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출애굽(Silent Exodus)
최근 미주한인교회 안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습니다. 조용한 출애굽(Silent Exodus)입니다. 교회에서 자란 자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조용히 교회를 떠나는 것을 그렇게 표현합니다. 그들이 떠나는 데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한국적인 교회문화를 고집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이 있습니다. 부모 세대와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겁니다. 그들은 타지의 대학에 들어가면서 조용히 교회를 떠납니다. 신앙이 있는 젊은이들은 미국교회로 들어가거나 아니면 한인교회의 EM(English Ministry) 즉 영어 파트로 들어갑니다. 한 지붕 안에 한인그룹과 영어권 그룹이 있는데 이 둘 사이의 갈등이 있는 교회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 둘이 조화를 이루면서 훌륭하게 성장해가는 교회도 있습니다. 조용한 출애굽은 미국 내 한인교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듭니다.
우리나라 교회들에서도 조용한 출애굽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이런 기도부탁을 합니다. “목사님, 우리 아이가 어릴 때는 교회 잘 다녔는데 크니까 교회를 안 나와요. 기도 좀 해주세요” 비단 대학 들어가서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들어갈 때도 그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주일학교(초등부) 열심히 다니던 아이들이 중등부로 올라가면서 많이 사라집니다. 중등부에서 고등부 올라갈 때, 고등부에서 대학부 올라갈 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납니다. 신앙인 부모를 둔 학생들이나 자기 신앙이 있는 학생들은 탈락률이 낮습니다. 그러나 초신자 아이들은 탈락률이 높습니다.
이유는 많습니다. 우선 아이들을 전도할 때부터 교회의 품격은 떨어집니다. 여러 교회들이 학교 앞에서 온갖 선물 공세를 퍼붓습니다. 겨우 아이들의 전화번호를 받는다 해도 대부분 엉터리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데려다 놓으면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집중하지 않습니다. 성경교육시간은 턱없이 짧습니다. 설교시간 기껏해야 10분입니다. 공과공부 시간에는 출석 부르고, 지난 주 결석했던 아이들 이유 듣고, 이번 주 결석한 아이들 이유 묻고… 교회 차량 운행하면 차 시간 때문에, 부모와 같이 왔으면 부모들의 재촉 때문에, 학원 시간 때문에, 공과공부 시간은 10분, 15분에 불과합니다. 교회는 교육을 강화하고 싶지만 부모들에게는 아이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들어가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입니다. 주일학교 교육강화를 위해서 주일저녁예배나 수요저녁예배를 부활시키자고 하면 데모가 일어날지 모릅니다. 교회가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 줄 모르고 정신을 못 차린다고 훈계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30분의 성경교육을 가지고 세상의 도도한 흐름을 역류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윗처럼, 다니엘처럼 담대하고 꼿꼿한 믿음의 사람을 키워낼 수는 없습니다.
부모들은 간단하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대학 가면 교회생활 열심히 할 거라고. 하지만 그건 착각입니다. 아이들은 여러 해 동안 부모를 보고 배웁니다. “아, 교회는 학원보다 덜 중요한 곳이구나. 하나님은 대학보다 덜 중요한 분이구나” 그 생각이 대학 들어간다고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부모 눈치 때문에 교회에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이미 교회와 멀어져있습니다. 지금도 조용한 출애굽은 그야말로 조용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교회 밖에서 몰아치는 공격보다 훨씬 더 무섭습니다. 내부로부터의 무너짐,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지금 미주한인교회들은 조용한 출애굽의 공격 앞에 속수무책처럼 보입니다. 다음 세대를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교회는 어떠할까를 생각하면 두려움에 소름이 돋습니다. 조용한 출애굽을 막아야 합니다. 부모들의 신앙회복, 교회교육 강화가 해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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