 에서는 축복의 자리를 야곱에게 내어주어야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눈앞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생각 없이 행동하는 들사람의 모습이다. 하나님이 주신 명분(名分)을 경멸하고 하나님이 주신 직분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이것이 들사람의 특징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들사람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 들사람의 특징은 생각 없이 행동하는, 그래서 옳고 그름에 분별력이 없고, 가치관의 의미가 결여되어 있으며, 삶의 의미를 육신적인 것에 두고 살아가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영적 가치개념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 때는 족보와 학문과 권력과 명예와 세상적 부귀영화를 자랑했지만, 다메섹 도상에서 예수님과 일대일의 만남의 사건을 통하여 자신을 발견하고 올바른 영적 가치개념을 정립하면서 그 모든 것을 분토처럼 버렸다. 이처럼 바울은 들사람의 생활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의 전환을 통해, 오직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 최고요, 하나님이 자신을 알아주시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고 고백하면서 일생을 고난과 역경 가운데서도 복음사역과 십자가만을 자랑할 수 있었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거울이 된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바울처럼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사명을 자각하고 결코 들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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